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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디젤게이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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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1-31 02: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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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디젤 엔진을 탑재한 자사의 자동차에 배출가스 제어 관련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서 발생한 ‘디젤게이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임러와 BMW도 디젤 엔진과 관련된 비윤리적인 실험에 후원을 진행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독일에서 생산된 디젤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같은 정황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자이퉁(Stuttgarter Zeitung)과 미국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보도한 사항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2014년에 러브레이스 호흡기 연구소(Lovelace Respiratory Research Institute)에서 실시된 실험과 또 하나의 실험이다. 호흡기 연구소는 디젤 엔진의 배출 가스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기 위해 디젤 엔진을 탑재한 폭스바겐 비틀을 실험실에서 구동시켰다. 비틀의 배출가스는 밀폐된 챔버에 바로 들어갔으며, 그 챔버 안에 10마리의 원숭이가 있었다.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가 안전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원숭이들에게 4시간 동안 강제로 배출가스를 마시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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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은 폭스바겐, 다임러, BMW가 공동 출자한 연구 그룹인 EUGT가 지원한 것으로, 디젤 엔진이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험에 동원된 비틀에는 불법 조작 소프트웨어가 적용되어 있었고, 호흡기 연구소의 직원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해당 실험을 진행하면서 희생된 원숭이들은 없었다고 알려졌지만 윤리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데다가 애초에 불법 조작된 자동차로 테스트를 한 것이라 실험 자체에 의미가 없기도 했다.

 

또 다른 실험은 2007년에 진행된 것으로 아헨(Aachen) 대학 부설 클리닉에서 일어났으며, 실험에 참가한 25명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다양한 농도의 이산화질소를 흡입했다는 것이다. 인체 실험의 경우 원숭이 실험처럼 직접 배출가스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인위적으로 가스를 수 시간동안 흡입하게 한 시점에서 원숭이 실험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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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실험에서는 이산화질소 흡입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책임자인 토마스 크라우스(Thomas Kraus)는 2016년에 연구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실험 결과를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와 관련된 연구 전체에 적용할 수 없으며 이산화질소는 오염물질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해당 실험은 배출가스의 위험도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실험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자 다임러는 성명서를 내고 “다임러 그룹은 명시적으로 연구와 EUGT에 거리를 두고 있으며, 이와 같은 실험에 대해 강하게 비난한다. EUGT의 방식은 다임러 그룹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말했다. BMW 역시 성명서를 내고 “이와 같은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자체적인 내부 조사를 실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의 CEO인 마티아스 뮐러는 성명서를 통해 잘못된 실험 방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했으며, “그러한 연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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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즈음에서 ‘왜 이런 실험들이 진행되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돌출되는데, 사실상 폭스바겐이 주도하게 된 미국시장에서의 성장 압박 때문이다. 1990년대 말부터 독일 브랜드들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을 미국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TV 방송용 CF에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가족을 출연시킬 정도로 노력을 기울였던 BMW를 비롯해 폭스바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미국진출 중에 발생했다. 폭스바겐은 미국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큰 차체를 갖춘 차를 제작해야 했고,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엄격한 EPA 기준도 만족시켜야 했다. 두 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디젤 엔진이 필수라고 판단했던 폭스바겐은 이익을 위해 메르세데스가 주도해서 개발했던 SCR 방식대신 자체 개발한 제어기술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흔히 LNT 방식이라고 알려진 자체 제어기술로는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킬 수 없었고, 결국 소프트웨어 조작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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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을 통해 규제는 맞췄지만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와 관련된 의혹은 계속 제기되어 왔고, 결국 배출가스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비윤리적인 실험까지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실험이 진행된 2014년은 ‘디젤게이트’를 밝혀낸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배출가스 관련 실험을 진행한 후 폭스바겐에 진상을 요구했던 시기와도 일치한다. 결국 비영리단체가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정밀 조사하면서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지금은 해체된 EUGT는 당시에도 지금에도 아무 의미가 없는 실험을 돈을 들여 진행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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