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전용으로 출시되는 게임 중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사실적인 그래픽과 물리 엔진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의 개발자인 야마우치 카즈노리는 그란투리스모 6를 출시하면서 각 자동차 제조사에 이상적인 GT카를 디자인해 줄 것을 요청했고, 여기에 응답한 제조사들이 잇달아 게임 전용 자동차를 제작했다. 현대자동차도 게임 전용 자동차인 N2025 비전 GT 콘셉트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포르쉐가 응답했다 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이 차는 포르쉐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일하는 6명의 디자이너가 합작해서 제작했다. 908-04의 제작 콘셉트는 '기본으로의 회귀'이며, 자동차 매니아들 중에서도 레이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제작됐다. 908-04 콘셉트라는 이름도 1960년대 말에 활약했던 908 LH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르망 24시에 참가했던 자동차들은 지금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롱 테일(long tail)'이라 불리는 이 디자인은 당시에는 공기역학을 최대한 고려한 스타일이었다. 이와 같은 과거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림과 동시에 포르쉐의 현재 디자인 코드를 헤드램프와 프론트 범퍼, 각 부품에 최대한 녹여냈다.

실내는 2인승으로 제작됐으며, 독일에서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점, 고전적인 형태의 기어 노브를 적용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오너들을 위해 수동 기어를 적용했다고 한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에 적용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가상으로 적용했으며 브레이크 캘리퍼를 비롯해 곳곳에 형광 녹색을 적용했다.

아쉽게도 포르쉐에서 직접 만든 자동차는 아니며, 게임에도 등장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908-04 콘셉트는 포르쉐와 그란투리스모 게임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