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WRC를 호령했던 고성능 모델, 임프레자를 먼저 떠올릴 것이고, 스바루의 시작 모델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당시 인기가 좋았던 경차 스바루 360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에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고, 스바루가 모터사이클도 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스바루가 최초로 스쿠터를 양산한 지 약 70년이 되는 해다.

스바루의 스쿠터 역사는 1945년부터 시작한다. 스바루의 전신이었던 후지중공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를 제작했었는데 종전 후 미군의 관리 감독하에 전투기를 비롯해 무기 일체를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공장을 가동시킬 필요는 있었기에 다른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당시 미국의 포웰(Powell)에서 제작했던 스쿠터 한 대가 후지중공업 오타 시 공장에 반입되었다.

후지중공업의 기술자들은 스쿠터를 보고 “이 모델을 베이스로 해서 일본의 교통 사정에 맞는 스쿠터를 제작하자”라고 결의했고, 설계와 제작, 테스트를 거듭했다. 그리고 1946년 6월에 시제품 1호차를 완성했으며,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이 스쿠터는 ‘래빗’이라는 애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당시 유명했던 영화배우들을 고용해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다. 래빗의 인기로 인해 후지중공업은 돈을 벌 수 있었고, 스바루 360도 출시할 수 있었다.

스바루는 현재 스쿠터를 제작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역사는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지금도 스바루 군마제작소 오타 북부 공장에는 래빗 테스트에 사용했던 테스트 트랙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이며, 자체적으로도 래빗 전시 모델들을 보유하고 있다. 스바루의 현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이지만, 과거와 뿌리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은 작은 모터사이클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