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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르망 24시간 레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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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6-21 06: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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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1신- 아우디와 푸조 디젤로 맞 붙다.

지구촌에서 열리는 내구 레이스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끌고 있는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토요일 오후 3시에 시작된다. 하지만 서키트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예선기록 측정을 위한 것도 있지만 경기와 관련된 각종 준비를 위한 작업으로 인한 것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다지 서두르는 느낌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다.

글 사진/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아침 9시인데 벌써 스탠드는 절반 정도 관람객으로 차 있다. 진입로는 이미 교통체증으로 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필자 역시 차에서 내려 걸어서 프레스센터까지 가서 등록을 하고 다시 당초 계획과는 달리 30분 정도를 걸어서 첫 번째 목적지까지 가야했다. 그러다보니 푸조관계자와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는 첫 번째 스케줄은 늦어서 취소되고 말았다. 그냥 아우디 엔진기술 책임자를 만나 아우디팀의 패독을 취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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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취재는 다우 오토모티브(Dow Automotive)에서 후원한 것으로 전 세계 8개국의 자동차 전문기자 8명을 초청해 이루어진 것이다. 아우디와 푸조에 그들의 디젤 관련 기술이 제공되고 있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행사의 일환이었다. 다우 케미컬은 미국의 종합 화학업체로 각종 화학제품, 의약품, 포장용품, 알루미늄, 천연가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르망 레이스에 출전하는 아우디와 푸조에 디젤 관련 기술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모터스포츠의 취재는 보통 이렇다. 경기 자체 취재를 위해 사전에 그와 관련된 각종 주변 상황들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물론 그 때문에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엔지니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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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레이스는 올 해로 75회째를 맞는다.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뒷부분에 별도로 추가한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2006년 경기에서 아우디가 처음으로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우승을 함으로써 더 많은 주목을 끌게 되었고 올 해에는 거기에 푸조가 역시 디젤엔진을 탑재한 머신을 들고 나오면서 처음부터 경기는 이들 두 팀에게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포르쉐나, 페라리, 아스톤 마틴, 코베트 등 쟁쟁한 팀들이 있었지만 경기의 양상은 아우디와 푸조의 대결로 펼쳐졌다는 얘기이다.

오후 3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V12 TDI 디젤엔진을 탑재한 아우디 R10 세 대와 역시 V12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 푸조 908HDi FAP 두 대가 그리드 맨 앞 열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관중석은 꽉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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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78대의 머신들이 일제히 출발했다. 총 13.629km에 달하는 서키트를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예년의 기록에 따르면 이 서키트를 약 300바퀴 정도 돌아야 경기가 끝나며 머신들의 평균 속도는 230km/h.

그러다 보니 포뮬러 1 등에 비해 호흡이 아주 길고 초반의 순위가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시 말해 출발 선 맨 앞에 서서 뒤쪽의 머신들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드라이버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우선은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출발한지 3분 30초 정도가 지나자 1주를 한 머신들이 다시 출발선을 지나간다. 순서는 푸조 908의 8번과 아우디 R10의 3번, 푸조 908의 7번, 아우디 R10의 1번과 2번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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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설비가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을 기억하며 필자는 초반 몇 주 동안은 직접 순위를 기록해 보았다. 그런데 2주째에 벌써 다섯번째로 달리던 아우디 2번이 선두로 나서며 새로운 라인을 형성했다. 다음으로 두 대의 푸조와 아우디 두 대가 뒤를 이었다. 2, 7, 8, 3,1번 순. 3주째에는 2, 8, 7, 1, 3 순으로 푸조 내에서 순위가 바뀐 정도.

이때부터는 프레스센터 등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코너에서의 모습과 순위 및 기록을 확인했다.
초반 베스트 랩 기록은 아우디 R10 2번으로 3분 31초 116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포뮬러 1처럼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관람객들은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추월 상황과 사고가 나면 탄성과 아쉬움을 그대로 나타내며 경기는 점차 뜨거워져 갔다.

7주째에 아우디 R10 1번이 피트 인했다. 선두 그룹 중 가장 먼저 피트인 한 것이다. 아직은 드라이버 교체 타이밍은 아니었다. 타이어 교환을 위한 것이었다. 르망 24시간이 열리는 유럽의 요즘 날씨는 몇 분 간격으로 비가 내렸다가 햇빛이 내리쬐었다가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각 팀에서는 아예 기본적으로 웨트(젖은 노면용 타이어) 설정을 한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 중간 설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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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우디 R10 1번의 타이어가 금호(KUMHO) 타이어의 로고가 선명하다. 몇 바퀴만 돌면 마모가 심해 교환해야만 하는 타이어는 내구 레이스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끝까지 금호 타이어를 사용해 경기를 마치기를 기대해 보았다.

약 36분만에 10주를 마쳤는데 벌써 선두가 맨 후미를 추월했다. 그만큼 실력의 차이는 뚜렷하다는 것이다. 선두 그룹의 순위는 2, 3, 7, 8, 1 의 순. 다시 피트인이 속출하면서 선두에는 아우디 R10의 3번이 올라왔고 이어서 7, 2, 1, 5 등 다른 머신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피트인이 끝나고 순위는 2, 1, 3, 7, 8로 아우디가 1, 2, 3위까지 점령하며 새로운 양상으로 변해 가는 듯했다. 피트 인하는 순간부터 머신을 손질하고 다시 피트아웃해 트랙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의 시간은 1분 30초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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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4시간 동안이나 진행되는 르망 레이스를 그렇게 호흡이 짧게 관전하면 안된다. 기다려야 한다. 경기를 치르는 팀원과 드라이버도 그렇지만 관중들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 중 가장 외로운 것은 물론 드라이버일 것이다. 취재 도중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바라 본 서키트는 관중석이 있는 부분은 말 그대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기다란 직선코스를 비롯해 다양한 코너들이 연속되는 코스가 아주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관람객들의 환성이 있는 짧은 곳에서의 흥분보다는 나머지 구간에서의 나 자신과의 싸움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다림이라고 하는 것이 당연히 누가 우승을 하느냐이겠지만 현장에서는 어느 머신이 사고 없이 재 페이스를 유지하느냐에 집중된다. 그도 그럴것이 경기를 시작한지 2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5시에 트랙에는 처음 출발 때 78대였던 것이 54대만이 달리고 있었다. 벌써 24대가 리타이어한 것이다. 특히 선두 그룹을 달리던 아우디 R10의 3번이 사고로 인해 리타이어하면서 아우디팀은 레이스의 전개를 새롭게 짜야만 했다. 선두 그룹의 순서는 2, 8, 1, 7 등으로 여전히 아우디와 푸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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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시간 동안 엄청난 투자를 하고 정성을 들여 1년에 한 번 열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했지만 경기 시작한 지 두 세시간만에 리타이어하게 되면 그 실망감은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그런 가혹한 조건을 견디는 자에게만 허용되는 공간이다.

이 상태로 하루 밤을 새고 다시 일요일 오후 세시까지 달려야 한다. 리타이어하는 쪽인 아쉽겠지만 지켜 보는 관람객들은 누가 더 강한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오후 10까지도 날이 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밤은 찾아 오고 그 기나긴 시간 동안 각 팀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 물론 그런 사투는 관람객들도 한다. 이정도 시간이 되면 관람객이 텅 빌만도 한데 여전히 들고 나는 사람드로 서키트 주변은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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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기자들도 서키트 주변에 임시로 만든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그 굉음 속에서 하루밤을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숙소 문제로 인해 TGV를 타고 파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틀째 경기 결과를 기대하며….(계속)


르망 24시간 2신-디젤 머신 아우디와 푸조 1, 2위로 골인

지난 밤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파리로 가는 길은 그다지 편치만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뒤가 근질거렸다. 모든 일이 원하는데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세상이기 때문이리라.

9시에 레이스 트랙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TGV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기다렸고 한 치의 오차없이 르망 역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쏟아냈다. 또한 레이스 트랙에 도착하는 길도 첫날과는 달리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9시의 상황은 밤 새 안녕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상황이었다. 두 대의 아우디와 두 대의 푸조 등 우승 후보로 꼽히는 머신 들 아우디 머신 하나가 리타이어해 모습을 감춘 것. 아우디는 어쩌면 의욕이 너무 앞선 것인지도 모른다. 첫 날 리타이어 한 3번 머신도 기계적인 이상이라기 보다는 코스에서 이탈하는 사고로 트랙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초반부터 좋은 페이스로 나가던 상황에서 좀 더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레이스가 시작된지 18시간 정도가 지난 상황에서의 순위는 아우디 R10이 선두, 그리고 푸보 908 HDi가 2, 3위, 그 뒤를 페스카롤로(Pescarolo) 두 대와 아스톤 마틴, 코베트 등이 달리고 있었다. 선두 아우디는 275랩째를 통과했고 2위 푸조는 270랩째로 다섯 바퀴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 이때까지 살아 남은 머신은 모두 37대로 맨 후미는 198랩째로 77랩의 큰 차이로 시간상으로는 두 시간 가량의 갭이다. 베스트 랩타임은 첫 날보다 더 빨라졌다. 아우디 R10의 기록이 3분 27초 729초. 하지만 후미 머신의 베스트 랩 타임은 4분 22초 687로 역시 만만치 않은 실력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참고로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한 머신들은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순위를 결정한다. 그러니까 같이 달리기는 하지만 시상은 카테고리 별로 한다는 것.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물론 그룹C카에 속하는 프로토타입 머신들이 경쟁하는 LMP1, 그리고 역시 그룹 C카이지만 중량에서 9255kg이하의 LMP1보다 낮은 775kg, 엔진 실린더에 제한이 없는 LMP1에 비해 8기통으로 제한된 LMP2, 그리고 양산차를 베이스로 하는 LMGT1과 LMGT2가 있다. 이 역시 중량과 출력 등에서의 한계를 설정해 구분하고 있다.

물론 필자를 비롯하 대부분의 미디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우디와 푸조 등이 싸우는 LMP1 카테고리.

점심시간까지는 큰 변동이 없이 레이스가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1시경이 한 대 남은 아우디 R10이 페이스 다운되며 뒷 차에 추월 당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순간적으로 푸조 진영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런 푸조측의 기대와는 달리 아우디는 피트 스톱 후 드라이버를 교체하고 여전한 속도로 레이스를 진행해 나갔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비가 오락가락한 것은 계속 있었지만 폭우가 쏟아지자 관중석 등에서는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더불어 빗길에 미끄러져 리타이어하는 차가 한 두대 생겨났다. 불과 몇 시간을 남겨 두고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폭우로 인해 랩 타임도 4분 40초에서 5분 50초대로 늦어졌다.

이어서 푸조 908 중 한 대인 7번이 페이스가 다운되며 뒤로 밀렸다. 결국 피트 인했고 50여분 동안 수리를 하려해 봤지만 끝내 피트 아웃하지 못하고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때의 순위는 아우디 R10의 1번, 푸조 908의 8번, 페스카롤로의 16번 등의 순. 선두 머신이 360랩째를 돌고 있었고 2위는 6랩 늦은 354랩.

그때부터는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리타이어하지 말고 모두 완주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런데 그 생각과 동시에 한 대 남은 푸조 8번이 페이스가 떨어지며 피트인했다. 레이스 종료 45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중계 모니터에 비쳐진 드라이버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 레이스 시작 전 프랑스 수상까지 와서 공식적으로 푸조팀을 응원하고 갔는데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패독 안에서 윈도우에 물기를 닦는 팀원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비는 쏟아붓는데 관중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전히 폭우는 계속되고 예상 외의 주행력을 보였던 푸조가 여기에서 꿈을 접여야 하는가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24분을 남기고 푸조 908HDi 8번이 피트 아웃했고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결국 LM GT1 카테고리에서는 아우디와 푸조가 1, 2위로 골인했고 두 대 모두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남긴 레이스였다.
레이스 트랙에서 두 대의 디젤 머신은 배기음이 가솔린 머신보다 낮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파워 추출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래서 어쩌면 머지 않아 포뮬러 1 그랑프리에서 디젤 머신이 등장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르망24시간, 아우디, 푸조, 그리고 브랜드 가치

경기는 끝났다. 숨가쁜 일정을 따라 가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숨을 좀 돌리고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의 의미 및 그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자.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포뮬러 원과 르망 중 어느 경기가 더 우위에 있는가. 단적으로 질문하면 어느 경기가 더 인기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포뮬러 원이다. 포뮬러 원은 지금 연중 시리즈로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되는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만큼 드라이버들의 수입도 천문학적이다. 우리나라에서야 그다지 인식이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열광하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르망 24시간 레이스 한 경기가 포뮬러 원의 1년 시리즈 경기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것은 기술력과 팀웤, 운전자의 드라이빙 테크닉, 그리고 24시간 동안 견딜 수 있는 내구력 등 종합적인 능력 및 실력을 가늠하는데는 르망24시간이 더 앞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종합적인 신뢰성과 품질, 기술력, 주행성, 혁신적인 테크놀러지 등을 집중 점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한 경기에 22대 정도의 머신이 참가 해 몇 시간만에 끝나는 포뮬러 원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을 한다.

현장에서 만난 아우디의 레이스 및 특수 엔진 개발 책임자 울리히 배레츠키(Ulrich Baretzky)는 다른 레이스와 달리 현재 시판 중인 수퍼카 즉, 페라리를 비롯해 포르쉐와 아스톤 마틴, 코베트 등이 참가하고 있으며 프로토 타입 카테고리의 머신 역시 양산차의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포뮬러 원을 앞선다고 주장했다.

그 머신들이 모여서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평균 속도 200km/h이상으로 주행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지옥훈련 그 이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 해의 경기에는 모두 55대의 차량이 참가했으며 참가 드라이버는 165명이 총 주행거리 5,200km 이상을 주파해야 한다. . 참고로 한 명의 드라이버가 14시간 이상을 운전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속도 면에서는 포뮬러 원을 따라가지 못한다. F1 사상 최초의 흑인 우승자를 배출하며 같은 주말 미국 인디아나 폴리스에서 열린 미국 GP 는 최고속도가 300km/h를 넘고 엔진의 최고출력도 700마력을 넘는다. 그 경기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토요타의 경우 1년에 5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발표했었는데 이는 르망 24시간을 위해 한 팀이 투자한 최대 비용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포뮬러 원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사람들은 르망 24시간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한 제반 사항들은 포뮬러 원 1년 시리즈와 맞먹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 느낀 것은 그런 주장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설득력있는 얘기는 1906년 르망에서 첫 번째 그랑프리가 경기가 열렸었는데 1923년부터 다른 형태로 모양을 바꾸어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탄생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초창기의 그랑프리는 하루 이상 주행을 했고 그런 점에서 현재의 르망 24시간이 원래의 그랑프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24시간 동안5,200km 가량의 거리를 엔진부터 서스펜션, 트랜스미션, 브레이크 패드 등을 전혀 교환하지 않고 오직 타이어와 운전자 교체, 연료 주입만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뭉쳐진 팀웍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여겨지고 있는 포뮬러 원은 페라리가 지배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아우디가 2000년 이래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에는 벤틀리에게 우승을 내주었지만 그것도 같은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의 배려로 인한 것이다. 물론 엔진은 아우디제였다. 다시 말해 포뮬러 원이 하나의 이벤트로서 별도의 기술을 동원한 이벤트성 경기라면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자동차의 기술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과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우디는 바로 그런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통해 그들의 ‘기술을 통한 진보’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울리히 배레츠키는 “우리가 르망 24시간에 출전하는 것은 우승을 위한 것도 있지만 우리의 기술력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가 르망 24시간을 통해 입증한 신기술들은 모두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 시간 동안 이루어진 인터뷰를 통해 아우디의 기술력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으며 경쟁 메이커들의 기술력을 철저히 분석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설명해 주었다.

아우디는 2001년 경기에 처음으로 직접분사 기술을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통해 소개했고 오늘날 폭스바겐 그룹의 모든 엔진들에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아우디는 다시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르망 24시간을 장악하며 그들의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디젤엔진 차량으로 레이스에서 우승한 첫 번째 메이커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그 행보는 앞으로도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해 경기장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인 것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아우디와 푸조 차량의 배기음이 다른 가솔린 차량의 그것보다 적다는 것. 경기장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엔진음과 배기음을 구분할 수는 없고 실제로 가청 영역은 배기음이 훨씬 크다.

아우디와 푸조의 디젤차는 느리고 매연이 많고 시끄럽다는 통상적인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앞으로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푸조의 경우 13년만에 르망에 복귀하며 디젤차로 2위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생산대수면에서 현대 기아그룹에 비해 뒤지고 있지만 이번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계기로 그들의 디젤 엔진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 시장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 근본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부실한 현대기아그룹에 비하면 그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아우디와 푸조는 르망 24시간 레이스라는 상품 가치가 높은 레이싱 활동을 통해 그들의 기술력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그것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항상하는 얘기이지만 그것이 곧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자세다. 그런 자세 기술력의 혁신이 없이는 결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없으며 긴 생명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폭우 속에서 끝난 75회 르망 24시간 레이스 트랙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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