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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품질 하락과 연비과장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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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11-08 14: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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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품질 하락과 연비과장이 의미하는 것

Danger, Risk.
두 단어 모두 위험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뜻은 다르다. Danger는 예를 들어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부상 등을 입을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에 비해 Risk는 주식투자를 했는데 상황에 따라서 수익을 크게 올릴 수도 있고 반대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순전히 기업체 입장에서만 본다면 지금 현대자동차의 상황은 분명 심상치 않다. 그런데 지금의 현대기아차의 상황이 Danger일까, 아니면 Risk일까.

2001년 필자는 '한국차 지금이 기회다.(기한재 刊)'라고 주장했었다. IMF 위기 상황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현대자동차는 부도 위기에 처한 기아자동차를 정부의 권유(?)에 의해 인수합병했었다. 1999년 1월 디트로이트오토쇼 프레스컨퍼런스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이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현장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모터쇼와 같은 제품 홍보의 장, 그것도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런 모습은 그 때 이외 그 어느 메이커에서도 볼 수 없었다.

당시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연 10만대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동차산업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차 지금이 기회다.'라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연구개발센터의 통합과 플랫폼 및 부품 공유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그것은 곧바로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비록 내수시장에서는 비용 대비 높은 가격 인상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힘은 대단했다.

물론 1998년 합병한 두 회사는 초기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이다. BH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전략은 그러나 경영진이 바뀌면서 없었던 일로 되었고 그냥 현대 제네시스라는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 라인업으로 끝났다.

내부 의견의 조율 실패였던 럭셔리 브랜드 전략과 달리 외부의 조언에 의한 사건도 있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현대는 세단, 기아는 SUV로 특화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당시의 글로벌 시장을 모르는 책상물림들의 이 이야기 역시 논의 끝에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제품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품질 개선에 모든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04년에는 현대자동차가 미국 J.D.파워 초기품질조사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브랜드별 순위에서 현대가 토요타를 앞지른 것에 대해 미국의 오토모티브뉴스는 '사람이 개를 문 것'과 같은 놀라운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2004 IQS(Initial Quality Study)에 따르면 브랜드별 결함지수 부분에서 현대자동차는 100대당 결함지수 102로 토요타의 104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하락했다가 다시 2006년에도 102로 토요타를 제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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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한지 7년여가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까지 미국시장이 호황 국면을 이어가면서 현대자동차의 상승세도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2009년 두 가지의 커다란 사건은 현대기아차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토요타의 리콜과 미국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신청이 그것이다. 승승장구하던 토요타는 제동이 걸렸고 GM과 크라이슬러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토요타는 물론이고 닛산과 혼다 등 모든 일본 메이커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고 현대기아차는 그로 인한 혜택을 충분히 누렸다.

올 초 현대기아차그룹은 연간 700만대 수준에서 규모를 더 늘리는 것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숨을 고르고 가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 전문가(?) 들은 충분히 설득력있는 얘기로 받아 들였다. 그러니까 특별한 문제가 없이 현대기아차는 승승장구를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2년 현대기아차는 그동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금까지 개발 시판한 모델 들 중 라비타(Lavita)라는 모델 외에는 모든 모델들이 성공적인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2011년 내 놓은 벨로스터와 i40, 그리고 기아 K9은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유는 제품 문제가 아니라 전략 문제다. 벨로스터는 이미지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평범한 모델로 인식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성능 모델로 부각시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 전용 모델 i40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에쿠스보다 훨씬 좋은 성능과 장비를 갖추고도 엔진을 3.3리터와 3.8리터 사양만 탑재해 제네시스급인데 가격은 1,500만원이나 비싸다는 이미지를 만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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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6월 미국 J.D.파워 초기품질조사에서 현대는 작년 11위에서 업계 평균 102 이하인 18위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2004년이나 2006년의 수준보다 더 좋지 않은 수치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증가는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격 대비 가치'에서 높은 평가로 인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쟁 메이커들의 품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현대자동차만 하락한 것이다. 당시 결함지수 104였던 토요타의 2012년 지수는 88로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지금까지와 같은 접근으로 생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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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연비 과장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미국 법인이 2012년 모델을 중심으로 표시되어 있는 연비를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EPA가 실시한 테스트 결과와 양사가 제출한 데이터에서 연비가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적을 받아 들여 연비 표시를 변경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는 소비자보호와 자동차의 공정한 경쟁을 추구할 목적으로 연비와 배기가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EPA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연비에 관해 유저들로부터 공표되어 있는 수치와 차이가 난다는 많은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2012년 현대기아차에게 경고의 불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가 리콜 사태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곤욕을 치른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토요타는 2006년과 2007년에도 950만대의 리콜을 했었으나 그 때는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2009년 사건은 커져 버렸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한 대응을 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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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문제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시장 점유율이 10%에 육박하자 견제하는 세력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이야기이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개연성 이전에 현대기아차는 지금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냉철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차를 주문하고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만 보고 여전히 잘 나간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디트로이트 맨'으로 불리우는 밥 루츠의 '빈 카운터스(비즈니스 북스 刊)'에도 이런 탁상론자들의 오판에 대한 지적이 있다. 연비과장 문제뿐 아니라 성능 수치도 연비와 마찬가지로 자가인증제도로 인해 부풀려졌다는 것은 현대기아차 관계자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경영진의 현실 인식과 상황 대처 여하에 따라 Danger가 될 수도 있고 Risk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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