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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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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3-04-10 2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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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는 에쿠스와 같은 플랫폼을 베이스로 생산되는 모델이다. 이 플랫폼은 당초 토요타의 렉서스처럼 별도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계획 하에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도중 경영진의 교체와 함께 프로젝트는 바뀌었다. 현대 브랜드의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로 제네시스가 먼저 나왔고 나중에 에쿠스도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게 됐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현대자동차가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물론 토요타의 렉서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고 부가가치의 모델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꿀 수 있는 꿈이다. 명품이 넘쳐 나는 세상에 고가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품(名品)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 사치품들은 영어권에서는 력셔리 아이템(Luxury Item)이라고 한다. 어느 표현을 사용하든지 동양권의 시장에서는 그 명품의 의미가 상당히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남에게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상징으로서의 명품에 불과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 제품의 역사라든가 헤리티지, 장인 정신 등을 알고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하나의 상품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컨텐츠보다는 공공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물건, 제력을 과시하는 척도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 역으로 부족한 재력과 자신의 수준을 감추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명품의 판매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인정되고 있는 프리미엄의 조건은 우선 좋은 제품을 시작으로 역사와 헤리티지, 성능, 독창성, 희소성, 그리고 프리미엄 마케팅 등을 들 수 있다. 그것을 한 마디로 가치로 정의하기도 한다. 비싼 가격을 지불할만한 가치다. 300원 남짓밖에 들지 않는 스타벅스 커피를 3,500원~4,500원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그 문화와 가치에 대해 인정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마케팅에 대한 좋은 예가 있다. 40여년 전에 초콜릿의 명품인 고다이바(Godiva)를 인수한 미국의 중저가 식품 브랜드 캠벨수프사는 2010년 터키회사에게 매각할 때까지 모회사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대신 초콜릿 산지의 대명사인 벨기에산임만을 강조했다. 그 결과 스위스의 린트와 함께 고가 초컬릿 시장을 양분해 오고 있다.

그만큼 모 회사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미국의 GM과 포드가 스웨덴의 사브와 볼보, 영국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을 인수했다가 실패한 결과가 자동차산업에서도 그런 논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양산 브랜드의 마인드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사실 이 조건 중에서 좋게 보아도 아직까지는 좋은 제품 정도만 만족시킬 수 있다. 물론 아직은 판매대수가 적기 때문에 희소성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킨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케팅만 하더라도 매출 규모가 훨씬 큰 현대차그룹보다 수입차 브랜드 BMW코리아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많다.

지금 현대자동차는 그런 프리미엄의 대열에 끼기 위해 다양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시도는 제네시스의 출발인 BH프로젝트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브랜드'의 계획은 무산됐다. 대신 그들은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를 동원하고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세우며 소비자들의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생각을 바꾸어 그동안의 프리미엄과는 다른 의미의 제품으로 받아 들여 달라는 얘기이다.

현대는 제네시스를 통해 성능을 입증해 보이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첫 행보는 나쁘지 않다. 세단과 쿠페 두 가지 모델을 내 놓았는데 세단에 대한 해외에서의, 정확히는 미국시장에서의 평가는 좋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일본의 빅3도 글로벌 존재감 제고의 장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시장에서의 반응은 중요하다.

문제는 현대라는 브랜드로 앞바퀴 굴림방식의 양산 브랜드 경쟁차와 뒷바퀴 굴림방식의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 모델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Value for Money(가격 대비 가치)'다. 최근 일부에서 되지도 않는 국격 운운하며 가치 상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시장이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한국을 잘 알고 있고 그들은 그에 걸맞는 평가를 하고 있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노력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상은 브랜드 싸움이다. 개인도, 기업체도, 국가도 브랜드 이미지로 먹고 산다. 그것은 언론을 통제해 과대포장하고 조작하고 잘못된 것을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부정부패가 많은 사회에서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수많은 검증과정이 필요하고 그 진정성이 받아 들여져야 비로서 싸움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원가가 많이 드는 독일이 고가의 내구성 소모품으로 수많은 명품을 만들어 내며 세계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규정이 있고 그것을 철저히 준수하고자 하는 자세 때문이다.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고 그것을 계승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남보다 앞서 개발한다. 독일은 바로 그런 그들의 자세와 가치관, 가치를 세상에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현대 브랜드의 제고에 앞서 과연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단계에 와있는지부터 되짚어 보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현대는 제네시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제네시스의 판매대수는 내수가 2만대 전후,수출 2만 5천대 전후로 연간 판매대수가 4만 5천여대로 현대차의 전체 판매대수에 비하면 비중이 아주 약하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은 이미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제네시스는 에쿠스와 함께 현대 브랜드의 이미지 리더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토요타의 렉서스처럼 별도의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내 다른 성격의 모델로 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 아직은 전체적인 상품성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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