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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디트로이트 1신 - 디트로이트 파산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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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5-01-12 00:03:56

본문

2014년 12월 11일 디트로이트 파산 종료 선언이 있었다. 17개월 만에 회생한 것이다. 같은 달 GM의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한 27만4483대였다. 12월 기준으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치다. 픽업트럭 43% 증가하며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2014년 연간 판매대수는2013년보다 5% 증가한 290만대에 달했다. 쉐보레 크루즈와 스파크를 포함한 7개 모델의 경우 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5 디트로이트 오토쇼의 본격적인 업데이트에 앞서 디트로이트 시 파산에 대한 색다른 의견이 있어서 전재한다. 화폐전쟁 5(쑹훙빙 著 2014년 RHK刊)를 통해 저자 쑹훙빙이 쓴 글이다. (편집자 주)

2013년 7월 18일,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18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정식으로 파산을 신청했다. 이는 미국 도시 중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다. 도시도 파산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도시 재정이 극도로 악화돼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파산하는 것도 한 가지 선택이다.

디트로이트는 재정수입이 전혀 없거나 현금흐름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라 거액의 채무이자를 제때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예측 가능한 미래에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법원은 제때에 채무지급이 가능한 도시에 대해서는 쉽게 파산을 선고하지 않는다. 해당 도시의 현재 채무 상황과 미래의 지속적인 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파산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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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가 파산하면 180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는 누가 갚아야 할까? 말할 것도 없이 갚을 사람이 없다. 채권자들은 행정 재산을 매각한 얼마 안 되는 돈을 나눠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채권자인가? 디트로이트 정부가 지급 약속만 하고 돈을 지급하지 않은 모든 사람이 채권자이다. 총 10만명 정도인데 이 가운데 2만 명은 퇴직자이다. 이들은 당연히 심각한 연금 손실을 입었다. 이밖에 은행, 채권 보유자, 채권 담보인 등도 채권자에 포함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나 채권자들 사이에는 평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채권자 중 정부 재산(건물, 수입 담보 등)을 담보물로 확보한 사람들은 빌려준 돈을 계속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담보 자산을 자기 소유로 바꾸거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한다. 반면 다른 채권자들은 특수 상황이 아닌 이상 파산 법원의 판결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땡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디트로이트의 행정 재산은 별 가치가 없더라도 디트로이트 미술관(예술박물관)에 소장된 유화, 공예품과 각종 보물의 가치는 무려 30억 달러에 이른다. 채권자들은 궁지에 몰릴 경우 이 보물들을 경매에 부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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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자동차 도시로 위용을 자랑하면서 미국 산업 성장의 상징이었던 위대한 도시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몰락했을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1971년 미국의 금본위제 폐지를 계기로 악화(배드머니)가 산업경제를 몰아낸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로 인해 산업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자 미국 동서 해안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던 우량 산업자산은 해외로 대거 빠져나갔고, 새로 늘어난 우량 자산으로는 손상된 경제를 회복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국 경제의 쇠퇴를 초래한 이런 러스트 벨트에 디트로이트도 포함돼 있었다.

디트로이트 파산에 치명타를 가한 부채는 2005년에 새로 빌린 14억 달러의 자금이었다. 시정부는 이 자금으로 심각한 손실이 생긴 2개의 연금 계좌를 구제하려고 시도했다. 퇴직자들의 연금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새로 빚을 내서 오랜 빚을 갚는다는 발상 자체는 분명히 옳지 않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디트로이트 정부는 이 14억 달러의 채무와 관련해 메릴린치, UBS 등의 은행과 치명적인 금리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융위기 발생 후 금리스왑 계약은 디트로이트 재정의 숨통을 죄는 올가미로 작용했다. 해마다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마이너스 자산(negative asset) 상태가 지속됐다. 급기야 2009년 디트로이트의 신용등급이 급강하하면서 은행들과의 금리스왑 계약은 자동적으로 해지됐다. 디트로이트 정부는 은행에 수억 달러의 '보상금'을 강제로 지급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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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자금줄이 말라 돈을 구할 수 없었던 디트로이트시 정부는 메릴린치와 UBS를 찾아가 통사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은행들이 코앞에 다가온 먹잇감을 놓칠 리 만무했다. 은행들은 디트로이트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재정과 세수를 담보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디트로이트 정부는 순순히 그들의 요구에 응했는데, 이것이 결국 불구덩이에서 뛰쳐나와 더 큰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메릴린치와 UBS는 이 거래를 통해 담보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일반 채권자에서 재정수입을 담보자산으로 보유한 고급 채권자로 탈바꿈했다. 디트로이트가 파산하더라도 파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채무를 상환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량 자산 분할시 우선권도 행사할 수 있었다.

메릴린치와 UBS의 독수에 걸려든 디트로이트는 묵은 채무를 한 푼도 갚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재정과 세수 담보권마저 빼앗겼다. 2013년 6월, 디트로이트는 14억 달러의 채무가 거의 2배 증가한 27억 달러로 불어났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 가운데 7억 7,000만 달러는 금리스왑 해지 비용이었다. 계약이 유지될 경우 5억 달러의 이자를 지불하면 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이다. 새로 증가한 채무와 꼭 지급해야 할 연금 지출 등을 합친 액수는 디트로이트의 2017년까지 재정수입의 65%에 달했다.

디트로이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메릴린치와 UBS도 본인들의 행각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디트로이트 파산 협상에 참가한 자리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그렇다. 우리가 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위대한 도시를 파산하게 만들었다는 오명을 쓰고 싶은 은행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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