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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핵심 디지털 맵 HERE도 독일 메이커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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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5-11-05 0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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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핀란드 노키아사 산하에 있던 디지털 맵 전문회사 HERE가 독일의 BMW와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의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6년 초 인수절차가 완료된다. 2015년 4월 매물로 나온 HERE는 8월에 28억 유로에 독을 프리미엄 3사의 산하에 들어간 것이다. 이 금액은 HERE사의 2015년 매출액의 약 2.5배에 상당한다. 그런데 노키아가 HERE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통신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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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가 시장에 나오자 중국의 검색 서비스인 바이두를 비롯해 미국의 우버(Uber), 그리고 SNS의 대명사인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인수에 뛰어 들었었다. 그 중 독일 메이커들이 가장 경계한 것이 바이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지도를 관리하고 정부의 영향을 받기 쉬운 중국 기업이 HERE사를 인수하게 되면 중국 정부의 의중에 따라 지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HERE사가 사실상 독일 메이커들에 의해 성장했다고 할 정도로 깊은 관계가 매수의 배경이기도 하다. HERE사의 전신은 미국 나브텍(Navteq)사다. BMW는 나브텍사 시절부터 관계가 돈독했다. BMW는 나브텍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지도 개발을 적극 후원해왔다. 다시 말하면 HERE사가 디지털 맵시장의 절대적인 존재로 부상한 것은 BMW의 기여가 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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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BMW가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인수하게 된 것은 단독으로 매수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컸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한 단독으로는 HERE사의 미래 사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특정 회사 산하에 들어가면 HERE사의 데이터 판매에 한계가 나타날 수가 있고 그로 인해 톰톰만 어부지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BMW는 인수 전에 일본 토요타자동차에게도 의사타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토요타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손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독일 3사는 지금도 토요타자동차에게 참여를 권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해 아예 관심 밖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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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가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자율주행자동차 때문이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라고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의 주도권 쟁탈전은 결국 디지털 맵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HERE사는 전 세계에 200~250대 이상의 자동차를 운행하며 자동운전의 자차 위치 추정과 ADAS에서 타 차의 위치를 올바로 파악하는데 필요로 하는 고정밀도의 3차원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HERE사를 수중에 넣은 독일 3사는 미래의 자율주행과 ADAS용 지도 사양을 자신들이 원하는데로 결정하기가 용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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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자율주행과 ADAS용 지도의 개발이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차의 철로처럼 정확한 선을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도의 필요성이 당장에 절박하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그 때문에 독일 프리미엄 3사의 HERE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자동차회사들에게 지도 개발은 비경쟁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각종 전기전자 관련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서플라이어들로부터 공급 받아 자동차를 조립하는 사업 형태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에도 인수한 것은 기존 사업을 지속적으로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어적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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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웹브라우저 시장이 익스플로러에 의해 장악된 것을 되새겨 보면 좀 더 뚜렷해 진다. 초창기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 등 웹브라우저가 있었으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에 익스플로러를 공짜로 끼워 넣으면서 나머지는 모두 고사됐다. 스마트폰의 OS를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96.4%를 장악한 것과도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서는 독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겠지만 다양성을 말살하고 군소업체들의 기회를 통째로 빼앗아 버렸다. 아예 싹을 잘라 버렸다. 이런 행위를 좋다고 찬양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계 카 내비게이션용 지도 사업은 HERE와 톰톰(TomTom)에 의한 독과점 상태다. 그 중 HERE사는 유럽과 미국 자동차의 카 내비게이션 지도 80%를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HERE사가 지도를 공급하지 않으면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차를 판매할 수가 없다. 특히 HERE사의 지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독일 메이커들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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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보이고 있는 ADAS는 GPS와도 연동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용화에 GPS를 빼놓을 수 없다. 보다 정밀한 GPS 및 맵 데이터가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이라는 의견도 많다. 현재의 GPS 정밀도는 충분치 않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GPS 오차가 cm 단위까지 좁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맥킨지 & Co.는 2020년이 되면 자동차용 맵 데이터 시장이 1,800억 유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의 6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HERE는 200개국 가까이를 커버하는 맵과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언어도 50개 이상을 지원한다. 사실상 모든 국가를 커버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개발 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거기다 하루 단위로 맵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정확성도 매우 높다. 40개국에서는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도 가능하다.

북미와 유럽에서 팔리는 신차의 80%가 HERE 맵을 사용한다. OEM 맵 회사로는 가장 큰 규모이고, 연간 1,000만대 규모이다. 노키아에 따르면 HERE는 북미와 유럽 OEM 회사의 80%에 맵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야후, 바이두에도 데이터를 공급 중이다. 런던의 한 조사기관은 HERE 같은 맵 데이터 기술은 개발이 매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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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화두는 태양광을 비롯한 풍력, 지열 등 에너지와 중국시장, 그리고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 기술은 구글이 주장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보다는 자동차회사들이 주장하는 4단계인 제한적 자율주행차가 유력해 보인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운전자가 발을 떼는(Fleet Off) 단계와 손을 떼는(Hands Off) 단계를 넘어 눈을 뗄(Eyes Off)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필요한 것이 고정밀도의 디지털 맵이다. HERE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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