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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 '온화한 군주(Gentle Sovere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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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5-11-10 15: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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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신차 EQ900이 언론에 사전 공개됐다.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바탕으로 개발된 EQ900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해 주고 있다. 제네시스는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경쟁 상대로 하고 있다. 게다가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캐딜락과 링컨은 물론이고 30년 가까이 되는 일본의 럭셔리 브랜드들과도 싸워야 한다. 그를 위해서 우선 제품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나아가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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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략은 제품으로 설명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신차 EQ900은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차만들기를 하는 입장에서 제시해야 할 방향성과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내건 슬로건은 '인간 중심의 진보'다. 아우디의 '기술을 통한 진보'와 크게 대비되는 표현이다. 이는 미투(me-too)가 아니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이미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해 온 기존 브랜드들과 같은 방향성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우선은 그런 슬로건을 만들어 낸 것에서는 평가받을 만하다. 지금도 많은 메이커들이 럭셔리 브랜드들을 키우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포지셔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확립에 성공하지 못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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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는 안전을 바탕으로 하는 귀족의 품위를 내 새운다. BMW는 엔진을 중심으로 한 파워트레인으로 펀(Fun)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아우디는 콰트로를 바탕으로 하는 에브리데이 스포츠가 브랜드 이미지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을 무기로 하고 있다. 재규어는 럭셔리 스포츠카가를 지향한다. 그 외에는 아직까지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예가 없다. 제네시스는 그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이 등급의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다. 평가 받기 위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처음에 마차에 엔진을 얹어 탈 수 있는 기계로 개발됐다. 그것이 안정적인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길들이는 단계를 거쳤다. 달리기가 숙성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서 석유와 함께 2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시간과 공간을 단축해 인류의 산업 발전에 전무후무한 공헌을 했다. 경쟁자가 많아지자 안전성과 효율성, 기술력, 고급스러움 등을 추구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그마저 이제는 갭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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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에너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거기에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실용화되면 자동차에서 지금까지 핵심적인 요소였던 '달리는 즐거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차 안에서 페달에서 발을 떼고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면 내가 조종하는 맛보다는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을 단축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공간을 창조하는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신차 EQ900의 개발 방향은 그런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있다. 전방위적 안전 추구와 인간 중심의 최상급 편안함, 그리고 정제된 동력 성능 확보가 그것이다. 표현은 특별한 것이 없다. 대형 세단이 아니라도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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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감 만족을 캐치 프레이즈로 하는 실내 공간에 대한 내용이다. 최고급 세미 아닐린 가죽은 이태리의 파수비오(Pasubio)사와 공동 개발했다. 리얼 우드트림을 사용하고 스티어링 휠을 이태리산 가죽으로 감싼 것 등은 당연한 선택이다.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가죽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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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모던 에르고 시트'는 독일 척추건강협회까지 동원해 공인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척추 지지성을 확보하고 앞좌석 22웨이, 뒷좌석 14/18웨이 전동 및 메모리 시트 등을 기반으로 한 서울대 의대 임상 실험 검등 결과를 토대로 한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 등은 현대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 시트의 스티치 라인마저 오스트리아 복스마크(Boxmark)사와 공동 개발했다고 한다. S클래스나 7시리즈, A8 등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문 업체들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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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시 미끄러짐을 최소하고 안락감을 극대화하는 스트레스없는 시트는 다양한 착좌 모드를 원 터치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탑승자의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은 추천 자세를 설정해 준다. 이는 실제로 장기간 사용해 봄으로써 경쟁 모델과의 비교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어떤 차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센터 페시아의 버튼을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 그리고 이 시대의 화두인 커넥티비티에 대한 대책도 만만치 않다. 탑승자들은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과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블루링크 긴급 구난 서비스 시스템으로 스트레스 없는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이제 한국의 최고급차도 내용면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 꿀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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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실내 공간의 창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음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의 소비자들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소음 대책도 한 단계 발전했다. 도어부와 윈도우, 환기통로의 차음 설계는 물론이고 모든 글래스에 차음 유리를 적용했다. 소음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토요타의 렉서스와 비교해도 자신있다는 설명이다. 공간을 창조해야 하는 시대에 공간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얘기이다.


물론 그런 감성적인 측면도 아직은 주행성에서 뒷받침되지 못하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현대는 폭스바겐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부문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었다. 이번에는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해 하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현대로 온 지 8개월 된 시험 및 고성능차 담당인 그는 이미 아반떼 AD 등에서 그의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EQ900의 주행 질감은 이미 상상 이상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사전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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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기존 16.3%에서 51.7%로 늘려 화이트 보디의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EQ900을 '온화한 군주(Gentle Sovereign)' 로 개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에서 한 일 중 가장 많은 비중이 거의 모든 형태의 도로와 노면이 있는 한국을 현대와 제네시스차로 달린 것이었다고 했다. 독일의 아우토반과는 달리 열악한 한국의 도로를 소화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현대차는 EQ900의 개발에서 실차 테스트의 비율을 60%까지 끌어 올렸다. 통상적으로 양산 브랜드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70% 이상 한다. 비용 저감을 위한 것이다. 오늘날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기여도도 상당히 높지만 알버트 비어만은 실차 테스트를 통한 피드백으로 EQ900의 주행성 향상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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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의 스타일링 디자인은 선대 모델에 비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측면의 허리선은 완고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과하지 않은 새로운 프리미엄이라고 설명한다. 그보다는 우선 한국의 고가 대형 세단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공략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코리안 팩터(Korean Factor)라는 표현을 사용해 그동한 구축해 온 현대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인간을 중심으로 한 진보', 공간을 창조하고자 하는 차만들기, 기본기 강조라는 틀에 맞는 주행성의 향상, 더불어 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한 기초 기술의 확보 등이 제네시스가 EQ900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이다. EQ900은 우선 국내시장의 사용자들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그것은 제품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산 브랜드의 마케팅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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