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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영국 자동차 시장 쇠퇴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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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6-06-27 18: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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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EU탈퇴를 선택했다. 지난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국민의 51.9%가 EU를 떠나는데 찬성했다. 국민투표 결과 발표 이후 세계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영국 파운드의 환율은 급락한 반면 영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엔화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의 주가도 크게 흔들리며 24일을 ‘검은 금요일’이라고 불렀지만, 국제기구와 주요 중앙은행들의 빠르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으며 대처했다. 그 결과, 27일 파운드의 환율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증시 또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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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안정되고 있지만, 시장을 보는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까진 협의를 위한 2년이란 시간이 필요하지만 2년은 최소한의 기간일 뿐 3~4년까지 늘어날 수도 있고, 안정화되기 까진 10년의 시간을 전망하기도 한다. 국제기구와 주요 중앙은행들의 발 빠른 대처와는 달리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대책을 논의하면서 일단 관망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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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했던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이번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자동차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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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유럽 자동차 공업협회는 2016년 유럽시장에서의 판매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올해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이유는 유럽 신차 판매의 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2016년 1~4월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으며 ACEA는 이러한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2016년 성장 전망치를 1월에 발표한 2%에서 5%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 자공협의 디터 제체 회장은 "여전히 금융 위기 이전의 1550만대 수준을 밑돌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자유 무역의 확립과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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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영국은 EU 탈퇴를 결정했고 자동차 업계 또한 영업전략을 수정하는 등 앞으로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포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확정된 24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인력 감축을 진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에는 포드 뿐만 아니라 토요타, 혼다, 닛산, BMW이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포드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탈퇴까지 최소 2년이 남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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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닛산, BMW와 같이 영국에 생산기지를 둔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은 즉각적인 대응을 표명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생산 거점의 이전과 같은 전략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영국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에는 재규어랜드로버, 에스턴마틴, BMW-MINI,롤스로이스, 벤틀리, 멕라렌, 모건, 로터스, MG와 같은 전통적인 영국 메이커과 혼다, 토요타, 닛산, GM, 중국 Geely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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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EU 탈퇴로 영국과 유럽의 자동차 시장에는 변화가 생기게 된다. 그 원인은 바로 관세. 최소 2년 후부터 진행될 EU 탈퇴로 영국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은 그렇지 않은 메이커들에 비해 10%의 관세만큼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유럽에서의 생산기지로 영국을 택한 메이커들의 경우 EU국가에 수출시 10%의 관세가 추가되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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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영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현대차 i10의 경우 영국 소형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영국의 EU탈퇴를 통해 현대기아차 또한 당장 큰 손실은 없겠지만, 향후 관세로 인해 영국산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경쟁에서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국 판매는 약 16만 7천여대로 유럽시장 판매 실적의 19.8%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쌍용차 또한 유럽 수출 물량의 30%를 영국시장이 차지하는 만큼 향후 관세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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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영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이다. 영국 자동차 시장은 서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지난해 신차 등록 260만 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영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차량 등록대수는 잉글랜드가 160만 대, 스코틀랜드가 14만2000대, 웨일즈가 6만9000대로 현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2011년 이후, 잉글랜드 남동부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해 지난 5년간 이 지역에서 증가한 차량 대수만 37만3200대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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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영국의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증가한 이유는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와 여성 운전자의 증가로 보고 있다. 또한 최근의 실적 증가에는 금리인상 전 저금리 대출로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의 증가에 의한 원인도 반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 교통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버스 이용객 수가 지난 6년간 2/3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영국 9개 지역 중 5개 지역에서 2인당 1대의 차량을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민들의 자동차 구입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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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국 내 내수시장의 활성화로 수출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영국산 자동차 49.4%가 EU시장으로 수출됐으나 EU시장 경기회복 둔화로 인한 구매력 저하와 영국 내수시장의 활성화, 그리고 영국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차 지원정책에 따라 제조사들이 영국 내수용 저배출차량 생산을 확대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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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입 증가와 이에 대응해 영국 내 판매 비중을 높인 시점에서 영국의 EU탈퇴로 인한 경기 둔화, 소비 심리 위축은 영국 자동차 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보다는 개인 소비자가 수요를 견인했던 만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다면 영국 자동차 시장은 생각보다 큰 위기를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서유럽 2위의 시장이 흔들린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유럽의 자동차 판매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지난 5월 5월 유럽 신차 판매 대수는 133만 59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5% 증가하면서 33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웃돌았지만, 불과 1개월 전의 낙관적인 전망만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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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EU간의 관세로 인해 기업의 부담은 증가하겠지만 이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데는 2년의 시간이 있다. 기업들에게는 시간이 있지만 당장 휘청이는 경기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위축되는 소비심리는 다음 달 유럽 신차 판매 실적에 반영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요 증가를 이끌었던 이민자들의 유입도 가파르게 감소할 것이다. 사실, 영국 자동차 시장의 쇠퇴만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노조 탄압으로 대표되는 마가렛 대처의 신자유주의적 개혁 이후 더욱 심화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영국 사회를 갈라놓았고 이것이 암담한 투표 결과를 낳았다. 자동차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영국 자동차의 쇠퇴’ 뿐만 아니라 ‘영국’의 쇠퇴가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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