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현대기아 R&D 모터쇼, 공유의 시대를 열다

페이지 정보

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0-17 03:47:18

본문

조금은 특이한 모터쇼가 있다. 이 모터쇼에는 화려한 조명도, 특별하게 꾸민 스테이지도, 자동차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컴패니언 걸도 없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도 힘든 어느 시골 마을에 그저 자동차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애초에 홍보가 거의 이루어지지도 않아 아는 사람들만이 겨우 찾아온다.

 

그러나 이 모터쇼를 찾는 사람들의 눈은 모두 빛난다. 자동차 구석구석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물론 구성되어 있는 부품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하고 일부 부품은 직접 탈거해 구성을 면밀히 확인하기도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진을 담는 것도 모자라 두꺼운 종이에 다양한 사항을 기록하기도 한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이 특이한 모터쇼의 이름은 현대기아 R&D 모터쇼로 매년 현대기아 남양연구소에서 개최되는 특이한 모터쇼다. 제일 큰 특징이라면 현대기아차가 벤치마킹을 위해 구입한 다양한 수입차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동차 내 곳곳을 뜯어보거나 확인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이 빛나는 이유는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자동차들의 부품과 구성 원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자동차 제조사가 한 대의 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경쟁 제조사의 모델들을 살펴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모터쇼를 통해 잠깐 살펴보는 것 뿐 아니라 자세한 분석을 위해 해당 자동차를 직접 구입한 후 다양한 주행을 직접 시행하면서 여러 가지 사향을 기록하기도 한다. 때로는 연구소에서 해체한 후 구성된 부품 하나하나를 직접 분석하고 좀 더 나은 부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만큼 부품을 공급하는 제조사들도 많다. 회사 내에 보유한 자금이 많고 대규모의 연구 시설을 갖춘 기업이라면 경쟁사의 부품이나 자동차를 직접 구입할 수 있겠지만, 소기업의 경우 지금 문제로 인해 이와 같은 일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소기업들에게 연구의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도 함께 갖고 있다. 실제로 모터쇼 현장에는 많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시된 자동차들의 부품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사진을 계속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그렇다면 과연 어떤 모델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까? 이는 개발에 돌입하는 모델의 세그먼트와 가격, 판매되는 시장에 따라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플래그십 대형 세단의 경우 메르세데스 S 클래스, BMW 7 시리즈 등 독일의 세단들이 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데 전 세계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도 할뿐더러 국내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LS시리즈도 준비되어 있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벤치마킹 모델들의 경우 국내에 정식 수입된 모델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식 수입된 모델이라도 다른 통로를 통해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벤치마킹 모델들의 경우 상당히 높은 비율로 직물시트와 수동변속기 등 옵션을 상당히 줄인 모델들이 확보되어 있는데, 수출하는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도 있겠지만 장식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차체 구조와 동력성능, 서스펜션의 움직임 등 자동차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더 확실히 파악하고자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특히 유럽 수출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수동변속기 모델 확보 비율이 높았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글로벌 C 세그먼트 시장의 벤치마킹용 모델들도 있었다. 유럽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오펠 아스트라는 물론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은 혼다 10세대 시빅,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마쯔다 3 등 다양한 모델이 전시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작년에 존재했던 푸조 308과 폭스바겐 골프 R이 전시 목록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 두 모델은 연구소에서 부품을 모두 해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희생으로 아마도 신형 i30의 완성도가 높아졌을 거라는 짐작을 해 본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유럽 B 세그먼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벤치마킹용 모델들은 대부분이 수동변속기 장착 모델이었다. 특히 정식 수입이 진행되고 있는 폭스바겐 폴로와 푸조 208도 수동변속기 모델을 구비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으며, 크로스오버 모델인 크로스폴로 등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모델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르노 클리오, 스코다 파비아도 확보되어 있어 현대차가 B 세그먼트 시장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에서만 판매되는 경쟁 모델들도 확보해두고 있었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현대차도 인도 시장에서 크레타 등을 판매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경쟁자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만큼 항상 경쟁 모델을 연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시장 확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글로벌 시장의 대세가 된 SUV 열풍을 반영하듯 다양한 SUV 연구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직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는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은 물론, 북미형 혼다 파일럿 등 다양한 모델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특히 티구안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각 부품을 철저하게 확인했는데, 엔진과 실내 장식은 물론 도어 힌지 등의 소소한 부품의 만듦새까지도 감탄하면서 이를 능가하는 부품을 만들겠다는 결의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전시된 자동차에는 모두 하체 사진이 같이 있었다. 자동차의 하체는 평소에는 볼 일이 별로 없지만, 연구 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다. 하체를 보는 것만으로 차체의 대략적인 구성은 물론 서스펜션 방식과 언더가드의 구성, 더 나아가서는 하체의 에어로다이나믹까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연비와 효율이 중요해진 현재 시대에는 하체까지도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제네시스 EQ900의 부품 구성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절개차도 전시되어 있었다. 각 부품의 출처는 물론 구조까지도 알 수 있어 현대차의 차량 제작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현대차가 그러듯이 경쟁 제조사도 제네시스 EQ900을 구입해 연구소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분해해서 부품을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EQ900의 부품 구성에 대해 놀라고 이를 능가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할 것이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또 다른 곳에서는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 니로에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이오닉의 경우 시승을 진행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역동성과 연비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토요타 프리우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경쟁 모델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운전자들이 어떤 하이브리드를 원하는가를 면밀히 분석한 후에 모든 역량을 담아서 만든 것이리라. 전시장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아이오닉과 니로의 탄생에 영향을 준 것이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체험 공간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연구하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었다. 손짓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BMW 7시리즈에 적용되는 제스처 컨트롤과도 일견 비슷한 면이 있으며 손짓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아직 연구중인 기술이기 때문인지 운전자의 손짓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손짓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손짓으로 대부분의 조작을 할 수 있어 좀 더 운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이 외에도 현대차에서 연구하고 있는 비밀 유지 자동차는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도 전시되어 있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아직 연구 중인 기술이어서 그런지 자세한 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고가의 LIDAR 대신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특정 구간에서 자율주행과 비슷한 형태를 구사하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비밀 유지 자동차는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 등장하는 ‘구리로 전파를 차단하는 집’을 떠오르게 했다. 이론상 이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도청이 불가능할 것이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R&D 모터쇼의 가장 큰 의미는 ‘기술에 대한 공유’이다. 부품 제작에 있어 자체 연구가 가능한 중견기업들만을 선정할 수도 있겠지만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의 부품을 공급받는 데 있어 중견기업만 선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기업에도 기술을 나누어줘야 한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경쟁차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구조와 완성도를 살펴본 후에는 적어도 비슷한 부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2bedc469ec9fab2706913ddccf9ba61e_1476643 

이와 같은 기술을 나누기 쉬울 뿐 아니라 벤치마킹 자동차들을 알려줌으로써 이들의 완성도를 능가하는 자동차를 제작하겠다는 포부도 동시에 알릴 수 있다. 소기업에게는 부품 질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어쩌면 R&D 모터쇼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모터쇼’ 인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마니아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자동차에 목숨을 건 사람들’을 위한 모터쇼인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