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주문제작, 미래 고급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한다

페이지 정보

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0-18 01:52:33

본문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동화, 커넥티드, 자율주행, 카쉐어링을 떠올린다. 그리고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실제로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근미래에 주행 거리와 효율이 높은 전동화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를 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현재도 전동화 자동차와 특정 상황에서 자율주행과 비슷한 형태의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3 

그리고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또 하나의 미래인 주문제작이 있다. 사실 주문제작은 미래라기 보다는 과거의 유산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지만, 자동차들이 천편일률화 되면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주문제작을 통해 가치와 수익을 올리고 싶어하는 제조사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부상한 ‘레트로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19 

대부분의 주문제작은 일반 소비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을 지닌 럭셔리카의 전문 영역으로 흔히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합리적인 럭셔리’를 표방하는 자동차 제조사들도 소수이지만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제조사가 PSA 그룹의 프리미엄 디비전인 DS이다. 차체 크기와 엔진의 배기량, 판매 가격만으로 럭셔리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면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다운사이징을 단행하거나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위해 밤새 연구를 거듭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급스럽게 제작한 오토매틱 시계의 가치가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0

19세기 말, 현대적인 개념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무렵의 모든 자동차는 손으로 제작했다. 당시의 자동차들은 귀족이나 돈이 많은 부호가 아니면 구매하기 어려웠고 구매 고객들은 자신의 자동차가 조금 더 특별하기를 원했다. 당시 귀족을 위한 특별한 마차를 제작했던 업체들은 이러한 요구에 따라 특별한 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으며 이와 같은 요구에 힘입어 주문제작 전문 업체들도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대적인 개념의 ‘코치빌더’ 또는 ‘카로체리아’의 시작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카로체리아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프레임과 엔진, 서스펜션 등 기초적인 부품만을 공급받은 후 그 위에 자체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차체를 얹고 독특한 색과 장식을 입혔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코치빌더 중 자가토, 투어링, 피닌파리나 등은 지금까지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코치빌더는 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에 많았으며 미국에도 소수가 존재한다. 한 대의 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 받침대를 대고 망치로 수 없이 철판을 두드려 곡면을 만들고, 나무에는 예술품에 가까운 조각을 적용했다. 보닛을 장식하는 엠블럼도 빼 놓을 수 없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1 

그러나 자동차 차체를 프레임 대신 모노코크로 제작하고 자동차의 대량생산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코치빌더도 서서히 몰락하게 된다. 더 이상 차체를 직접 제작할 수 없게 된 코치빌더들은 문을 닫거나 디자인 회사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소수의 자동차를 제작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동차에 혼을 불어넣는 소수의 코치빌더들도 있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1 

프랑스의 코치빌더 중 하나인 헨리 샤프론(Henri Chapron)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본래 프랑스의 고급차였던 탈보(Talbot), 드라제(Delage) 등을 기반으로 주문제작을 진행했으나, 1950년대에 갓 런칭한 고급 자동차인 시트로엥 DS를 몇 대 구입해 자신만의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총 389대의 DS를 개조했으며 그 중 대부분이 컨버터블이었다. 이로 인해 샤프론은 인지도를 얻었으며, 1968년에는 그의 역량을 동원해 샤를 드골 대통령이 탑승하는 특별한 시트로엥 DS를 제작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3 

그 뒤로도 시트로엥의 자동차들을 베이스로 다양한 스페셜 버전을 제작하고 프랑스 정부에 공급까지 했던 샤프론은 1978년에 사망한다. 그가 사망한 후 공방은 활력을 찾지 못하고 1985년에 문을 닫는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시금 주문제작이 고급 자동차의 수입원으로 떠오르고 그의 이름이 서서히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지금까지 특별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패션과 관련된 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스페셜 버전을 출시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색상과 관련된 사항만을 변경하거나 표면 또는 실내에 특별한 무늬 또는 데칼을 적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이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가죽 시트를 적용하는 것에 그쳤으며, 이 또한 독특함을 발산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량 생산되는 시설 내에서 소수의 자동차를 이와 같이 제작하는 것도 한 때는 대단한 일로 여겨졌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그러나 이제는 주문제작이 과거보다 조금 더 쉬워졌다. 공장이 자동화 되면서 컴퓨터 앞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특별 공정이 필요한 자동차 차체를 별도의 공방으로 따로 불러내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페인트 회사의 노력으로 인해 자동 조색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차체 색상을 쉽게 재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동화로 인한 공장의 잉여 인력에게 교육을 진행하면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에 투입이 가능하다. 많은 공정이 자동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죽을 다듬거나 바느질을 하는 공정은 인간의 손이 필요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그리고 공정에 있어 제일 큰 발전은 3D 프린터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정밀하게 다듬은 금속이나 나무, 플라스틱 부품은 장인 또는 예술가의 영역이었으며, 하나의 부품을 다듬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3D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금속 또는 플라스틱 부품을 원하는 형태로 즉시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과거 한 대의 주문제작 자동차를 제작하는 데 10명의 인원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3-4명의 인원만으로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주문제작의 단가 인하도 동시에 갖고 온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3 

소재 제작 기술의 발전도 주문제작을 쉽게 한다. 무두질 공정이 과거보다 쉬워진 나파 가죽은 물론 천연가죽을 능가하는 인조가죽과 인조섬유의 등장은 시트와 실내 소재의 다양한 변화를 갖고 왔으며, 카본과 금속 기술의 발전은 실내를 나무 또는 우레탄 외에도 다양한 소재로 꾸밀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현재는 카본을 플라스틱처럼 사출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어,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에 카본 파이버를 실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현재의 주문제작은 아직 한정된 부분이 있지만, 실내의 경우 대부분의 소재와 색상을 자신의 취향에 맞춰 바꾸거나 새로운 모양의 부품을 일부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외형의 경우 극단적인 변경은 불가능하지만 남들과 다른 독특한 색상을 적용하는 것은 쉬워졌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문제작 과정도 이전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됐고 그 범위도 조금씩 증가한 것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DS가 파리모터쇼에 전시한 DS5 커맨드 스페치알레는 주문제작의 현재를 보여준다. DS의 플래그십 크로스오버인 DS5에 독특한 펄이 적용된 색상인 ‘스타더스트 블랙’을 적용했다. 시트에는 DS의 상징인 와치 스트랩 무늬를 적용하면서도 기존의 무늬와는 다른 패턴을 적용해 독특함을 강조했으며, 이 패턴은 대시보드와 계기반 일부에도 적용되어 포인트를 만들고 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도어 패널, 리어 선반, 센터 암레스트에는 메탈 효과를 준 가죽을 적용해 메탈의 차가운 느낌과 가죽의 부드러운 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독특한 형태의 티타늄 기어 노브는 3D 프린터의 힘을 빌려 제작됐다. 글로브박스 안쪽과 스마트키에는 DS E 텐스 컨셉트카에 적용됐던 독특한 녹색을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신비함을 부여했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2 

DS가 무엇보다 주문제작에 유리한 점은 코치빌더의 전통과 동시에 패션의 힘이 막강한 국가인 프랑스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패션은 ‘아방가르드’를 기조로 독특함과 실용성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어, 자동차와도 잘 어울린다. 패션을 고려하면서도 각 스위치의 조작이 편하고 자동차의 운전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3 

이와 같은 독특함과 주문제작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DS E 텐스 컨셉트다. 이 차의 부품은 모두 정밀 가공되어 있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기 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402마력, 최대토크 52.6kg-m의 막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쿠페 형태에 걸맞는 출력과 미래를 생각하는 전기 모터의 적용 등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3 

이 차에 적용되는 액세서리들도 독특하다. 자동차와 한 세트를 이루는 헬멧 가방은 프랑스의 가방 전문 제작 업체인 모이낫(Moynat)에서 제작했다. 헬멧을 담아두는 실용성과 동시에 E 텐스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 질감도 갖추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디자이너 에머릭 프랑수아가 제작한 검은색 드레스는 주문제작의 정점을 보여준다. 자동차, 소품, 패션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주문제작의 명가, 그것이 DS가 될 수 있는 것이다.

 

023d2ee178ecee1ee0b75894c73001d8_1476723 

앞으로 자동차에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독특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주문제작 시장도 점점 커져만 갈 것이다. 과학과 기술, 공학이 융합되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거나 과거에 융성했던 시장이 다시 부활하는 등 우리의 삶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주문제작은 기술의 진정한 발전이 만들어 낸 또 다른 황금어장이 될 지도 모른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