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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인 디젤 규제,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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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1-25 06: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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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디젤엔진에 대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시장에서의 디젤 차량를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폭스바겐의 미국시장 판매 감소에 그치지 않고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클린 디젤로 대변되던 독일 3사의 디젤 엔진 뿐만 아니라 디젤 엔진에 주력하던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 또한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수입자동차 협회는 “디젤 자동차의 미래”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디젤 엔진에 대한 미래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규제로 그 가치가 퇴색되고 있는 디젤 엔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위험한 도박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의 엄격한 질소산화물 규제가 있다.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디젤엔진의 비용 상승 및 연비, 출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던 폭스바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작을 택했다. 9월 18일 폭스바겐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폭스바겐의 주가뿐만 아니라 독일 자동차 업체, 나아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위기를 맞았다. 그 동안 빠르게 강화된 규제 수준에 부담을 느껴왔던 회사는 폭스바겐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도로에서 배출가스 규제에 완벽히 대응한 자동차 메이커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실험실 환경에서만 배기가스 배출 허용기준치를 겨우 맞췄을 뿐 실제 도로주행 시에는 기준치를 초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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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새로운 배기가스 및 연비의 측정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의 측정방식으로는 실제 주행환경 하의 배기가스(RDE, Real Driving Emissions)가 기준치를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휴대용 배기가스 측정장비(PEMS, Potable Emissions Measurement System)를 활용해 RDE를 측정한 과거 여러 연구결과에서 이미 나타났던 내용.

 

폭스바겐 스캔들로 배기가스 및 연비의 측정방법이 실제 주행여건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면서 실험실과 실제 간의 괴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측정방법의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디젤엔진의 점유율이 높고 측정방법이 미국 대비 상대적으로 느슨한 유럽에서는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은 현재 연비 및 배기가스 측정 시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상의 주행여건을 고려해 만든 실험실용 주행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NEDC는 실제 주행여건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UN 유럽경제위원회(UNEDC) 주도로 좀더 실제 주행여건에 가까운 새로운 측정방법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WLTP(World harmoniz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라고 부르는 신규 측정방법은 빠르면 2017년 9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자동차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측정방법을 완화하거나 강화시기를 뒤로 미루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시중 차량 대부분의 실제 배기가스가 배출 허용치를 초과한다는 연구결과와 최근의 폭스바겐 스캔들은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일례로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WLTC의 도입을 2017년에서 2020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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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폭스바겐 스캔들로 측정방법 완화에서 강화 쪽으로 급선회되고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WLTC보다 더 까다로운, RDE를 직접 측정해 규제하는 방안을 2017년부터 도입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단 자동차업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2년간 유예기간을 둬, 이 기간에는 RDE를 실험실 측정결과보다 최대 60%까지 추가로 허용해 준다는 방안이다. 어떤 방식이 채택되든지 간에 결론은 실험실 내 배기가스 측정환경과 실제 주행환경과의 괴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가기 마련이다.

 

미국도 기준이 강화된다. 미국은 환경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이 측정방법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10월 8일 열린 폭스바겐 관련 하원청문회에서 EPA가 밝힌 바에 따르면 새로운 측정방법은 기존의 5-cycle 배기가스 실험실 테스트, 새로운 변수들을 측정하는 실험실 테스트, PEMS를 활용한 실제 주행 테스트 등 세 가지를 결합한 방식이 될 예정이다. 특히 폭스바겐이 사용한 속임수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미 측정방법을 바꿨으며 향후에도 구체적인 측정방법을 자동차업체들과 공유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배기가스 측정방법이 강화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2017년 9월부터 모든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를 실제 주행환경 하에서 측정할 계획이다. 2015년부터 버스, 트럭 등 3.5톤 이상 상용차를 시작으로 테스트가 진행되며 2017년 9월부터는 승용차를 포함해 전 차종으로 확대해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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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측면에서 가솔린에 비해 디젤엔진이 문제가 되는 건 질소산화물 때문이다. 연소방식 및 연료의 차이로 인해 가솔린은 CO2를 과다 배출하고 디젤은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erial)를 과다 배출하는 특성이 있다. 이 중 가솔린엔진의 CO2는 출력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어느 정도 대응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디젤 배기가스를 검게 만드는 주범인 미세먼지 또한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라는 정화장치를 통해 비교적 간단히 해결 가능하다. 문제는 디젤의 NOx이다. 디젤엔진은 산소농도와 연소온도가 높아 NOx 생성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소농도와 연소온도를 낮출 경우 NOx는 적게 생성되지만 이는 곧 연비와 출력 저하를 의미한다.

 

현재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주로 3가지 기술이 채택되고 있다. 이는 배기가스재순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 희박질소촉매(LNT, Lean NOx catalyst 또는 Lean NOx Trap), 그리고 선택적촉매환원(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다. 질소산화물 제거 성능은 EGR에서 LNT, SCR로 갈수록 우수하지만 가격 또한 이 순서대로 상승한다.

 

먼저 EGR은 배기가스를 다시 실린더로 보내 연소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을 줄인다. 연소온도를 낮출수록 NOx가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러나 연비 저하가 불가피하고 PM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한편 LNT는 NOx을 내보내지 않고 필터에 묶어 둔다. 이후 NOx가 쌓이면 연료를 일시에 분출해 NOx을 태워 환원(산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LNT는 차량의 구조변경도 필요 없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연료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연비 및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SCR은 NOx를 중화하기 위해 요소(urea)를 희석한 요소수를 사용한다.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해 차량 무게가 증가하고 요소수를 계속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NOx 제거 능력은 가장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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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4 이전 규제에는 EGR로 충분했으나 Euro 5와 Euro 6가 시행되면서 좀더 성능이 우수한 LNT, SCR의 사용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규제가 엄격한 미국에서는 LNT와 SCR을 조합한 방식이 16%의 채택률을 보이고 있다(2014년). 차급별로는 대형 디젤차량이 SCR을 주로 활용하고 중소형 디젤 차량은 주로 LNT를 채택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가격에 덜 민감한 고급 브랜드들이 SCR 또는 LNT+SCR을 채택하는 추세이며 폭스바겐, 현대차를 포함한 양산 브랜드들은 비용과 성능을 고려해 주로 LNT를 채택하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측정방법까지 엄격해지면서 자동차업체들의 규제 대응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디젤엔진의 NOx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증가가 모든 업체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현재 승용차 기준 유럽의 NOx 배출기준은 80mg/km, 미국은 이보다 현저히 낮은 43mg/km이다. 이 기준을 겨우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측정방법이 실제 주행여건과 유사하게 엄격해질 경우 현재 채택 중인 기술로는 규제를 통과하기 어렵다.

 

디젤 엔진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모든 차량에 저감성능이 가장 우수한 LNT+SCR 기술 채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저렴한 EGR은 대당 설치비용이 142~160달러이며(배기량 1.5L~2.5L 기준) LNT는 320~509달러, 그리고 SCR은 418~494달러에 달한다.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LNT+SCR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드는 비용은 각 저감장치 별 설치비용의 단순 합계보다 더 클 전망이다. 저감장치는 차량 전체 관점에서 보면 후처리장치의 일환인데, 이를 변경할 경우 차량 전반에 걸쳐 부품변경 및 설계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Euro 5에서 Euro 6로 넘어가면서 LNT를 추가 설치하는 비용을 보면 LNT 자체비용은 320달러이지만 전체 시스템까지 고려한 추가비용은 471달러로 47%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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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입자동차 협회 오토모티브 포럼에서 디젤 엔진에 대한 전망을 밝힌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 엔진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지만, 화석연료를 가장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젤엔진 기술이 사장되어야 하는 기술로 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디젤차 저공해차 인증 기준 강화에 대해 “디젤에 대한 국내 규제는 감정적인 수준"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에너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4가지 기준에는 에너지안보, 경제성, 친환경성, 기술성 등을 고루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면을 고려하지 않고 일련의 사태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디젤 엔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국가가 자해하는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세먼지로 불리는 디젤엔진의 탄소입자의 경우도 중국 발전소나 공장에서 넘어오는 게 절반 이상이며, 공장이나 빌딩,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며 미세먼지 배출 부분에서 10%도 차지하지 않는 디젤엔진에 대한 규제만 강화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규제라는 것이 배충식 교수의 의견이다.

 

몇몇 이슈들에 기대어 명확한 사실 규명 없이 규제에만 급급한 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분명 문제가 있다. 에너지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마녀사냥을 하듯 몰아붙이기 보다는 사태의 진실을 정확히 깨닫고 진실이 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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