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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청년의 멘토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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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2-05 03: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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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서툴음의 연속이다. 꿈과 열정,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청년은 분명히 자신만의 빛을 반짝이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계속 부딪히곤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 빛을 잃고 만다. 그 형태가 누구에게는 돈의 부족일수도, 잘못된 교육 또는 사회 구조일수도 있지만, 한 번 빛을 잃어버린 청년이 다시금 빛을 내기는 쉽지 않다. 아니,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만약 그들에게 올바른 지원이 있다면 어떨까? 거기에 더불어 올바른 조언을 더해 줄 멘토가 있다면? 그렇다면 청년은 빛을 더욱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너는 안돼!’라는 말을 듣는 대신 ‘너의 열정을 이런 식으로 녹여낸다면 더 좋은 작품이 제작될 거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어쩌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빛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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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코리아가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는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미래의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들이 좀 더 꿈의 완성형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그 꿈을 잡는 방법은 돈도, 권력도 아닌 젊은이들의 센스와 열정, 아이디어다. 필요한 물리 도구는 단 두 가지, 펜과 종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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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의 주제는 ‘재규어의 디자인 해리티지를 재해석하라’였다. 해리티지(Heritage)는 흔히 ‘국가 또는 사회의 유산’으로 번역되지만, 사실은 그리 간단한 뜻으로 정의할 수 없다. 어떤 부분을 유산이라고 해야 할 지부터가 문제이고, 영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규어처럼 자동차를 제작하기 시작한 지 거의 90년이 되어가는(모터사이클 제작 역사까지 포함하면 100년에 가깝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제조사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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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해리티지를 어떻게 녹여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이안 칼럼은 재규어의 해리티지를 60년대부터 해석한다. 당시 그는 재규어를 ‘쿨하고 멋지고 현대적인’ 브랜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입사할 당시의 재규어는 디자인의 변화가 거의 없는 XJ를 계속 제작하는 옛 브랜드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해리티지가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안 칼럼은 ‘자동차라면 스토리를 들려줘야 하는데, 현재의 XJ에는 그것이 없다.’라고 봤다.

 

예를 들면 XJ는 X350 모델부터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차체를 적용했는데, 디자인은 기존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현대성이나 앞선 기술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차를 만들어야한다.’라는 결심을 하고 ‘재규어는 이런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물론 무조건적인 변화를 추구한 것이 아니며 브랜드의 정체성은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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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각하는 정체성이란 것은 재규어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선형과 물이 흐르는 것 같은 라인, 비율이다. 재규어에서 디자인한 자동차들이 각각 모양은 다른 것 같아도, 이 세 가지는 반드시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정확히 구사하기 위해 루프 등 주요 부분의 길이를 1mm 단위로 바꿔가면서 최적의 위치를 찾는다고 한다. 또한 자동차의 표면을 복잡하게 제작하기 보다는 깨끗하고 단정하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재규어는 항상 스포티함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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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부터 시작된 재규어 디자인 어워드에 접수된 작품은 117여점으로 그 중에서 3단계의 심사를 거쳐 13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고, 행사장에서는 상위 3개의 작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펼쳐졌다. 심사 기준은 브랜드 이해도 30%, 창의성 30%, 디자인 컨셉 20% 완성도 20%가 반영됐으며, 국민대학교 구상 교수를 비롯한 5명의 국내 심사의원과 재규어 디자인팀이 심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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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작품 중 첫 번째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작품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윤규일 군이 제작한 ‘A.I.81 스포츠 컨셉트’였다. 재규어의 영광의 시대를 열었던 스포츠 모델인 D 타입과 E 타입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재규어만의 유려한 곡선미, 디테일, 프론트 그릴을 재해석했다. 또한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명확히 구사할 수 있는 ‘수퍼 컴퓨터’를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규어의 라인을 계승하면서도 수퍼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탑재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재규어만의 순수한 실루엣과 역동적인 라인을 녹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한 수퍼 컴퓨터가 발생시키는 열을 발산시키기 위해 측면에 에어홀과 에어벤트를 적용했다. 또한 ‘인공지능을 최종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명제 아래 두 명이 탑승해 ‘인간의 좌뇌와 우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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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작품은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운송디자인과 이성낙 군이 제작한 ‘2035 C-X100’이었다. 재규어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인 C-X100은 ‘자율주행 시대의 미래 스포츠카’라는 주제로 디자인됐으며, 재규어에서 제작했던 미드십 스포츠카인 XJ-220, C-X75 컨셉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중앙에는 엔진 대신 공기 압축식 발전기를 적용해 미드십 디자인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재규어가 알루미늄 차체로 기술을 강조한 것과 맥북의 표면에 알루미늄이 적용된 것을 고려하여 관능적이면서도 흐르는 라인, 정제된 듯한 표면을 구사했다. 또한 탑 뷰 디자인에 신경을 썼으며, 공기의 흐름이 일어나는 부분에 골드 크롬 색상을 적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영감을 받았다는 사진에는 입술과 눈썹을 골드 색상으로 강조한 모델이 있었는데, 블랙과 골드의 조합은 균형미가 우수해 다른 디자인 세계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색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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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작품은 한양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주동만 군이 제작한 ‘B-Type’이었다. ‘스티븐 호킹’이 등장한 ‘재규어 F 페이스’의 CF를 보다가 ‘블랙홀’을 떠올리고 영감을 얻은 그는 D 타입의 라인과 비례를 반영하고 타원형의 그릴을 변형시켜 계승했다. 또한 리어에 수직적인 라인과 수평적인 라인이 결합되는 형태를 적용했다. 차체 전체에는 블랙홀의 급격한 수축을 형상화했다.

 

또한 ‘퍼포먼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액티브 스포일러가 위아래 만이 아닌 좌우로도 작동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또한 곳곳에 에어홀을 마련해 재규어의 정체성을 만들어냈고, 후면에 ‘블랙홀 에어 터널’을 적용했다. 이 에어터널은 주변에 LED를 배치해 공기의 흐름 또는 머플러가 일으키는 불꽃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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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세 자동차 모두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재규어는 미래 자동차로 전기차를 적극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LA 오토쇼에 등장한 I-페이스 컨셉트를 통해서도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는 별도의 탑재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바닥만 철저히 설계해 준다면 디자인의 자유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아무래도 상용화 보다는 디자인에 좀 더 중점이 부여된 만큼 전기 모터는 필수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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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을 모르는 청년들의 아이디어에 이안 칼럼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A.I.81 스포츠 컨셉트’에 대해서는 보닛이 길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정한 것과 에어 덕트와 벤트가 구사하는 라인, 차체 앞부터 뒤로 이어지는 라인에 대해 칭찬했다. ‘2035 C-X100’에 대해서는 예술적인 부분이 많이 담겨 있고 재규어의 미드십 모델에 대한 연속성을 계승하는 점, 그리고 골드 크롬 색상으로 바람을 강조한 점을 칭찬했다. ‘B-Type’에 대해서는 블랙홀에서 창의성을 얻었다는 것과 D 타입을 승계했다는 점, 공기역학을 고려했고 프론트를 짧게 제작했다는 점을 칭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재규어 디자인 어워드 1등은 ‘2035 C-X100’이 차지했다. 그러나 이안 칼럼은 ‘디자인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고르기가 그만큼 힘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마도 이 말은 현재의 XJ(X351)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가 재규어 내에서 겪었을 수많은 반대에서 나온 경험일 것이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현재의 XJ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다. 독설로 유명한 한 잡지에서는 ‘재고가 바닥나기 전에 구형 XJ를 빨리 사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기사를 작성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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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심사를 진행하기 힘들었지만, 그만큼 또 작품들을 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청년들의 작품 중에서 이안 칼럼에게 역으로 영감을 주는 작품도 있었을지 모른다. 왜냐면 아무리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이라고 해도 이미 63세가 되었고, 젊음은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안 칼럼이 어떤 자극을 받고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1등을 수상한 이성낙 군은 장학금과 재규어 영국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 견학, 영국 명문 디자인 스쿨 하계 집중 프로그램 수강 기회가 주어진다. 열정에 이론이 추가되고 더욱 견고해진다면, 앞으로는 더욱 멋진 자동차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좀 더 빠른 시간에, 좀 더 완성된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안 칼럼의 뒤를 이어 재규어에서 디자인을 총괄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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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재규어에서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 어떠랴. 만약 디자인을 배우다가 중간에 좌절을 한다 해도 그것 또한 청년으로써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재규어 측에서 들으면 그리 좋아하진 않겠지만 사실 기자는 그가 거창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주길 원하지 않는다. 그저 ‘돈 또는 배움에 대한 걱정 없이 미래의 자동차를 상상하며 그리는 지금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사실 다른 길을 걸을 생각은 안 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그의 몸에는 피 대신 엔진오일이 흐르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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