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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팅어의 4.9초와 270km/h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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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5-23 15: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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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 건 스팅어가 출시됐다. 4.9초와 270km/h라는 수치가 말해 주듯이 한국산 자동차 역사상 절대 속도가 가장 빠른 모델이다. 그러면서 표방하는 성격은 GT, 즉 그랜드투어러(Grand Tourer, Gtand Turismo)다. 장거리 운전을 염두에 둔 스포츠카 세단이라는 얘기이다. 
 
현대자동차는 N 이라고 하는 별도의 스포츠카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데 비해 기아자동차는 브랜드 내에 스포츠카를 라인업했다. 이미지 리더라고 하는 역할은 같다. N브랜드는 BMW M을 비롯해 메르세데스 AMG, 아우디 RS 등과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스팅어는 토요타의 86(하치로쿠)나 닛산의 GT-R과 같이 브랜드 내의 스포츠카로 주행성에 대한 우위성을 강조하는 모델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전면에 내 세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임무를 부여 받은 모델이기도 하다.
 
글로벌 플레이어들 중 스포츠카라는 장르에 성공적인 예는 많지 않다. 정숙성과품질 등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토요타도 86이라고 하는 스포츠카를 내놓았다. 과거 수프라부터 시작해 MR2 등 끊임없이 스포츠카게 대한 열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일본적인 감성으로는 평가를 받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높지 않다. 닛산 GT-R도 그 강한 성격으로 독창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활약은 크지 않다. 렉서스도 IS-F라는모델로 시작해 F시리즈를 내 세우고 있다. 
 
미국차 중에서는 GM이 쉐보레 콜벳이라는 대 배기량 고성능 모델을 갖고 있지만 이 역시 미국적 취향에 어울리는 엔터테인먼트카라를 평가가 지배적이다. FCA그룹의 닷지바이퍼도 마찬가지이다. 
 
유럽 메이커들 중에서는 폭스바겐이 골프 GTI로 ‘만인을 위한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서의 스포츠카를 주장하고 있다. 르노의 RS도 같은 위치이다. 볼보는 최근에 폴스터라는 별도의 스포츠카 디비전을 라인업했고 재규어는 F타입과는 별도로 SVO로 그들만의 개성을 강화해 가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스포츠카라고 하는 장르에서의 성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독일 메이커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도 된다. 그 이유는 브랜드 내에서의 판매 비중은 낮지만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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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스팅어는 목표로 세우고 있는 연간 1만 2,000대의 판매 달성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스팅어가 표방하는 것은 품질도 아니고 정숙성도 아니다. 우선은 고성능 스포츠카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0-100km/h 가속성능 4.9초, 최고속도 270km/h라고하는 수치는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절대성능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구에 회자될 수 있다. 4.9초라고 하는 수치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 모델에 뒤지지 않지만 한국산차로서는 처음이다. 270km/h라고 하는 최고속도도 마찬가지이다. 제네시스 G70와 같은 등급의 모델로서 최고출력 370 마력도 한국산차로서는 처음이다. 포르쉐 911 터보의 고출력 고성능은 그 자체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그 최고 성능을 즐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라도 사용자들은 그런 수치를 원한다. 
 
이런 성능의 실현을 위해 기아자동차는 그룹 내 새로운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을 유용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네시스 G70보다 먼저 기아 스팅어에 채용했다. 새 플랫폼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차체 강성이다. 이 문제에 대한해결이 없이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없다. 출시 후에 사용자들에 의한 다양한 검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스팅어는 뉘르부르크링에서 1만 km 이상의 시험 주행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활용해 주행성을 완성한 것은 알버트 비어만을 포함한 독일인 어벤저스들이다. 현대 제네시스와 아반떼를 통해 그들의 역량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 하지만그 모델들은 패밀리카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달리기 성능의 진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이 역시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수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수많은 스포츠카들이 그랬듯이 초기 마케팅의 힘으로 반짝하고 끝난다면 이미지 리더로서의 임무는 수행할 수 없다. 
 
주목을 끄는 것은 스팅어의 스타일링 디자인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장르의 모델들은 공격성을 전면에 내 세운다. 스팅어는 좀 더 부드러운 선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럭셔리 패밀리 세단은 아니다. 와이드 & 로(Wide & Low)를 시작으로 롱 노즈, 숏 데크, 롱 휠 베이스 숏 오버행 등 스포츠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 에어 인테이크와 측면의 에어 아웃렛, 브렘보제브레이크 캘리퍼, 뒤쪽의 트윈 더블 머플러, 디퓨저 등으로 스포츠성을 표현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이 시대 스포츠카들이 그렇듯이 사치스럽다. 풀 버킷 시트와 붉은 색 나파 가죽 등으로 운전자를 자극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알루미늄 페달류도 성격표현을 위한 기법이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서는 아우디와 비슷한 터치가 느껴진다. 
 
여기에서 스팅어만이 주장하는 바가 드러난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지만 여유있는 실내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패키징으로 리어 시트에서도 머리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패스트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시트의 착좌감 등에서 제네시스G80에서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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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처음 기획 당시의 GT라는 장르를 실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물론 오늘날은 포르쉐도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시대다. 과거처럼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카는 더 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 이제는 각종 전자제어로 자세를잡아 주고 거동을 제어하는 시대다.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여야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감성까지도 충족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는 미국의 J.D.파워의 초기 품질조사에서 기아자동차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품질 불만은 기계적인 불량보다는 디지털 장비의 사용에 대한 에러에 비중을 두고 있다. J.D. 파워의 2016년 초기 품질조사에서 기아자동차는 전 브랜드에 걸쳐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주행성이 그렇듯이 또 하나의 검증이 요구된다. ADAS, 즉궁극적인 안전장비인 ACC 등 운전자 보조장치에 관한 것이다. 모빌아이 등 세계적인 부품회사의 것들을 채용하고 있지만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브랜드들이이 분야의 기술은 안전장비로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자율주행을 위한 제어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기아자동차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로 소비자들의 눈을 돌릴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스팅어는 현대차 그룹 내에서 기아 브랜드만의 독창성을 만들고 살려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모델이다. 기아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아 높은 성장세를 이어 왔다. 그것을 한 단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스팅어는 그런 기아 브랜드의독창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과의 대화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페러다임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사용자들은 감동을 원한다. 그 감동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진정성이 있어야 비로소 반응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내놓는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 좋은 제품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장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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