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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쏘나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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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9-23 05: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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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쏘나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한국차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한 가지 이름을 데뷔 이래 사용하며 5대 째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쏘나타는 데뷔한 지 20년 동안 차명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한국산 차종이다. 또한 단일 브랜드로 250만대 이상 생산한 최초의 한국산 중형차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기술적인 발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더불어 쏘나타는 한국의 자동차문화를 리드해 온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쏘나타는 한국차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해외 시장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국가 대표격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현대라는 브랜드보다는 쏘나타라는 차명이 더 알려져 있을 정도다.

물론 그것은 판매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세대 쏘나타의 판매는 연간 12만대 전후였다. 그런데 2세대가 등장하자 판매는 두 배로 뛰었다. 피크였던 1996년에는 24만대까지 치솟았다. 3세대는 IMF라는 상황 때문에 약간 떨어지기는 했지만 국내 중형차 시장의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쏘나타는 또 모델체인지를 할 때마다 진보된 기술력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1세대 쏘나타는 에어컨, 파워 스티어링 등 그때까지 옵션이었던 것을 기본품목으로 했다. 2세대 쏘나타는 ABS를 비롯해 SRS 에어백, 전자제어 현가장치 ECS 등 안전장비 강화가 주목을 끌었다. 쏘나타 Ⅲ는 특히 소음에 신경을 써서 우레탄 소음재 HHF, 액체 봉입형 엔진 마운팅을 적용하고 바닥과 측면에 소음재를 강화해 N. V. H(소음진동강성) 최적화를 통해 정숙성을 유지했다. 이밖에도 속도 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EPS, 듀얼 에어백, TCS 등의 첨단 장비와 급격히 늘어나는 레저 인구를 위한 스키 스루 기능 등을 갖추는 등 중형차로서 부족함 없는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를 골고루 갖추었다.

그리고 4세대째 모델인 EF 쏘나타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감성품질이라는 단어를 도입해 자동차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 올렸고 그 결과가 최근 미국 J.D.파워사와 컨슈머 리포트의 품질조사에서 토요타와 비슷한 품질수준으로 나타났다. 쏘나타는 이제 더 이상 한국차가 품질문제로 인한 하급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 모델인 것이다.

그뿐 아니라 쏘나타의 심장으로 현대가 자체 개발한 V6 델타 엔진에 이어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도 공급하는 쎄타 엔진이 이식되었다. 여기에 신개념 트랜스미션 하이벡 AT 도 빼놓을 수 없는 장비다.
스타일링과 디자인에서도 역사만큼이나 많은 발전을 이룩해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있던 1세대 모델부터 시작해 NF쏘나타에 이르기까지 항상 변화를 거듭하며 소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물론 초기 모델은 이태리 디자인업체에 의뢰해서 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자체 디자인팀에 의해 만들어 낼 정도의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실내공간 확보에서는 세계적인 능력을 보여 주었다. 현행 EF 쏘나타의 실내장×폭×고가 1,970×1,480×1,165mm인데 이는 쏘나타Ⅰ의 1,930×1,460×1,155mm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 모델들은 동급 모델로서 쏘나타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가진 차는 없다. 그래서 한국의 소비자들은 차를 살 때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이 실내공간이 되어 버렸다.

편의장비면에서도 일본차와 경쟁을 하는 수준에까지 올라왔다. 틸트 스티어링은 기본이고 전동식 사이드 미러 조절장치, 뒷좌석 암레스트, 각종 컵 홀더 등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앞장서 도입했다. 거기에 유아용 안전시트라든가 12V 파워 아웃렛, 항균 에어필터, 유해가스 차단장치 적외선과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솔라 컨트롤 글래스 등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모를 수 있는 내용들까지 가득하다.

이처럼 호화로운 편의장비를 장착하고도 쏘나타는 한국시장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쏘나타를 통해 무엇을 추구해 왔을까.
현대자동차에 있어 쏘나타는 넓은 실내공간과 쾌적성, 부드러운 승차감 등을 표방하며 앞바퀴 굴림방식의 중형 세단 패밀리카를 의미한다. 물론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20년 동안 이 컨셉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힘을 키워왔다. 동시에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차명이 바뀌는 아쉬운 현실 속에서 쏘나타는 그나마 한국차로서는 유일하게 20년 넘는 전통을 쌓아왔고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다.

그런 스타일링은 스케일을 중시하는 미국시장 오너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고 쏘나타는 미국시장에서도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왔었다. 하지만 미국시장에는 부동의 베스트 셀러 승용차인 혼다 어코드와 토요타 캄리가 버티고 있다. 이 두 모델은 현대에게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자 타도해야 하는 목표였다. 현대는 그동안 그랜저 XG를 XG350이라는 차명으로 미국시장에 출시해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5세대 쏘나타로 바뀌면서 등급을 한 단계 올려 위의 두 모델을 공개적으로 경쟁 상대로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EF쏘나타는 미국식 분류로는 컴팩트급에 속하고 캄리와 어코드는 로어 미들급에 속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5세대 쏘나타의 포지셔닝을 로어 미들 클래스로 올려 버린 것이다. 캄리는 전장이 4,805mm, 어코드는 4,830mm다. 엔진은 두 모델 다 2.4리터와 3.0리터가 있지만 중심은 3.0리터다. 현대도 그런 점을 감안해 미국시장에는 3.3리터 엔진을 기본으로 2.4리터를 추가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한다.

쏘나타는 국내에서뿐만이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라는 회사 이름보다 SONATA라는 차 이름에 더 익숙한 미국인들, 유럽인들, 아랍인들, 호주인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쏘나타가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고하게 구축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 토요타는 저가차라는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렉서스라는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공략했었다. 토요타는 렉서스 마케팅의 성공으로 토요타뿐만이 아니라 일본차 전부를 품질이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다. 렉서스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도입해 저가차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토요타는 3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도 메인스트림으로부터 인정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었다는 것이다.

지금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초기 품질에서 일본차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 시장의 소비자들이 쏘나타, 아니 한국차에 대해 아직까지는 높은 신뢰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측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의 판매가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미국의 자동차 구매자 중 4/5는 현대를 모르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거나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지금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세계적이라거나 토요타가 견제를 해 부품을 공급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오른 것은 아니다. 다만 저가시장에서 괜찮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지위마저도 언제까지나 유지되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일본 메이커들이 다시 저가 시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략하기 시작했고 중국산 모델들이 벌써부터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토요타가 미국시장에서 비교 우위에 설 수 있게 됐을 때보다 시장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

때문에 더욱 구체적이고 정밀한 시장 침투전략을 전개해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처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초 브랜드 경영을 선언했다. 세계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현대나 혹은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인지는 아직 떠 오르지 않고 있다. 그것을 찾아 내는 것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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