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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70주년과 라페라리 아페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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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9-19 0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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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 중에서도 페라리라는 이름은 조금 더 특별함을 담고 있다. 태생부터 수퍼카 브랜드였던 페라리는 긴 세월동안 그 지위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고,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많은 수퍼카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도 이탈리아의 수퍼카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V12 엔진이라는 하나의 아이콘이 담겨져 있다.

 

창립 70주년을 맞는 페라리는 이를 통해 기념 모델들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한번 더 도약하고자 하고 있다.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고는 있지만 무작정 늘리는 것은 아니며, 연간 판매대수를 약 7,500대 정도로 한정함으로써 희소성을 내세우고 있다. 70주년 모델들은 대부분 출력의 향상 보다는 드레스업 또는 한정된 색상으로 승부를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페라리의 이미지로 인해 출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전에 모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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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페라리는 항상 그랬다. 창립자인 엔초 페라리의 경력부터 따지면, 레이서라는 출신 덕분인지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한 후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자연흡기 엔진을 통해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고 다른 자동차들을 이기고 최고의 운동성능을 발휘하는 페라리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많은 브랜드가 상황에 따라 진입하고 철수하는 F1 무대에서 페라리라는 이름만큼은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를 극단적으로 반영한다.

 

레이서의 꿈으로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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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전 레이서로 활약하던 엔초 페라리는 아들이 태어나면서 레이스를 접고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이름의 레이스팀을 꾸렸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7년에 엔초 페라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동차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이탈리아 마라넬로 지방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제조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이 작은 공장에서 엔초는 소규모의 팀을 꾸려 앞으로 페라리의 심장으로 남게 되는 12기통 엔진을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3월 12일, 페라리의 첫 양산형 자동차인 125S가 등장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로써의 페라리의 역사가 시작된다. 튜브 프레임 차체와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유압식 드럼 브레이크 등 많은 특징을 갖고 있지만, 페라리로써의 첫 포문을 연 이 차의 특징은 역시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이었다. 이후 70년간 페라리의 플래그십 모델들 중에서 이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고, 중요한 요소를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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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페라리의 행보는 계속 화제가 되었고, 페라리는 그렇게 유명하면서도 인상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되었다. 그리고 페라리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깊어졌다. 매우 빠르거나 성능이 탁월한 스포츠카 또는 수퍼카가 아닌, 소유하면서 운전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있는 것이다. 그 감동은 하나의 꿈, 페라리 역사의 일부분, 페라리가 주는 감성 그리고 이탈리아의 고집스러운 장인들이 빚어낸 결과물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라리의 슬로건인 ‘Driven by Emotion’은 특별하다. 아마 한 번이라도 페라리의 운전대를 잡아보지 못했다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페라리를 운전할 때만 줄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페라리는 자동차의 역학, 즉 기술에 감정 전달의 도구를 담고 있다. 첫 페라리에서는 V12를 통해, 이후 F40에서는 트윈터보 엔진을 통해, 엔초에서는 극한까지 다듬어진 V12 엔진과 디자인을 통해, 라페라리에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통해 이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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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페라리 7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라페라리 아페르타(Aperta)는 라페라리의 성능과 컨버터블의 즐거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모델이다. 페라리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현 시대의 운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본래 한정판 모델로 209대만 제작되었지만 이탈리아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 마련을 위해 한 대가 더 제작되어 210대로 마무리되었고, 지난 주말 경매를 통해 약 113억이라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페라리 70주년이 되는 올해는 페라리 역사 상 기념비적인 모델이자 엔초 페라리의 유작인 F40이 세상에 등장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최고출력 478마력의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속도 320km/h를 실현했고, 주요 부품은 물론 기어박스 벨 하우징에도 마그네슘을 사용해 극단적인 경량화를 적용했다. 강화 케블러 패널로 만들어진 관으로 된 철골 구조를 통해 비틀림 강도를 높였고, 전자 장비를 거의 배제해 운전에 집중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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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페라리는 F40이 등장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로 바뀌었고 연비를 고려하여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추가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에 집중하고 있지만 라페라리 아페르타를 통해 하이브리드에도 손을 대고 있다. 페라리는 이제 누구나 고성능을 즐길 수 있는 수퍼카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연간 판매량 제한도 있고, 가격도 있기 때문에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없는 희소성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페라리의 현재와 미래, 라페라리 아페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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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페라리 아페르타는 페라리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모델이다. 단순히 기존의 라페라리에서 루프를 제거한 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쿠페였던 모델을 컨버터블로 제작한다는 것은 차체 강성이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일이기 때문에 차체의 재설계와 강성 분배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라페라리의 날카로운 프론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색상과 루프를 통해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페라리의 설명에 따르면 지붕을 연 상태로 고속 주행을 해도 실내에서 공기의 흐름이 유도되어 바람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라디에이터를 조정해 공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고 있으며, 보닛 위로 빠져나가는 공기를 통해 속력에 따라 다운포스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차체 뒤에 위치한 엔진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공기도 좌석으로 거의 침투하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을 라페라리에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6,262cc V12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800마력을 발휘해 워낙 강력함을 자랑하는데다가 여기에 최고출력 163마력의 전기 모터가 결합되어 합산출력이 963마력에 이른다. 전기 모터가 변속기와 맞물려 있어 토크를 고르게 분출할 뿐만 아니라 동력손실도 거의 없으며, 하이브리드를 위한 배터리도 무게를 60kg으로 묶어서 경량화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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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페라리만의 독특한 감성을 통해 오랜 시간을 살아남아왔고, 사람들에게 특별한 자동차로 기억되어 왔다. 그래서 페라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도 같은 V12 자연흡기 엔진을 미래에도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허나 미래와의 합의를 위해, 또 다른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하이브리드를 페라리만의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V8을 통해 약간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앞으로 페라리 80주년, 이후 100주년에는 어떤 페라리를 또 볼 수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페라리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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