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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행보에서 읽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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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8-07 19: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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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J.D.파워가 실시한 어필(APEAL)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APEAL 조사는 자동차의 성능, 솜씨, 레이아웃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총 67,742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31개 브랜드 176개 모델을 조사했다. 대상의 조건은 차량을 구매하거나 리스한 지 90일이 지난 사람들로, ‘초기품질조사’ 결과를 보완하는 개념의 조사이다. 제네시스의 어필 조사 1위의 의미와 브랜드 런칭 이후의 행보를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한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 출범 당시 6개의 라인업을 2021년까지 완성하겠다고 했으니 절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지금은 G70, G80, G90(EQ900) 등 세 모델이 판매되고 있고 앞으로 대형 럭셔리 SUV를 비롯해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등이 순차적으로 추가된다.

 

기본 라인업을 바탕으로 그레이드를 세분화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를 달리하고 편의장비 및 안전장비에 대한 옵션 설정으로 차별화도 추구하고 있다. 아직은 한국과 미국시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선은 입지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라인업 확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풀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방향성과 관계가 있다.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방향성은 규모의 경제도 확보하면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더불어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미지 리더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에게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으면 양산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의 동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판매대수의 증가는 물론이고 판매가를 올릴 수 있는 여지도 생기게 된다.

 

브랜드 독립 후 지금까지의 판매대수 추이는 2016년 EQ900이 내수 2만 3,328대, 수출 2,854대 등 2만 6,182대, G80이 2만 232대, 9,196대 등 2만 9428대가 팔렸다. 2017년에는 G80의 판매가 내수 3만 9,762대, 수출 1만 7141대 등 5만 6,903대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상반기의 실적도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G70이 추가되어 상반기에만 내수 6,818대, 수출 4,032대가 팔려 라인업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인 미국에서는 2016년 6,948대(기존 현대 제네시스 포함2만 4,591대), 2017년에 2만 594대가 팔렸다. 아직은 판매대수를 평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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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가격도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포지셔닝이다. 미국시장 기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AMG와 마이바흐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가격이 S클래스의 9만 4,250달러, BMW 7시리즈가 9만 9,950달러, 아우디 A8이 9만 2,000달러, 렉서스 500h가 8만 2,730달러, 인피니티 Q70L이 6만 7,600달러, 캐딜락 CT6, 8만 9,8296달러, 링컨 컨티넨탈 6만 7,415달러 등이다.

 

제네시스의 최고 모델 G90이 7만 2,200달러. 같은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는 기아 K900은 6만 1,900달러다. 이 대목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격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시장은 양산 브랜드의 3만 달러와, 럭셔리 브랜드의 6만 달러, 그리고 10만 달러 이상의 모델을 라인업하는 브랜드로 분류한다. 그런 기준으로 한다면 BMW M과 메르세데스 AMG, 아우디 RS 등을 보유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만이 10만달러 이상의 모델들을 라인업하고 있다. 물론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브랜드도 있지만 이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과 함께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독일 프리미엄3사를 제외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판매대수는 물론이고 판매가격에서 독일 3사와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간단하게 브랜드 가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들여다 보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독일 프리미엄3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트렌드 세터로서의 입지가 확고하다. 오늘날 등장하는 신기술은 대부분 독일 프리미엄3사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토요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도다. 최근에는 닛산이 가변압축비 엔진을 개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거리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는 라인업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BMW는 1시리즈부터 8시리즈까지 모든 세그먼트를 세분화해 세단을 라인업하고 있다. 거기에 이 시대의 화두인 SUV도 X1부터 X6까지 풀 라인업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각 시리즈의 세분화를 통해 사용자들의 니즈에 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5시리즈만헤도 90개의 트림을 운용하고 있다. 세단과 컨버터블, 왜건 등 차체 타입의 다양화도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및 아우디도 대동 소이하다.

 

그런 기술력과 라인업 다양화 등으로 고가 전략을 구사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으며 판매는 증가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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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당장에는 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상대가 될 수는 없다. 전통과 역사가 짧고 그런만큼 스토리 축적도 많지 않다. 마케팅 측면에서 타도 BMW, 타도 메르세데스 벤츠를 외칠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고가의 대형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제네시스에게 기회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 배경도 바로 이런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때문이다. 우선은 미국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또는 인구 구조 측면에서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의 위기설이 세상을 지배했던 것과 달리 지금 미국 경제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트럭의 나라인 미국에서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런 상황을 반증해 주고 있다.

 

자동차는 고가의 내구성 소모품이다. 하지만 럭셔리카 세그먼트로 가면 소모품이 아니라 사용자의 가치 제고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소량 생산 모델부터 포르쉐나 마세라티 등의 양산 스포츠카, 그리고 초호화 이그조틱카로 분류되는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등도 나름대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그런 시장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하고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 정확히 어떤 사용자층을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에 대해 제네시스측은 ‘모던 프리미엄’을 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가격대의 럭셔리카를 원하는 소비자를 타겟 마켓으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브랜드 이미지는 초기 시장 진입 시의 반응 들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구축될 수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치열한 마케팅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네시스만의 독창성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후발 주자로서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좋은 것보다 다른 것을 찾는 시대다. 제네시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것보다는 다른 것이다.

 

판매대수의 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내수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대형 고가의 수입차 판매가 세계 3~4위를 하는 시장에서의 실적 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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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입지 구축은 단시간에 이루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한국식으로 3년만에 결론을 내는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목표는 우선이 판매대수를 늘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판매가를 높이는 것이다. 판매대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라인업 구축이 완성되어야 하고 판매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제네시스의 초기 행보는 순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J.D.파워의 어필 조사 1위 이전에도 각종 조사에서 최상위에 올라있으며 적어도 제품력 측면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한 기초는 다져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런칭 첫 해에 G90이 미국의 유력한 디자인상인 ‘2015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운송 디자인 자동차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17 북미 올해의 차 후보에도 올랐으며 G90(EQ900)은 미국 오토퍼시픽사의 2017 차량 만족도 조사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받으며 고급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스트래티직 비전 품질 만족도에서도 고급차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브랜드 독립 후 출시 첫 해라고 할 수 있는 2017 J.D.파워 초기 품질에서 제네시스가 지난 4년간 1위를 기록했던 포르쉐를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 1위를 기록하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기록은 2018년에도 이어졌다. ‘2018 신차품질조사’에서도 일반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31개 브랜드 중 1위, 13개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1위(68점)를 기록한 것이다. 초기의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현대차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그 외에도 스트래티직 비전의 ‘2017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G90가 고급차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사인 ALG이 발표한 ‘2018 잔존가치상 제네시스 G80가 고급대형차 부문에서 최고점을 획득했다.

 

제네시스 외에도 현대와 기아브랜드의 품질 수준도 최근 수년 동안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사용자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는 하지만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위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분명하다. 제네시스는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 제네시스를 위해 필요한 것은 프리미엄 마케팅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것을 찾아내야 한다. 갈수록 확대되어 가는 고급차 시장에는 그만큼 다양한 니즈가 분출되고 있다. 그런 시장을 세분화해 제네시스만의 독창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더불어 최근 폭스바겐과 BMW 등 일련의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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