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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 그리고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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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12-06 09: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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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자동차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짚어가다 보면 의외의 사실과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박물관이 그 동안 전혀 없었다는 것인데, 그 동안 자동차를 생산했던 역사와 수입했던 역사를 다 합쳐도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소규모의 박물관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특정 시설에 소규모의 클래식카를 모아두는 브랜드는 있지만 온전한 박물관은 아니기에 아쉬운 면이 있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런 와중에 푸조와 시트로엥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과감하게 건립을 결정한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은 큰 주목을 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최초로 주도하여 설립된 박물관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국내 제조사에 비해서도 아니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다른 수입사에 비해서도 그리 큰 규모라고는 할 수 없는 한불모터스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인상적인 랜드마크를 세웠다는 점도 그렇다. 더군다나 전시된 자동차들 중에는 그 가치를 함부로 책정할 수 없는 자동차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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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정도 전이다. 당시 수입차 업체로써는 이례적으로 제주도에서 신차들을 중심으로 하는 렌트카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와 재미를 알리기 위해 추가로 박물관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할 즈음이었다. 당시에도 상당히 놀랄만한 일이었고 자금 조달 등 여러 가지 걱정이 있었지만, 한불모터스 내에서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 뒤로 조금씩 진행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긴 했지만 크게 알려지는 것은 없었기에 자세한 소식은 전달하지 못했었다. 박물관 건설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전시할 만한 가치 있는 모델들을 섭외 또는 구매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가치를 갖춘 모델들은 가격이 상당히 비쌌고 그래서 함부로 구매를 결정할 수 없었기도 했다. 그것이 올해 봄부터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번에 박물관 개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에펠탑과 프랑스 그리고 푸조 시트로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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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높이 33m의 에펠탑이다. 비록 크기는 축소되었지만 프랑스의 상징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에펠탑 건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국내에 있는 다른 에펠탑을 직접 관찰한 뒤 프랑스에 있는 에펠탑 원본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줄 건축업체를 찾는 일부터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중간에 업체를 교체하는 것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고 한다.

 

정성을 들인 것이 느껴지는 에펠탑 너머에는 푸조와 시트로엥 박물관이 되는 2층 건물이 있다. 파란색 바탕을 지닌 건물에는 푸조가, 흰색 바탕의 건물에는 시트로엥이 새겨져 있는데, 두 건물은 사실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심플하면서도 색으로 멋을 살리고 있는 것이 프랑스 건축물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도 잘 어우러져, 제주도의 랜드마크가 되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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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1층은 시트로엥과 기념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시트로엥의 경우 현재 전시된 차량은 3대에 불과하지만, 16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 동안 출시된 전 모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트로엥 오리진스’를 이용해 모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전시 차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시즌에 맞춰 전시 차량을 교체하기도 한다고 하니 기대를 해 볼만 하다. 전시된 트락숑 아방, 2CV, DS21은 모두 시트로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동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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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본격적인 위용은 2층에서 드러난다.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작은 공간을 푸조 역사 속에서도 기념비적인 모델들로 채우고 있다. 특히 원형 테이블에 전시된 타입 139A 토르피도(Torpedo)는 당시 자동차 제작 기술과 함께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오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고급스러움에 대해서도 논한다. 당시 마차 바퀴에서 갓 물려받았던 나무 휠과 고급 브랜드인 모이낫의 트렁크가 이채로움을 더한다.

 

그 외에도 푸조의 역사를 장식했던 201 세단, 401 리무진, 601 세단 등 푸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모델들이 잇달아 전시되어 있다. 잠시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푸조의 역사 그리고 그 중심을 단번에 꿰뚫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전시된 모델들이 끝이 아니며, 내년에는 더 많은 자동차들이 박물관에 들어오고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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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가 자동차를 만들기 이전부터 장기를 갖고 있는 커피 그라인더와 후추 그라인더도 같이 전시를 했다. 또한 쉽게 가져오기 힘든 컨셉트카는 정밀하게 재현한 스케일 모형으로라도 구경할 수 있도록 해 푸조의 디자인 그리고 기술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헤리티지를 지닌 클래식 모델은 물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택시 5’를 통해서 유명한 최근 모델 407 세단도 있어 친근함을 주고 있다.

 

클래식카가 주는 뜻밖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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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는 클래식카 시승에 도전해봤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은 1954년에 제작된 시트로엥 2CV. 프랑스의 실용성을 바탕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었으며, 이에 힘입어 ‘007 유어 아이즈 온리’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자동차의 역사를 종합해 봐도 이만큼 오랜 기간 생산되고 사랑을 받은 차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이 차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지만, 추구했던 것은 실용성이었으며 특유의 디자인도 여기에 따른 것이다. 퍼스널 모빌리터의 새로운 철학을 제시하면서 달걀을 싣고 험로를 주행해도 손상이 없어야 했으며, 모자를 쓰고도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지붕이 높아졌다. ‘스카이 훅’이라는 개념을 먼저 도입한 것이 프랑스 자동차인데, 그 이면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만큼 유지비도 저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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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한 지 60년이 더 흘렀지만, 시동은 단번에 걸린다. 공랭식 특유의 카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것마저도 황홀하다. 수동변속기를 적용하고 있지만, 현재의 수동변속기와는 기어를 넣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기어 변속에 대한 요령을 들어야 한다. 그것을 한불모터스의 사장이 직접 설명해주면서 조작을 유도하는데, 그 시점에서 단순히 브랜드를 수입하는 것만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클러치를 밟고 조심스레 기어를 1단에 넣은 후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정식 번호판을 받지 못해 박물관 내 한정된 부지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2단으로 변속한 후 페달을 밟고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밖에서는 차체가 기울어져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 같다는데, 실내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느껴진다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이 때부터 시트로엥은 그런 특유의 움직임을 담아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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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앞으로 박물관에서 운용하게 될 클래식카 시승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다. 클래식카 시승이 가능한 이유는 박물관 지하 1층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이 있기 때문인데, 박물관을 운영하게 될 강명진 관장이 직접 수리를 맡기 때문이다. 한불모터스 설립 당시부터 근무하고 있는 강 관장은 수리에 일가견이 있으며, 클래식 모델의 수리 기술도 갖고 있다고 하니 일반인들의 클래식카 시승도 얼마든지 가능해 지는 것이다.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은 어느 새 성장한 국내 수입차 시장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특정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분투를 벌이고 있고 조금씩 성과를 높이고 있는 푸조 시트로엥을 떠올리게 한다. 제주도에 관광을 와서 이 곳을 들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푸조와 시트로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때로는 시승을 해 보면서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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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경험이 브랜드에게는 큰 가치가 되어나간다. 당장 효과를 누릴 수 없다고 해도 분명히 나타나는 것이고,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이 고객에게 경험을 전수하거나 체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브랜드 주도 하에 설립된 박물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이 박물관을 제주도 내의 랜드마크 정도가 아닌, 대한민국 내 랜드마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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