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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의 패밀리 룩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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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10-28 06: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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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의 패밀리 룩에 대한 소고

이 원고는 월간 GQ 11월호 게재분으로 패밀리 룩에 관해 간단히 정리한 것들이다. 지면 관계상 한정된 브랜드만을 요약한 것으로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더불어 양산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에 있어서의 패밀리 룩의 의미도 마지막으로 추가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Mercedes Benz

패밀리 룩, 즉 자동차 디자인상의 독창성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가솔린 자동차의 선구자 고트리프 다임러였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중에 보닛 후드 맨 끝에 있는 세 꼭지 별과 그 아래의 장방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메르세데스 벤츠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상징이 되어 왔다. 그릴이 좌우로 넓어진 형태로 디자인상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컨셉은 변함없이 이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세꼭지 별은 또 다른 가솔린 자동차의 발명가인 칼 벤츠의 엠블럼 월계수와 만나 오늘에 이르게 된다.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의 엔진 제작에서까지 경합을 벌이던 벤츠와 다임러사는 1926년 한 회사로 합치게 된다. 이후 다임러 벤츠의 모든 상품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이름이 붙었고, 상표는 1916년부터 다임러가 써온 ‘세 꼭지별’로 결정되었다.
다임러와 마이바하, 그리고 벤츠에 포르쉐 박사까지 가세한 다임러-벤츠 회사는 이후 세계 최초를 마크한 여러 가지 신기록을 계속 세워나갔다.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는 물론 자동차 경주에서의 잇따른 우승, 트럭•택시•디젤차•쿠페의 개발 등에서 세계의 선두에 섰다. 엔진, 서스펜션, 차체의 개량에서도 다임러 벤츠는 항상 한 걸음 앞섰다.
이와 같이 20년대 후반 역사적인 합병을 일으키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영광의 3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세계 최고의 성능, 품질과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월계수와 삼각별이 합쳐진 마크가 가는 곳에는 항상 속도와 안전, 신뢰와 성능을 겨루는데서 언제나 최고이며 동시에 가격면에서도 고가 전략을 추구해 대중차란 인상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오늘에도 고급차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3포인티드 스타(3Pointed Star)만으로 벤츠를 인정하고 그것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벤츠의 패밀리 룩은 바로 이것 하나로 상징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BMW

스포츠 세단의 선구자로서 오늘날 가장 공격적인 모델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의 패밀리 룩은 이제는 키드니 그릴로 대표된다. 차체의 디자인에서의 과거와 같은 통일성은 없고 앞쪽에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만으로 BMW임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메이커들이 같은 모양의 디자인으로 일관성을 주장하는데 반해 BMW는 역으로 유사하면서도 각각 분명한 캐릭터를 가진 모델을 만들고 있다.
물론 다른 브랜드들이 그러듯이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일관성있는 BMW만의 패밀리 룩이 있었다. 그런데 현행 라인업에서는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그들만의 패밀리 룩을 전개해 가고 있다.
BMW측은 그 동안의 BMW 모델들에 나타났던 각 시리즈들에 공통적으로 반영되었던 유사성이 현행 3시리즈에서 새로운 형태로 완결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현행 7시리즈가 발표된 2001년까지의 BMW는 7시리즈의 소형판이 5시리즈, 그리고 그 축소판이 3시리즈라고 하는 형태로 멀리서 보면 각 세그먼트의 구분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소위 “베이비 7시리즈”라는 형태의 차만들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패밀리 룩을 살리면서도 각 시리즈의 구별이 확연해졌다. 7시리즈는 프레스티지카로서의 상징성과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으며 5시리즈는 선진성과 엘레강스로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뉴 3시리즈는 컴팩트와 스포츠를 주장하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들어 BMW가 뉴 7시리즈 이후 추진해 온 디자인 정책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지 크기가 다른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사하면서도 각각 분명한 캐릭터를 가진 모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같은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의 그것과는 구별되는 내용이다.
BMW라는 명칭은 Bayerische Motoren Werke(바이에른 자동차 공장)라는 회사이름의 약자다.


AUDI

아우디는 2005년 들어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로 대표되는 패밀리 룩을 완성한 브랜드다. 아우디는 1990년대 중반 차명을 80, 100, 200 등에서 A4, A6, A8 하는 식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 비해 아우디는 상대적으로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았다. 그런 약점을 매력적인 디자인과 네바퀴 굴림방식 등 첨단 테크놀러지를 쏟아 넣은 공격적인 모델전략으로 극복했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한 상징적인 이미지가 바로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아우디를 상징하는 패밀리 룩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아우디 모델의 경우 ‘섹시한 보디라인’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수수한’이미지의 모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보수적인 독일차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아주 화려한 분위기의 디자인으로 변했다. 물론 그 싱글 프레임 가운데 새겨진 네 개의 원의 조합, 즉 아우토 우니온은 변함없이 아우디를 상징하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전과 미국 자동차의 대거 상륙으로 독일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서 독일 메이커들의 합병이 이루어졌다. 이 때 아우디는 호르히, 데카베(DKW), 반더러(Wanderer)와 합병하여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 아우디의 상징인 4개의 원이 바로 이 4개 회사가 합병한 것을 의미한다.
1909년 아우디 아우토 모빌 베르케사가 탄생한 이후 1985년에 아우디라는 회사로 완성되었고 그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프리미엄 아우디는 존재할 수 있었다.


Cadillac

미국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것 중에는 코카콜라나 말보로 담배, 리바이스 청바지 등 많은 것이 있지만 그 중 캐딜락은 부와 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고급차라는 부동의 존재로 자리잡은 때문인지 캐딜락을 탄 인물들은 주변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물들이 많았다.
캐딜락의 패밀리 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 이는 캐딜락 가문의 문장이다.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고대 프랑스 궁정에서 쓰이던 것으로 귀족을 상징하고 있다. 4등분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 참가해 수훈을 올린 가문의 전통을 나타내고 있으며, 3마리의 백설조는 영지, 풍요로움, 현명함의 삼위일체를 뜻한다. 방패의 색깔도 붉은색은 용감하고 대담한 행동을, 은색은 순결 자선 미덕을, 파란색 줄은 기사의 무용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엠블럼이 담고 있는 내용과 그 이름이 주는 의미처럼 캐딜락이 고급차의 대명사격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명성과 달리 캐딜락은 뚜렷한 패밀리 룩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01년 ‘유러피언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고 등장한 CTS부터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전위적인 디자인, 그리고 날카로운 직선 등으로 패밀리 룩을 형성하고 있다. 2004년 등장한 상급 모델인 STS와 XLR, SRX 등 전 모델에 일관되게 이런 컨셉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수직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 등은 여전히 캐딜락임을 주장하고 있다. 프론트의 대형 방패 모양의 미늘살 그릴은 1930년대 캐딜락을 연상케 한다. 캐딜락의 새로운 왕관 모양의 심벌은 V형으로 된 그릴 가운데에 새겨져 있다. 실루엣은 완전히 바꾸었지만 부분적인 터치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Jaguar

재규어하면 영국 귀족을 떠올리게 된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궁극적인 목표라 재규어라고 할 정도로 우아함과 기품을 지닌 자동차로 손꼽힌다. 재규어의 역사는 모터사이클 회사인 스왈로우사부터 시작되고 그 뿌리에서는 창업자 윌리엄 라이온스를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스타일링을 갖추고 모터스포츠에서 끊임없이 갈고 닦은 실력으로 오늘의 재규어를 있게 한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클래식한 디자인의 우아한 세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재규어는 영국식 스포츠 세단의 선구자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뜻 매치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재규어의 모델들에서 볼 수 있는 밸런스가 통상적인 이론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타원형 더블 헤드램프와 트렁크 리드가 아래쪽으로 처진 소위 말하는 로 데크(Low Deck)의 프로포션(Proportion)으로 이미지가 패밀리 룩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쐐기 모양으로 차 앞쪽이 낮게 가라앉고 트렁크 부분이 치켜 올라가는 전형적인 현대 스포츠 세단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재규어는 여전히 클래식 스포츠 세단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1951년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을 하며 재규어의 이름을 만 천하에 날렸던 XK시리즈의 활약에 힘입은 것이다.
사브가 항공기 기술을 바탕으로 했고 BMW가 항공기와 모터 사이클의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고 재규어 역사의 시작은 모터 사이클로부터이다.


Lexus

렉서스는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는 달리 1989년에야 등장한 후발주자다. 그것도 미국시장에만 주력하기 위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었다. 토요타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과는 달리 특정한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라든지 또는 엠블럼 등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패밀리 룩을 추구하는 정책을 쓰지 않는다. 중저가형 브랜드들은 오히려 그것이 시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해 판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토요타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같은 세그먼트의 진입을 위해 개발한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에서도 그동안은 렉서스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을 채용한다거나 그릴을 설계하지 않았다. 다만 토요타의 기존 모델에 L자 로고를 부착해 렉서스 디비전을 통해 판매하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런 럭셔리 브랜드 전략의 시조는 혼다 아쿠라인데 지금은 닛산의 인피니티까지 세 가지가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그러던 것이 올 8월 렉서스의 일본시장 판매를 계기로 토요타는 렉서스의 디자인 테마를 엘피네스(L-Finesse)로 설정하고 렉서스만의 아이덴티티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디자인 측면에서는 앞쪽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통일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더불어 렉서스 디자인 철학이라고 천명한 엘피네스(L-Finesse)를 전 모델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외형상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안전기술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차만들기에 대한 토요타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렉서스는 보이는 패밀리 룩보다는 보이지 않지만 투영되어 있는 철학으로 브랜드 독자성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Hyundai

1900년대를 전후에 탄생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그리고 20세기 말에 등장해 아직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는 일본 브랜드 들에 이어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도 최근의 신장세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토요타와 마찬가지로 저가차 시장의 모델인만큼 쉽사리 특별한 이미지를 내 세우지 못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제는 연간 판매대수가 350만대에 달하고 있고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현대자동차 그룹의 목표인 연간 600만대 체제의 달성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토요타의 렉서스와 같은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 출시를 위해 뒷바퀴 굴림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들어 쏘나타와 그랜저 등에 어느정도 일관성있는 디자인 터치를 구사하며 한 식구임을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다. 또한 토요타가 했던 것처럼 쏘나타와 그랜저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H자 현대 로고를 삽입하고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설명한 다른 브랜드들처럼 현대만의 패밀리 룩이 있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그것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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