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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만에 그랜저 제친 기아 K7, 2019년 최대의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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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9-08-15 11: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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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들어 한국 자동차시장의 세분화와 다양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랜저에게 국민차 자리를 내주었던 쏘나타가 1위를 탈환했고 소형 크로스오버가 군웅할거하면서도 시장 규모는 커졌다. 젊은층들이 실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형 크로스오버의 볼륨 확대는 평가할만하다. 더불어 중장년층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아 K7의 부분 변경 모델이 현대 쏘나타와 그랜저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이변이라고 할만한 사건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기아 K7은 2009년 1세대 모델 데뷔 첫 달 5,640대가 팔렸다. 다음 달에는 4,127대로 줄었고 네 달째에5,033대가 팔렸다. 2010년 12월에는 2,750대까지 떨어졌고 2011년에는 1,000대 단위로 줄었다. 2012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았던 12월에 4,633대로 반짝했다. 하지만 다시 2,000전후에서 박스권을 보이며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1,500대 전후에 머물렀다.

 

그런데 2세대 모델이 등장한 2016년에는 3월에 6,046대까지 올라갔다. 신차 효과가 사라진 시기에도 3,000~4,000대 선을 유지했다. 그리고 부분 변경 모델이 등장하기 직전 2019년 5월에에도 2,142대로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1세대 모델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K7의 내수시장에서의 연간 판매대수 추이를 보면 1세대 모델은 2010년 4만 2,544대를 정점으로 2만대선에 머물렀다. 그런데 2세대 모델은 2016년 5만 6,060대, 2017년 4만 6,578대, 2018년 4만 978대로 평균 두 배 정도의 실적을 올렸다.

 

그런데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은 두 달 째 8,173대가 팔리며 쏘나타와 그랜저를 제치고 승용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부분 변경 모델로 K7 최대의 판매 기록이자 풀 체인지한 지 세달 가량되는 쏘나타를 제친 것은 분명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랜저는 부분 변경 모델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판매대수가 하락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아의 준대형 모델 K7이 현대의 내수시장 왕좌를 제쳤다고 하는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준대형차 시장의 확대다.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시장에서 그랜저의 대항마로 K7이 포지셔닝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시장에서 그랜저의 의미는 특별하다. 준대형이면서 국민차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다. 현행 6세대 모델의 경우 2016년 출시 두 달 째인 12월 1만 3,833대가 팔렸고 2017년 내수시장 판매대수는 13만 2,080대에 달했다.

 

부분변경 모델을 앞두고 있는 그랜저는 여전히 월 6,000대 이상이 팔리고 있다. 그만큼 하나의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기아 K7 부분 변경 모델이 히트를 기록한 것은 준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기아 K7의 독창성이 시장에서 받아 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같은 플랫폼과 엔진을 가지고 다른 브랜드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같다. 그런 면에서 차별화를 내 세울 수 있는 것은 스타일링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 K7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피터 슈라이어의 영향이 큰 작품이다. 2세대 모델에서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뒤 램프 Z 그래픽 등 아이콘을 만들며 K7만의 스타일링 디자인을 강조했다.

 

지금 현대기아차의 라인업을 보면 이런 흐름에서 뚜렷한 방향성의 차별화가 보인다. 같은 그룹 내에서 나오는 모델이지만 다른 성격을 디자인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아반떼의 날카로운 헤드램프를 시작으로 다시 자극적인 선을 사용한 현대 브랜드는 8세대 쏘나타에서 또 다른 느낌의 선과 면의 사용으로 독창성을 만들어 냈다.

 

그에 비하면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은 정제된 선과 면을 바탕으로 균형잡힌 자세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디테일로 독창성을 살리고 있다. 이제는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의 Z라인 등 기아의 아이콘을 만들어 가면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 디자인의 차별화는 세분화와 다양화 시대의 강점이다.

기아의 스타일링 디자인의 흐름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한다. 기본은 유지하면서 디테일로 진화를 표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방식이다. 뚜렷한 아이콘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세대 진화에 따라 표현을 달리는 것이다. K7의 스타일링 익스테리어의 키인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런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타이거 노즈라고 하는 컨셉은 유지하면서 크기가 더 커졌다. 그로 인해 수직 바가 더 강조되어 보인다. BMW가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키워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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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형 세단 K9을 통해 선보였던 각종 편의 장비와 첨단 안전장비를 만재해 상품성을 높인 것도 일조를 하고 있다. K9의 디지털 계기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보다 먼저 새로운 기능을 채용해 오고 있고 그것이 K7에도 반영됐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미세한 차이가 바이어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K7의 스타일링 디자인의 이미지가 전체적으로는 좀 더 보수적인 색채를 띄고 있는 것도 한국시장에서 먹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K7의 차체 컬러는 대부분 검정색이다. 기아측의 자료에는 새들 브라운이 45%를 점한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무채색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모델과 다르지 않다.유독 K7의 컬러는 짙은 컬러 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는 중장년층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시장의 중장년층에게 크기는 중요한 요소다. 오너 드리븐카로서 대형차는 부담스럽고 중형 세단은 이미 경험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랜저와는 다른 모델로 부상한 것이 K7인 것이다. K7는 수치상으로 전장이 4,995mm로 5미터가 안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형차다. 더불어 대형차가 갖추어야 할 품위를 표현하는 스타일링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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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는 현대와 기아 브랜드의 경쟁 구도의 변화다. 그동안은 어떤 이유에선 동급 모델에서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선 예는 드물었다. 언제나 현대차가 더 많은 판매를 하는 것이 당연시됐었다. 그런데 K7이 그 공식을 깼다. 이는 본격적으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연구개발본부에서 개발되는 모델들이지만 제품 개발책임자는 다르고 디자인팀도 다르다. 영업과 마케팅도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가 내놓는 모델들은 가장 최신의 모델이 가장 좋다라는 말을 한다. 경쟁 모델을 벤치마킹해 그보다 한 단 계 위의 기술력을 채용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K7의 선전은 현대와 기아도 이제는 각 브랜드 모델들간의 경쟁을 통해 세분화와 다양화가 본격화되는 시대에 브랜드 전체의 볼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1.0~1.5리터급 모델이 주류인 유럽 및 연간 530만대 중 200만대 이상이 경차인 일본과 비교하면 큰 차가 판매 상위에 오르는 한국시장은 분명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형차보다 준대형차의 시장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한국시장만의 특징이다. 그런 시장을 보고 상품성을 높인 기아 K7이 부분 변경 모델임에도 데뷔 10년만에 한국시장 승용차 1위 자리 등극은 분명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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