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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1,000마력의 PHEV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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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9-11-07 18: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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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가 사상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성능 스포츠카 SF90 스트라달레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페라리 최초의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며 4WD라는 점이 포인트다. 1,000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을 비롯해 모든 절대 수치가 극강의 스포카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 스포츠카는 실제 도로에서의 활용보다는 서킷에서의 주행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SF90 스트라달레도 예외가 아니다. 페라리의 전동화 스포츠카의 의미에 대해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포르쉐가 918스파이더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슈퍼 스포츠카의 전동화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슈퍼 스포츠카는 단지 엄청난 구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0~100km/h나 최고속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하이퍼 스포츠카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자동차와는 거리가 먼 탈 것이다.

 

최고출력 수치와 0~100km/h 가속 성능, 최고속도 등을 전면에 내 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희소성을 무기로 하는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하는 제품이다. 이들에 대해 서스펜션 세팅을 최적화하고 핸들링 성능이 최고라는 것을 강조하며 사운드로 스포츠카를 즐기는 초고성능 스포츠카라고 저널리스트와 칼럼니스트들은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모델들은 폭스바겐이나 현대와 같은 만인을 위한 차는 물론이고 20세기까지만 해도 희소성을 무기로 했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그것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20세기 말 이후 자동변속기를 도입하고 SUV를 만들며 누구나 탈 수 있는 스포츠카를 표방하며 볼륨을 늘려 온 포르쉐와도 거리가 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의 스타일링 익스테리어를 보고 모두가 아름답다거나 매력적이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낮은 차체에 그로테스크한 얼굴, 탑승이 쉽지 않은 전고, 낮은 최저지상고로 인해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조차 여의치 않은 점 등 불편한 점이 훨씬 많다. 특히나 SUV가 대세인 이 시대는 이런 차이가 더 도드라진다.

 

도어를 열고 엉덩이를 들이밀며 고개를 숙이며 탑승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오늘날은 시트에 앉으면 안락한 분위기와 자세가 나오지만, 과거에는 자리를 잡은 후에도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었다. 그래서 스포츠카라는 장르가 말하듯이 스포츠 선수와 같은 체력이 필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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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로사 시절부터 자동차를 배워 온 입장에서 본 오늘날의 페라리는 분명 위에서 설명한 것과는 달리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차 만들기를 하고 있다. 페라리의 주장대로 ‘눈은 도로를, 손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오롯이 달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왼발로 클러치를 밟고 오른손으로 기어 레버를 잡는 등의 번거로움(?)은 더 이상 없다.


그런데도 통상적이지 않은 스타일링 디자인으로 인해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 낮은 차체의 모델을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접근하기가 어려운 가격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들 슈퍼 스포츠카들은 지금 사상 최대의 판매고를 자랑하며 일취월장하고 있다. 단순히 그렇게 표현하면 대단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연간 글로벌 판매 대수 1만 대가 되지 않는다. 람보르기니가 우루스를 출시하며 올해 1만 대를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양산 브랜드들의 판매 대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커버하는 것이 고부가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높은 수익성이다. 역사상 억만장자가 가장 많고 지금도 부자들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은 이런 하이퍼 브랜드들에는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들 슈퍼 스포츠카들이 21세기의 환경규제로 인해 존재감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 등 유해 배기가스 저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대해 오히려 역공하는 사람도 있다. 페라리는 특별한 경우에만 도로 위에 나서기 때문에 날마다 40~60km를 주행하는 패밀리카보다는 오히려 유해가스 배출이 적다는 역설적인 논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벤틀리 벤테이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을 라인업하고 람보르기니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를 통해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수퍼카 시안(Sian)FKP 37을 공개하는 등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도 고성능 디비전 M의 7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을 추가한다는 뉴스가 시선을 끌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특히 폭스바겐 그룹 내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행보를 보인다. 그런데도 V형 12기통 엔진을 베이스로 한다는 점에서는 819마력이라는 수치와 함께 과연 이것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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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에 있는 자동차라고 생각됐던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들도 환경이라는 이 시대의 도전 과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전동화 모델을 만든 것은 스포츠카에 대한 시대의 변화,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의 연성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더불어 수퍼카도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 메이커의 역할도 고려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내연기관의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도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훨씬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이런 변화를 하게 된 배경이다. 포르쉐 타이칸이 전기차라는 점을 내 세우고 있지만, 효율성 높고 합리적인 가격이 중요한 패밀리카와는 거리가 먼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시 말해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실제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면서도 람보르기니는 EU규제 등과 관계없이 대 배기량 자연 흡기를 고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점이 그런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통상적인 개념의 자동차와는 거리가 있는 수퍼카 본연의 자세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페라리의 DNA를 바탕으로 시대적 과제를 부각해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는 페라리 F1 레이싱팀 설립 9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다. 그런 만큼 스타일링도 포뮬러 머신을 연상시키는 후드의 캐릭터 라인 등이 돋보인다. 레이싱 머신 컨셉의 페라리에만 채용하는 앞 펜더 위의 방패 모양의 엠블럼이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대신 뒤쪽 서브네임을 도로를 의미하는 스트라달레로 해 공도용 스포츠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페라리의 스타일링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1950년대부터 2010년까지 페라리의 스타일링 디자인을 전담했던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타타 산하로 들어갔고 페라리는 자체 디자인팀을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페라리의 DNA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미드십 차체의 전형이라든지 뒤쪽에 엔진이 유리창을 통해 드러나 보이게 한 것 등은 그대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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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가 6각형과 Y자를 모티브로 날카로운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페라리는 부드러운 곡면을 다용해 억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특히 루프와 엔진룸의 유리창 커버 등은 기존의 페라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디테일에서는 SF90 스트라달레만의 것들을 채용하고 있다. 슬림한 헤드램프를 비롯해 테일램프의 타원형 그래픽 등이 그것이다.

 

특히 뒤쪽에 셧 오프 거니 (shut-off Gurney)라는 특허 기술을 채용해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고 있다. 이런 장르의 차에서 중요한 것은 자체 윗부분에서 발생하는 바람의 제어는 물론이고 다운포스 역시 주행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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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의 레이아웃과 디자인도 통상적인 패밀리카와는 다르다.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곡선을 다용하고 있으며 기능과 패널을 뚜렷이 구분하는 선 등이 살아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디지털 계기판과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창이다. 통상적인 패밀리카의 그것과는 달리 스포츠카의 심플함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오디오의 비중이 낮은 것은 변함이 없다. 엄지손가락만으로 모든 장치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컨셉도 그대로다.


전동화를 추구했지만 2014년 페라리의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 라 페라리가 그렇듯이 페라리만의 디자인 철학은 고수하고 있다. 이는 페라리라는 브랜드가 존재하는 한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파워트레인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 상’을 수상한 3,990cc V형 8기통 780ps의 가솔린 엔진과 220마력을 발휘하는 3기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1,000ps를 발휘한다, 차체 패널에 카본 파이버를 다용해 경량화함으로써 건조 중량을 1,570kg으로 억제했다. 여기에서 건조 중량이라는 것은 오일과 냉각수 등 액체를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차 중량 기준으로는 1,800kg에 육박하고 총 중량으로는 2톤가량이 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페라리 최초의 4WD 스포츠카라는 점이다. 앞 액슬에 두 개, 리어 액슬에 위치한 8단 DCT와 엔진 사이에 한 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하면서 자연스럽게 네 바퀴를 구동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eDrive모드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모드, 퍼포먼스 모드, 퀄리티 모드 등 네 가지가 설정되어 있다. e드라이브 모드를 통해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EV모드 주행거리가 25km로 패밀리카들에 비하면 짧다.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으로 효율성은 높이고 성능은 증강됐으면서 자체 중량은 7kg 더 가볍다. 그로 인해 출력 대비 중량은 1.57kg/PS에 불과하다. 0~100km/h 가속 성능은 2.5초, 0-200km/g는 6.7초로 몬스터 중의 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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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하체다. 굽힘 강성 20%, 비틀림 감성이 40% 강화됐으며 플로어 팬에 콰이어트 알루미늄이라는 새로운 합금을 사용해 소음과 진동을 억제했다. 250km/h 주행 환경에서 390kg의 다운포스를 형성한다는 것도 이런 장르의 차에서는 중요한 내용이다.

 

혹자는 환경으로 인해 촉발된 시대에 슈퍼 스포츠카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아직은 규모의 경제에 적용을 받는 양산 브랜드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수퍼카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분위기라면 오늘날 통용되는 개념의 수퍼카는 언젠가는 퇴보할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계의 부유층의 호사가들을 위한 존재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고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파워풀하고, 빠르고, 그리고 시판 가격이 20억~30억 원에 달하는 이런 부류의 모델이 존재하는 방식은 통상적인 경제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마차 시대였던 19세기 말의 ‘전문가’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방 사라질 장난감이라고 평가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빈 카운터스들의 생각과는 다른 세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존속할 것이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판매 대수를 더 늘려만 가고 있다. 아니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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