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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타이칸, 전기 스포츠카로 브랜드 DNA 강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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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9-11-09 10: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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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배터리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이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 시장에 소개됐다. 지난 9월 독일과 북미, 중국에서 동시에 세계 최초로 공개된 지 두 달 만이다.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어제 만난 페라리의 SF90스트라달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 스포츠카이고 오늘 만난 포르쉐의 타이칸은 배터리 전기 스포츠카다. 스포츠카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전동화에 동참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두 브랜드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향성을 갖고 있고 걸어 온 발자취도 다르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포르쉐 타이칸의 출시 관련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월드 프리미어 장소다. 세계 최초로 타이칸을 공개한 장소부터 그 의미가 남다르다. 독일 베를린 근교 노이하르덴베르크에는 솔라팜(태양광)이 있고 미국의 뉴욕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계지역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수력 발전, 중국 후저우 성에서 150km 거리에 있는 핀탄섬에는 윈드팜(풍력)이 있다. 다시 말해 배터리 전기차가 말 그대로 완전 무공해차로서 기능하려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전기차는 무공해차’라는 것만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100% 재생 에너지로 생산하는 전력을 사용하는 아이슬란드에서 주행하는 배터리 전기차는 무공해차이지만 70%의 전력을 석탄으로 생산하는 중국에서는 무공해차가 아니다. 한국은 40%가량을 석탄으로 생산한다. 이런 논의가 없이 전동화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포르쉐의 전동화 로드맵은 양산 메이커들보다 공격적이다. 전동화 모델의 비율을 2025년까지 65%, 2028년까지 89%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내연기관차만의 모델을 11%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60억 유로를 투자하고 인더스트리 4.0 컨셉의 포르쉐 생산 4.0 도입, 새로운 디지털 및 비즈니스 전략 등의 ‘스트레티지 2025’를 설정하고 있다. 포르쉐는 타이칸 출시와 함께 2014년 이래 브랜드 내에서 이산화탄소를 76% 줄였고 에너지 소비를 31% 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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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흔히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라고 칭한다.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하이퍼 스포츠카와 BMW M, 메르세데스 AMG, 아우디 RS 등과 중간 지점의 성격을 가진 브랜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하이퍼 스포츠카보다는 훨씬 접근이 쉽고 많은 사람이 드림카로 꼽을 수 있는, 여건에 따라서는 손에 닿을 수도 있는 스포츠카다.


그런 정의보다는 자연 흡기 엔진 사운드와 스파르탄한 감각의 주행성을 전면에 내 세우는 물리적인 특성이 주목받는 스포츠카다. 그런데 그런 포르쉐의 파워트레인이 내연기관이 아닌 배터리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 30년 넘게 자동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는 처지에서 이런 변화를 그냥 시대적인 트렌드라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자동차가 가진 성격과 주행성 등등 수많은 세부적인 요소들을 통해 즐거움을 찾았고 꿈을 꾸고 있을 젊은 층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들을 찾아내 보여 주려 애써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새로운 탈 것을 분석하고 적합한 평가를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는 적어도 10년 후의 일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고 자율주행차도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거대 기술기업들과 센서, 통신, IT, 플랫포머들의 참여라고 생각하는 처지에서 이 시대 새로 등장하는 모델들의 변화는 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것이 옳고 그름의 차원을 넘어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여러 차례의 전동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시에는 컨셉이 등장했다면 지금은 주변 기술이 무르익어 상용화를 할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이 마련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포르쉐는 그런 트렌드에 대해 일찌감치 감을 잡고 2014년에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918스파이더를 내놓기도 했었다. 당시 2인승인 918 스파이더는 저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북 코스를 6분 57초에 주파해 마의 7분대 벽을 넘어선 모델이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 바꾼다. 선구자들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 나머지는 그를 따른다. 물론 그마저 거부하며 도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 세상은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다. 그것을 직시하고 연구하며 대비하는 측과 이대로가 좋다고 강변하는 측과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불식간에 세상은 한 참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회학자, 미래학자, 사회사상가들의 말이 뇌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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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만 해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발발하기 전으로 속도(Velocity)를 브랜드 이미지로 하는 포르쉐가 연비성능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한 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해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당시 독일에서 918스파이더를 시승하면서 당장에는 실험, 혹은 모험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미래의 방향에 대해 뚜렷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에너지 상황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고 있었으며 차세대 파워트레인에 대한 공감대가 미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르쉐는 과감한 전진을 택했다. 전동화에 대한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에너지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든 지구인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고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SUV 카이엔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은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카이엔은 마칸과 함께 포르쉐 전체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니까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했고 그것이 당시로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였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해도 연비성능 향상, 유해 배기가스 저감이라는 시대적인 과제는 물론이고 포르쉐의 DNA인 속도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포르쉐는 918스파이더의 성능을 통해 그들의 기술력을 입증해 보였다. 그것을 바탕으로 갖고 싶은 차로 만들었고 세계의 부호들을 대상으로 희소성 전략을 펼치며 브랜드 이미지를 또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한 전기차를 상정하다

그리고 5년 만에 배터리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내놓았다. 포르쉐는 타이칸 런칭에 ‘Soul, Electrifie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동원했다. 어떤 형태로 바뀌어도 포르쉐는 그냥 포르쉐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바뀌어도 스포츠카라는 장르는 변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스타일링 익스테리어에서부터 그것을 보여준다. 크기는 파나메라와 911의 중간급으로 전장이 4,963mm, 휠 베이스는 2,900mm다. 배터리 전기차라고 해서 포르쉐의 프로포션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포인트다. 크게는 포뮬러 머신을 모티브로 한 보닛보다 높은 앞 펜더와 범퍼 아래 에어커튼과 리어 윙 등이 그것이다. 범퍼 쪽으로 내리꽂은 보닛의 라인도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일반적인 전기차처럼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은 그래픽이 없다.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앞쪽의 에어 플랩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된다. 좌우 펜더 윗 부분에 충전 포트가 있다. 운전석 쪽은 AC, 동승석 쪽은 AC/DC 충전구가 있다. 사이드 도어 핸들도 정동 플랩 타입으로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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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앞 펜더 뒤에 에어 아웃렛 등이 공기역학에 많은 비중을 두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차체 아래쪽에 별도의 드라이브 트레인 등이 없어 완전히 편평하게 커버를 씌운 효과 등으로 공기저항 계수 Cd치가 0.22에서 0.25 수준이다. 이는 포르쉐 전 차종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휠은 세 가지. 터보는 20인치가 기본이며 5스포크의 21인치 미션E디자인 휠, 카본에어로 블레이드가 적용된 21인치 타이칸 전용 휠이 설정되어 있다. 뒤쪽에서는 트렁크 리드를 별도의 팝업형 액티브 스포일러로 설계했다. ECO와 퍼포먼스에 따라 자동으로 솟아오른다. 911처럼 수동으로 올릴 수는 없다.

 

인테리어는 레이아웃은 911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풀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포인트다. 포르쉐 어드밴스드 콕핏의 계기판은 곡면형 16.8인치로 시판차 중 가장 크다. 그리고 센터패시아 위 10.9인치, 아래 8.4인치, 등승석 쪽에 10.9인치 등 모두 네 개의 디스플레이 창이 설정되어 있다. 모든 버튼은 디스플레이 창으로 통합됐고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만 계기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위치가 좌우에 하나씩 있다. 왼쪽에는 회생 브레이크 기능을 제어하는 버튼이 하나 더 있다. ADAS 기능을 위한 스토크형 레버가 칼럼 왼쪽에 있다. ADAS 기능 등 일부 전자 장비는 그룹 내의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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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플로어의 높이다. 1열 시트의 발 공간은 배터리 탑재로 인해 약간 높지만, 히프 포인트는 911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열 시트의 발 공간은 1열 시트보다 낮다. 파우치형 배터리팩을 사용한 배터리 모듈의 형상을 달리해 공간 활용을 높인 때문이다. 리어 시트의 머리 공간도 911보다는 크다. 170cm인 기자가 앉으면 머리가 천정에 닿는다. 내연기관 엔진 등 기계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앞 트렁크에 더해 뒤쪽에도 400ℓ 용량의 트렁크가 있다는 점이 911과 다른 점이다.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송풍구 핀이 없이 작동하는 공조 장치도 눈길을 끈다.

 

 

전동화에도 변함없는 포르쉐의 DNA

전기모터는 영구 자석식 동기 모터로 최고출력은 625마력이 기본이다. 여기에 오버 부스트에 의해 터보는 680마력, 터보 S는 761마력까지 올라간다. 최대토크는 터보가 850 Nm, 터보 S가 1,050 Nm(107.1kgm)을 발휘한다. 그레이드 구분을 터보와 터보 S로 한 것은 고성능 모델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팩은 축전용량 93.4kWh의 리튬 이온으로 LG전자제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사용하고 있다. 나중에 84kWh의 4S 버전도 추가된다. 64.6Ah의 리튬이온 파우치 셀이 198개씩 두 개로 패키징되어 있다. 전압 수준은 600~835V. 시스템 전압을 800V로 한 것은 고속충전에 대응하고 무게도 줄이며 최적화된 패키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추후 성능 업그레이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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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충전 항속거리는 터보가 381~450km, 터보 S가 388~412km. 충전은 교류가 11kW로 6~8시간, 직류가 최대 270kW로 22분 30초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급속충전은 5분만 충전해도 100km를 주행할 수 있다. 당연히 에너지 회생 브레이크 시스템도 채용되어 있다.

 

변속기는 앞 1단, 뒤쪽에는 포르쉐가 자체 개발한 2단 변속기가 리어 액슬에 탑재되어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고속주행 시에 2단 기어가 사용된다. 0~100km/h 가속 성능은 2.8초, 최고속도는 260km/h. 뉘르부르크링의 북코스 주파속도가 7분 42초로 918 스파이더보다 약간 늦다. 그래도 4도어의 배터리 전기차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론치 컨트롤도 그대로다.

 

이는 장기간 가혹한 조건에서의 사용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24시간 동안 충전 시간 포함해 3,425km를 달렸다고 한다. 평균속도는 143km/h. 또한 0-200km/h 가속을 26회 실시했는데 모두 10초 이내에 주파해 안정적인 성능 발휘를 확인했다고 한다.

 

구동 방식은 앞뒤 차축에 탑재된 전기모터에 의한 네 바퀴 굴림방식으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다. 4WS 시스템은 갈수록 채용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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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을 비롯한 하체는 대부분 911과 파나메라에 준한다. PASM 전자식 댐퍼 컨트롤을 포함한 3챔버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 PDCC 전자 기계식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시스템을 모두 포함한다. 속도를 브랜드 이미지로 하는 포르쉐 스포츠카의 성능은 전기차도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배터리팩이 플로어에 탑재되어 무게중심고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전기차의 장점이다.

 

배터리 전기차는 속도를 브랜드 이미지로 하는 포르쉐에는 오히려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발진시부터 고회전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모터의 특성 때문이다. 내연기관의 사운드에 매료된 사용자들을 위해 과거 919 하이브리드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튜닝함으로써 5감을 통한 달리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다만 타이칸은 전기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는 진화가 분명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독일 시판 가격 18만 5,456유로가 말하듯이 여전히 고성능 스포츠카이기는 하지만 독일에서 보조금이 지급되는 4만 유로 이하의 범용 전기차는 아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는 충전 인프라도 풀어야 할 과제다. 포르쉐가 그런 조건을 뛰어넘는 브랜드 파워로 전동화 시대에도 스포츠카로서의 독보적인 입지를 지켜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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