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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GR 수프라, 격변의 시대에 태어난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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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20-01-22 00: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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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코리아가 토요타 GR 수프라를 국내 출시했다. 지난해 정치적인 이슈들로 판매가 36.7% 이상 급감한 토요타 코리아. 지난 해 말 소폭 판매를 회복하긴 했지만, 깊어진 판매부진을 쉽게 헤어나오긴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토요타코리아는 올해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프리우스 사륜구동(4WD) 모델,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 모델 등 4개의 신차를 통해 실적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완전한 신차 라인업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촘촘한 라인업 확대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달리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차량인 토요타 ‘GR 수프라’이다. ‘GR’은 토요타 자동차의 모터스포츠 활동인 ‘토요타 가주레이싱(GAZOO Racing)’을 의미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지난 해 일본의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차량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차량은 바로 이번에 국내 시장에 출시된 GR 수프라였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변하고,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스포츠카 암흑 시대’에 수프라의 부활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BMW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차량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스포츠카 만들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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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차출시 현장에 참석한 토요타 수프라 개발 수석 엔지니어인 타다 테츠야의 말에서 수프라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BMW와 협업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BMW가 직렬 6기통 엔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직렬 6기통 엔진의 쇠락과 부활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3리터 급의 직렬 6기통 엔진을 기본 사양으로 구성하고, 이보다 한층 높은 출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더 큰 배기량의 V8 엔진과 V12 엔진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엔진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직렬 6기통 엔진은 점차 V형 6기통 엔진으로 대체되어 갔다. 가장 큰 이유는 V6는 길이가 짧기 때문에 충돌 안전 성능을 향상시키기 쉽다는 점이다. 엔진의 길이가 짧으면 그만큼 충격을 흡수할 공간이 늘어난다. 충돌 안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직렬 6기통 엔진보다 길이가 짧은 V형 6기통 엔진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또한 V6 엔진의 경우 전륜구동 차량에도 탑재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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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이후 직렬 6기통 엔진은 점차 사라져 갔다. 여전히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했던 제조사는 BMW와 부분 변경된 S클래스에 직렬 6기통 엔진을 다시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정도였다.

 

참고로 최근의 직렬 6기통 엔진은 기술의 발전과 차량의 크기가 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차량의 크기가 커지고 길이가 긴 직렬 6기통 엔진에서 요구되던 충돌 안전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점차 엄격해지고 있는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기가스 정화를 위한 장치들의 부피가 점차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V형 엔진은 공간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직렬 6기통 엔진은 레이아웃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터보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현재의 직렬 6기통 엔진은 상위 등급인 V형 8기통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GR 수프라 ‘1.55’의 비밀

토요타가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을 선택한 것은 망설임 없이 뿜어져 나오는 출력과 군더더기 없는 엔진 사운드, 진동이나 소음이 적고 여기에 효율성도 우수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수프라 모델들이 6기통 엔진을 탑재했었다는 점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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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한 BMW의 파워트레인, 그리고 서스펜션을 통해 수프라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수프라의 출시 이후 공동으로 개발된 BMW 신형 Z4와의 0-100km/h 가속 테스트에서 0.1~0.2초의 차이로 수프라가 앞선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공력 성능 향상, 서스펜션 셋팅의 변화 등 토요타 나름의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ZF제 8단 AT를 포함한 파워트레인을 제어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토요타의 오리지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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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수프라의 개발 슬로건은 “제원상의 수치보단 인상적인 주행질감”이다. 그 중에서 가장 고집한 내용은 바로 ‘1.55’라는 숫자다. 이 수치는 휠베이스 (2470mm)를 윤거 전후 수치 (전 1594mm / 후 1589mm)로 나눈 값이다. 가능한 휠베이스를 짧게 해 차량의 주행 성능을 높였다. 휠베이스가 길수록 정속주행시의 안정감은 높아지지만, 코너링에서의 주행성은 둔해질 수 밖에 없다. 참고로, 경쟁 모델인 포르쉐 케이맨과 이전 세대 BMW Z4, 토요타 86이 모두 휠베이스와 윤거전후의 비율이 1.6. 신형 포르쉐 911의 경우에는 1.54의 수치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스타일의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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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의 외관 디자인은 토요타의 클래식 스포츠카 2000GT의 실루엣을 이어받았다. 전면이 길고 후면이 짧은 ‘롱 노즈 숏 데크(Long Nose Short Deck)’ 컨셉으로 개발되었다. 외부 공기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실내 탑승자의 헤드룸을 확보한 더블버블 루프(Double-bubble Roof), 고속주행 시 다운포스를 이끌어내는 후면 디자인, 볼륨감 있는 전후면 휀더 등 수프라의 운동성능을 느낄 수 있는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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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디자인은 토요타의 손에 의해 탄생했지만, 실내에서는 BMW와의 협업이 눈에 들어 온다. 센터 콘솔의 버튼이나 도어트림의 손잡이 등 곳곳에서 BMW Z4에 사용되었던 버튼류와 부품들이 눈에 띈다. 이로 인해 기존 토요타나 렉서스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함보다는 수평 기조의 안정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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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으로 길게 디자인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적용하여 넓은 전방시야를 확보했으며, 패들 시프트와 운전에 필요한 버튼은 운전자와 가깝게 배치하여 시선이동을 최소화했다. 또한 몸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하이 백(high back) 스포츠시트와 콘솔의 무릎패드 등 실내 디자인은 운전자가 드라이빙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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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치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표시되며, 전방충돌 경고장치, 차선이탈 경고기능,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 등 다양한 예방안전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점도 요즘의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는 장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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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GR 수프라의 국내 판매 물량은 30대로 한정되어 있다. 모터스포츠와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소수의 고객을 위한 판매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GR 수프라 출시에 맞춰 강조된 부분은 토요타의 ‘레이싱 스피릿’이다. 국내 다양한 모터스포츠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적 이슈를 돌파하고 판매 개선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놓인 지금, 토요타 브랜드의 열정을 강조하는 것은 좋은 시도이자, 방향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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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포츠카라는 자동차 업계의 틈새 시장에서 이제 하나의 기업이 단독으로 스포츠카를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가 커질수록 이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2002년 수프라가 단종된 것은 배출가스 규제로 인한 것이었다. 고성능 터보 차량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을 떠난 스포츠카가, 훨씬 더 강력한 규제가 진행 중 인 시대에 경쟁업체와의 초월적인 협력으로 부활했다. 정치적인 이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이런 신차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일은 분명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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