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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5 정면 충돌 시험 공개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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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23-01-16 08: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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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현대 아이오닉5의 충돌테스트 현장을 공개했다. 자동차회사의 충돌 시험현장은 잘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립된 공간에서 실험을 실시하는 것을 관람하는 정도가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아이오닉5의 충돌 테스트는 시험 직후 기자들이 직접 테스트 차량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이례적인 이벤트는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안전에 관한 인식 변화와 아이오닉5 충돌 테스트 관련 내용을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1세기에 자율주행차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안전 때문이었다. 연간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30만 명에 달한다. 그것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로부터 스티어링 휠을 빼앗자는 논리가 구글을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것이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단계적으로 안전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미국 NHTSA (도로 교통 안전국)와 미국 IIHS (고속도로 안전 보험 협회)가 2016년 자동차 메이커 20개사와 자동 브레이크의 표준 장착 의무화에 대해 합의한 것이다. 합의 내용은 2022년 말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승용차 및 SUV 등의 라이트 트럭) 전 차종에 자동 브레이크를 표준 장비하는 것이다. 대형 트럭의 경우 2025년 말까지 표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NHTSA와 IIHS는 자동 브레이크의 표준 장착이 3년간 진행된다면 3년동안 약 2만 8,000건의 자동차 사고와 부상자를 약 1만 2,000명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그것은 일본에서는 충돌하지 않는 자동차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자율주행차로의 진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볼보가 처음으로 시티 세이프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자동 브레이크가 이제 미국 시장에서만 채용이 의무화된 것이다. 능동적 안전장치인 ABS, ESC, 수동적 안전장치인 에어백 등이 의무화되는 과정도 지난했지만, 자동운전을 전제로 한 안전장비는 그보다 훨씬 더딘 행보를 보인다.

그러면서 구글이 시작한 자율주행차 개념을 아예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일거에 화두로 만든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이 등장했고 여기에 FSD(Full Self Driving)이라는 용어로 유료 옵션까지 등장하며 충돌하지 않는 자율주행차가 눈앞에 와 있다는 뉴스가 넘쳐났다.

그러나 최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의 한계가 부상하면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레벨5의 완전 자율주행차의 구현은 쉽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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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의 게리 마커스 교수는 신경과학 전문가인 동시에 머신러닝의 대가로,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 앞에 놓인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입력된 지도와 라이더 센서가 그려내는 3차원 영상을 토대로 운행한다는 점을 지적한. 이 기술의 가장 큰 한계는 인간 운전자와 달리, 다른 운전자의 행동을 이해할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마커스 교수는 자율주행 개발사들이 시스템에 데이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하려 하지만, 이 방식으로 대도시에서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 차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99.99%의 정확도에 도달한다 해도, 이 수치를 실제 운전 상황에 대입하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다. 도로에는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무수히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회사들은 앞으로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능동적 안전장비의 채용을 늘리고 수동적 안전장비의 기술을 발전시켜 사고를 줄이고 사고로 인한 손상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한동안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개념이 자율주행이라는 이슈에 밀려 소홀히 취급되었다. 통상적으로 안전이라고 하면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손상을 줄이는 것을 떠 올린 적이 있다. 그 인식을 바꾼 것이 2002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프리 세이프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것은 ABS와 ESC 기술 등이 근간이었다. 이후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 등과 함께 세계의 완성차회사들은 이런 개념을 폭넓게 채용했다. 채용이 의무화되지 않은 장비도 그레이드에 따라 옵션으로 설정하며 안전성을 높였고 사고는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자동차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더불어 사고율은 줄었어도 사고 건수는 증가했다. 그래서 사고 후의 손상 저감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 12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안전 시험동에서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는 미국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에서 지난해 최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 Plus)와 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한 것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일환이다.

특히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 EV6, GV60 등이 모두 IIHS에서 TSP+를 받고 유로 NCAP(New Car Assessment Program)에서도 별 다섯 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얻은 데 힘입은 것으로 읽힌다. 

더 중요한 것은 충돌 후에 도어가 열렸다는 점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충돌 사고로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진화할 방법이 없고 빠른 시간에 발화하기 때문에 탑승자가 탈출 할 수 있어야 한다. 충돌 사공를 당한 탑승자가 온전하게 안쪽에 별도의 장비를 조작해 도어를 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그동안의 사고 후 검사 등을 감안하면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충돌 테스트를 위한 더미 한 개 가격만 15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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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충돌 테스트는 크게 실차 테스트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이루어진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실차 테스트는 정면/옵셋(부분 정면),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진행한다. 여기에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친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5,000시간이 들어간다.

그중 이번에 공개한 것은 아이오닉 5의 64km/h 40% 옵셋 충돌로, IIHS 충돌 상품성 평가에 포함된 항목이다. 이는 충돌 속도 64km/h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 벽에 충돌시켜 차량 내 승객의 충돌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IIHS에서 64km/h 40% 옵셋 충돌은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으나 향후에는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추가해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맞춰 이번 시험도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후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충돌 시험에 사용되는 인체 모형(더미)에도 발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 정면충돌용 하이브리드 Ⅲ는 센서가 52개였으나 새로운 THOR 더미는 157개로 증가했다고 한다. 측면 충돌용 World SID 더미도 이미 2004년부터 센서 수가 48개에서 88개로 늘었다. 물론 더미의 종류도 남성, 여성, 유아 등 27 개종 170여 개 세트를 운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고가의 인체 모형은 THOR 더미와 World SID 더미로 한 세트당 가격은 약 15억 원에 달한다. 물론 충돌 테스트 후 보수 비용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전기차의 충돌 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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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아이오닉5의 40% 옵셋 정면 충돌 시험은 과거 동급 내연기관차의 실험 때보다 충돌음이 더 컸다. 그것을 데이터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기자가 1990년 처음으로 충돌시험을 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충격은 엄청났다.

실제로 차체 앞쪽의 절반 정도는 아예 대시보드 쪽으로 밀려들어 갔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앞쪽에 구조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크럼플 존(충격흡수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질량이 500~700kg 더 무겁다. 같은 속도로 충돌해도 그 중량으로 인해 충격은 더 크다. 그래서 차체 구조가 내연기관차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정면  충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범퍼 백 빔을 더블 박스 구조로 했다. 엔진 룸의 구조는 멀티 로드패스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충격방향에서도 효율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도록 했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프론트 멤버가 H 자형이었는데 E-GMP는 #(우물 정)자형이다.

무엇보다 충돌 시 관성에 의한 배터리의 이탈을 방지하고 배터리 팩으로 인한 탑승석의 침해를 보호하기 위해 팩간 관통 볼트를 체결하는 등 전기차만의 차체 구조를 채용한 것도 중요한 이슈다.

당장에는 전기차라 해도 충돌 시험방식의 근본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배터리팩의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보다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배터리 화재에 관한 것이다. 국내에서의 통계로는 소방청 발표 기준 내연기관은 화재 발생 건수가 52건으로 발생 비율 0.018인데 비해 배터리 전기차는 37건으로 0.01%다.

다른 점이라면 배터리 전기차에서 배터리 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전체 배터리팩이 모두 탈 때까지 대처 방법이 여의찮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통합안전개발실장 백창인 상무는 자동차 내에서의 화재 발생 방지는 99%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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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기차의 구조가 내연기관차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안전 설계가 중요한 때다. 현대차는 차량의 골격구조는 충돌, 내구, NVH, R&H, 연비 등 모든 성능에 영향이 있으므로 글로벌 원바디(Global One Body) 골격 구조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든 기본적인 구조적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

다만 아직은 자동차회사에 따라 전기차의 앞쪽에 프렁크 유무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BMW i4에는 프렁크가 없고 현대 아이오닉5에는 프렁크가 있다. 그 차이가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배터리 중량으로 인한 차체 질량의 차이로 같은 속도로 충돌해도 그 충돌 에너지가 탑승석으로 전달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이에 대한 대처가 자동차회사마다 차체 구조 설계의 차이 등으로 극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규제 당국에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 당국이 형식 승인을 해 준 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동차회사만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쨌거나 각국의 교통사고 형태가 차이가 있고 이에 대응한 각국에서 요구하는 법규 차이로 일부 대응구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북미의 경우 보행자 사고 빈도가 낮지만, 내수 및 유럽의 경우 보행자 사망 비율이 높기 때문에 보행자 보호 법규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범퍼 하단부에 로워 스티프너 구조 및 범퍼백 빔 전단부에 폼을 적용하여 보행자의 하지를 보호하는 구조가 내수 차량에는 적용된 정도의 차이는 있다. 그 이야기는 나라마다 아직 안전 규제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동차회사의 충돌 시험은 차종당 100억여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IT 와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이슈에 밀려 간과해 왔던 안전성에 대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아이오닉5의 충돌 시험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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