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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화 치닫는 프리미엄 SUV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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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1-05 06: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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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화 치닫는 프리미엄 SUV의 전쟁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주장하는 것이 꼭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예들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사안에 대해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구호를 동원하며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이슈가 아닐 수도 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그것은 다양성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호도된 내용으로 인해 현혹된 사안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기말 컴퓨터 대란이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의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엊그제 일 같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컴퓨터와 관련 부품의 판매 증가로 끝나지 않았는가.

약간 포인트는 다르지만 최근 석유 문제로 지구촌이 떠들썩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더 커지고 더 호화스러워지고 더 강해지고 있다. 물론 기술발전으로 인해 연비성능은 향상되고 유해 배기가스도 줄어들며 동시에 파워는 훨씬 더 강력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부르짖는 구호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강대한 성능의 스포츠 세단을 끊임없이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고 더 크고 화려한 SUV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리드하는 것은 다름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양산 브랜드들이 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차별화를 통해 그들만의 가치를 창조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높은 가격을 받아 낸다. 그것은 ‘달리는 즐거움’일 수도 있고 ‘품위와 희소성’일 수도 있으며 그것은 ‘가치’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어쨌거나 그런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략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그런 점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석유가 고갈된다거나 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프리미엄 SUV의 전쟁 점입 가경

SUV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SUV들 중 프리미엄 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모델로는 오늘 시승하는 레인지로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ML클래스, BMW X5, 폭스바겐 투아렉, 볼보 XC90, 포르쉐 카이엔, 지프 그랜드체로키, 캐딜락 SRX, 아우디 Q7 등을 들 수 있다.
잘 알다시피 SUV의 뿌리는 물론 미국이다. 차체와 배기량 모두 크기에 비중을 두는 미국에서는 대형 세단과 픽업 트럭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되었다. 그중 서부 개척시대의 정신이 반영된 대표적인 것이 픽업 트럭이고 그것이 대형 세단과 접목되어 등장한 것이 바로 SUV이다. 그리고 그 선구자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지프 체로키다. 물론 탄생 당시의 SUV에 대한 이미지는 오프로더용 대형 4WD였다.

거대한 땅 덩어리에서 크기가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는 문화 속에서 탄생한 SUV는 그래서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쉽게 파고 들었고 급속도로 판매는 증가해갔다. 당시 등장한 미국산 SUV의 대표적인 모델로는 지프 체로키 시리즈와 포드 익스플로러를 들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SUV’를 주창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ML클래스다. 메르세데스 벤츠 M클래스는 1997년 데뷔한 모델로 아예 처음부터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건설해 새로운 전략을 추구했다. 이후로 2000년에는 BMW X5가 등장하면서 위에 언급한 모델들이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투입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각 브랜드들은 자기 나름의 포지셔닝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제는 랜드로버와 지프 등 정통 오프로더 이미지를 가진 두 개의 브랜드와 주행성에 비중을 둔 도심형 SUV 이미지를 가진 여타 브랜드로 구분되어 있다. 물론 그 도심형 SUV들은 나름대로의 특성을 강조하며 각기 다른 장르임을 주장하고 있고 랜드로버와 지프도 도심형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는 등 현실에서의 양상은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만은 없다.

오늘의 주제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랜드로버는 크라이슬러의 지프와 함께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살리고 있는 브랜드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온로드 성능에서 BMW의 성능을 100이라고 한다면 랜드로버는 80이라고 할 수 있고 역으로 오프로드 성능에서는 랜드로버가 100이라고 한다면 BMW가 80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차별화는 거기에서 나타난다.

특히 랜드로버의 경우는 역사에 비해 강한 브랜드 캐릭터를 구축해 세계적으로 충성심이 강한 마니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런 충성심을 이끌어 낸 것은 다름 아닌 ‘랜드로버다움’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자주 표현되곤 하는 것으로 어떤 형태의 변화가 도래하더라도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고는 설 땅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자동차에서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소개했듯이 정통 오프로더 브랜드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레인지로버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0년. 현행 모델은 2002년 풀 모델체인지한 3세대 모델이다. 랜드로버의 플래그십인 레인지로버는 31년만에 세 번째 모델로 진화할 정도로 라이프 사이클이 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레인지로버는 스스로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고급 세단을 지향한 럭셔리 SUV로 규정하고 있다. 54년 역사 동안 단 7개의 뉴 모델만, 그것도 4×4모델만을 생산해 온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모델로서의 존재감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SUV의 그랜드 투어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투어러, 우리가 GT라고 표현하는 장르의 차는 스포츠카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럭셔리카의 안락성을 겸비한 모델을 일컫는다. 재규어가 이 분야에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스포츠카와 스포츠 세단들은 GT화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내용을 갖추어 과거 ‘주행성에 집중’하는 시대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SUV의 흐름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 시승하는 레인지로버만 보아도 1990년대 필자가 카멜트로피 버전을 탔을 때의 차만들기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오프로드에서의 주파성은 기본이고 온로드에서 쾌적하고 안락한 주행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랜드로버의 아이덴티티로 유지되고 있는 아날로그 분위기를 살리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디스커버리3에서 채용하기 시작한 랜드로버의 아이콘으로 내 세우고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Terrain Reponse)” 기능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런 것들은 럭셔리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온로드 주행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들이다.

정리하자면 랜드로버는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성능은 디스커버리를 통해 표현하고 플래그십인 레인지로버는 GT SUV, 즉 프리미엄 SUV로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물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극단적으로 강한 모델들은 그만큼 수요층에 한계가 있다. 역으로 표현하면 마니아층이 두텁고 그들은 바로 그런 희소성 때문에 다른 유저들과의 차별화를 하며 그들만의 ‘가치’를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시승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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