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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X의 크라이슬러 매각의 전말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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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5-16 0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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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X의 크라이슬러 매각의 전말과 의미

결국 그렇게 결말이 나고 말았다. 2006년 GM 과 닛산의 제휴설에 이어 올 초 DCX의 크라이슬러 부문 매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 했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크라이슬러를 책임질 수 있는 메이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다시 분사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GM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 회사간의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그먼트끼리 뭉친 메르세데스 벤츠와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에서도 이루지 못한 비용저감의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또한 미국 메이커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연금 기금과 의료비 보조에 관한 문제가 더욱 가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거론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크라이슬러 부문 매각 얘기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DCX를 이끌고 있는 디터 제체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말이 시발점이었던 것. 이 후 미국의 저명한 투자가 커크 커코리언이 이끄는 트래신다와 카나다의 부품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 투자회사 블랙스톤 그룹 등이 매수 희망 업체로 거론되었었다.

결국 다임러크라이슬러는 5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크라이슬러 그룹의 80.1% 및 크라이슬러 관련 금융서비스회사를 55억 유로(74억 1,000만 달러)에 미국 투자회사(국내에서는 사모펀드라고 하고 있다.) 서베러스(Cerberus) 캐피탈 매니지먼트(CBS.UL)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얼마 전 디터 제체가 말했던 대로 19.9%의 지분을 갖게 되어 마이너 주주로 남게되었다.

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지나치게 평가해왔다는 것이 다임러 벤츠(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명)의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1998년 당시 '세기의 합병'을 도출했던 크라이슬러의 밥 이튼과 다임러 벤츠 위르겐 슈렘프의 판단이 옳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다임러와 크라이슬러 모두 새로운 기회를 찾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디터 제체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기의 합병’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인정했다.

합병한지 8년 반. 픽업 트럭등 대형차와 SUV 등이 주력인 크라이슬러와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를 보유한 다임러와의 이질성은 차종 구성의 차이만이 아니었다. 다임러측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것에 대해 우려를 했고 그 때문에 합병의 최대 효과 중 하나인 비용 저감으로 연결되는 부품 공유화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다른 합병 회사와 달리 두 회사간의 플랫폼 공유 등이 폭 넓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다임러에 의한 크라이슬러의 지배가 확실해지고 그로 인해 크라이슬러로부터 인재 유출도 발생했다고 한다. 두 회사는 법적으로는 합병을 했음에도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찾지 못하고 서로가 기회만 보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크라이슬러는 북미사업부의 판매 부진으로 더욱 압박을 받게 되어 인원저감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반복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미씨비시와 현대자동차와의 제휴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확대 노선에도 수정이 가해졌고 결국 이 두 회사와는 상호 출자해소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로 인해 디터 제체 사장은 이사회로부터 ‘왜 크라이슬러를 매각하지 않느냐는 압박을 받아왔다. 결국 올 초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발언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결별 수순을 밟게 되었다. 디터 제체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문화가 다른 두 회사간의 궁극적인 합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에 대한 이사회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크라이슬러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로써 1998년에 독일 다임러 벤츠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360억 달러에 매수함으로써 실현된 대서양을 가로 지르는 자동차 메이커의 대형 합병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크라이슬러 매각은 미국 대형 자동차회사가 개인 주주에게 넘어가는 첫 번째 케이스가 된다. 서베러스로 매각이 결정된 중요한 포인트로 된 것은 서베러스가 가진 자동차업계와 관련한 경험과 미국 GM의 금융자회사 GMAC에 출자해왔다고 하는 실적이었다고.
크라이슬러의 경우도 금융서비스 부문이 우량 자산의 하나로 되어 있다.

크라이슬러의 매각은 여러가지 으미를 가진다. 우선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던 빅3 체제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북미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고 소형차 개발이 늦어 부진에 빠졌고 그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실패였다는 견해가 폭 넓게 개진되었었다.

크라이슬러의 최근의 실적 부진은 심각했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본 거지인 미국시장에서 대형차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었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글로벌 판매대수 265만대 중 약 80%를 미국시장에서 판매해 의존도가 높았다. 그 중 승용차는 30% 정도로 대부분은 배기량 4리터급의 SUV와 픽업트럭 등의 대형차다. 그 때문에 석유가격 급등으로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원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서베러스가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판매 부진을 조기에 벗어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 당시는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통용됐었다. 낮은 비용으로 자동차를 생산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규모 확대에 의한 수익성 강화와 효율화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 규모의 경제 논리와는 달리 합병과 자본제휴로 규모를 이룬 후에도 빅3는 부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연비 성능이 좋은 친환경자동차의 이미지를 앞세운 토요타와 혼다 등 인수합병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세를 불려온 일본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이 때문에 규모 확보를 위한 합병은 실패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양산차 메이커들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90년대 말 소위 말하는 규모의 경제를 강조했던 측의 주장은 실효성을 잃게 되었고 그보다는 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의 생산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제기했던 측이 옳았다는 판정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문제는 앞으로 서베러스가 어느정도 경영에 참여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다시 홀로서기에 나선 크라이슬러의 행보는 다른 양산 메이커들에게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세기의 합병'에 이어 르노와 닛산의 제휴, 현대와 기아의 합병 등 양산차업체들의 이합집산과 니치 브랜드들의 종속 등이 있었다.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절대적으로 지배할 수밖에 없는 자동차산업이지만 서로 통합될 수 없는 생태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에서 다른 메이커들의 대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매각에 대한 크라이슬러측의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이 세버러스(Cerberus) 사모 펀드에 크라이슬러 그룹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크라이슬러 그룹의 톰 라소다 사장은 이번 매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이번 결정을 통해 크라이슬러가 재정적으로 더욱 강력한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인력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노하우, 전문성, 그리고, 혁신 정신의 대승적인 결합으로써 크라이슬러가 수익성 제고는 물론 업계 리더로서의 위치를 회복하는 데에 박차를 가하게 해줄 것이다.

세버러스는 장기간 동안 크라이슬러의 성장과 성공에 기여할 파트너로서, 전략적으로 최적의 크라이슬러 그룹의 구매자이다. 그들은 노조와 경영진 양쪽에 건설적으로 협력함으로써 크라이슬러가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오늘 발표된 결정으로 인한 인력 감축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독립된 하나의 기업체로서, 크라이슬러는 단기간의 결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간의 회복을 위한 전략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결정은 크라이슬러로 하여금 언제나 우리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왔던 강점들 – 다양한 크라이슬러, 짚, 닷지 차량들과 고품질의 Mopar 부품,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열정, 창의력, 그리고, 헌신 - 등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버러스로부터의 강력한 지원과 다임러(Daimler AG)와의 지속적인 제휴 및 협력 관계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어야 하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승리의 DNA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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