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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개방 20년,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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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12-04 0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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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개방 20년, 잃은 것과 얻은 것

1987년 7월 2,000cc 이상의 대형차, 1988년 2,000cc 이하의 외제차 수입이 허용된 지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사이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격변의 시대를 통해 마찬가지로 괄목상대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 사이 1998년 일본차의 수입허용을 계기로 사실상 외제차 수입의 완전 개방이 이루어져 지금은 13개 법인에서 24개 브랜드, 280개의 모델을 수입 시판하고 있다. 전국에 109개의 딜러수가 있고 전시장수만도 173개, A/S센터는 224개에 달한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분명 엄청난 양적 발전이고 수입 초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에 달해 있다. 외제차 개방 초기에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대기업 수입차사업부, 또는 자동차사업부를 통해 수입 공급되었다. 수입차 개방 첫 해 10대의 판매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규모였지만 중소기업들이 감당할만한 수준 또한 아니었다.

그래도 그것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자동차사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했고 그들은 그룹 내 계열회사를 통한 판매에 의존하는 형태를 취하기도 했었다. 전시장 규모도 자동차 2~3대 정도를 진열하는 것이 고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었고 단지 수입차라는 단어 하나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역으로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90년대 초 소비절약 운동과 맞물려 거리의 수입차는 못으로 긁히고 페인트로 봉변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그래도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된 한국의 자동차 대중화의 기세는 꺾을 수 없어 1996년에는 연간 판매 10,0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비록 규모는 적었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구조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한국차에서 수입차로 수요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저가의 미국차가 수요를 흡수했고 다시 고가차의 유저들에게는 독일차를 비롯한 유럽 브랜드들이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IMF와 함께 수입차 판매는 곤두박질을 쳤고 사회적인 ‘애국심’과 맞물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수입차사업부에서 철수했다. 물론 그 자리는 외국 메이커들의 직접 진출로 메꿔져 갔다. 당장에 판매는 어렵지만 미래의 잠재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공격적이었던 것은 물론 BMW. 지금도 당시의 전략 덕택에 수입차 판매 선두자리를 다투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진출이후부터였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중 미국 다음으로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한국시장에서 렉서스의 판매는 예상을 웃돈 것이었다. 유럽과 미국 브랜드에 비해 많은 뜸을 들여 들어왔지만 한국시장의 적지 않은 대기 수요자들은 렉서스를 단숨에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올라서게 했다.

한국 유저들의 일본차에 대한 호감도는 2004년 혼다, 2005년인피니티의 상륙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대표 세단인 어코드 한 차종으로 시작한 혼다 브랜드의 소형 SUV CR-V는 2004년 10월 수입시판된 이래 올 해에는 부동의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올랐다. 10월까지 누계 판매대수에서 혼다 CR-V는 2,991대, 렉서스 ES350은 2,765대, 인피니티 G35세단은 1,595대를 판매해 상위 랭크를 일본차가 독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최근 수입차 시장은 2000년대 초반 독일차의 주도에서 일본차로 세력 판도가 바뀐 것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에는 닛산 브랜드도 수입되고 미쓰비시도 대우자판을 통해 판매가 된다. 여기에 2006년까지 베스트 셀러 모델들을 OBD 문제 때문에 수입하지 못했던 유럽 브랜드들의 재 공략도 시작되어 중가 모델을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OBD 문제로 주력 모델을 수입하지 못했던 유럽 브랜드들의 기세는 여전하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은 전체 판매의 30~40%를 차지했던 베스트 셀링 모델의 수입이 중단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판매대수 증가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가을 들어 OBD시스템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한 BMW는 11월 무려 1,000대를 판매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뉴 C클래스를 계기로 2리터급 모델을 내놓았고 아우디도 뉴 A4부터는 2리터급 모델을 출시할 예정에 있어 다시 한번 돌풍을 예상케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시장 공략을 시작하고 있어 2008년 수입차 시장은 올 해보다 더 많은 신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어디까지나 임포터의 입장에서만 본 것이다. 109개의 딜러의 입장에서 과연 수입차 사업이 수익성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여전히 수입차 판매업 꿈을 꾸고 있는 업체 또는 업자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딜러권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정작 기존 딜러 들 중에서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 이미 딜러권을 내놓고 수입차 시장에서 철수한 업자들이 적지 않다. 밖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장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보다 고비용 국가인 한국에서는 전시장 오픈을 위한 막대한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마저 올 들어 SK가 주도하고 있는 병행수입업의 대두로 상황이 달라져 있다. 초기 비용 회수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차량 가격과 A/S 부품의 고가 정책으로 인한 정책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제는 임포터의 입장에서 그들의 딜러의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수입차를 구매하는 유저들은 가격을 따지는 것보다는 지불한 가격에 대한 대우일 것이다. 그 대우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인 것은 A/S다. 특히 그동안은 시장 점유율이 낮아 A/S비용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기존의 방침으로는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현실화하고 더불어 정비 시간과 정확성, 신뢰성 확보는 앞으로 수입차 브랜드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는 마케팅의 필요성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저 차를 구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의 브랜드에 대한 색다른 그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공헌이든 문화 마케팅이든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와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소비자는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한국차가 이만큼 발전했다. 수입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유저들보다 다루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만족시키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를 알아 내는 것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마케팅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브랜드를 파는 것’이라는 점을 업체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과 더불어 인적자원의 부족이 심각하다. 당장에 판매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끊임없는 프로모션에 매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각 업체들마다 전문화된 마케팅 부서가 있지만 현재는 가격 인하와 끼워 팔기를 어떻게 하느냐를 연구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결국 앞으로는 좀 더 수준 높은 인적자원이 마케팅과 판매, A/S 등 전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에 대한 이해 없이 단지 마케팅 기법에만 매달리는 업체들이 없지 않은 것이 한국 수입차 시장의 현실이고 보면 2008년의 화두는 또 다른 측면에서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수입차 개방 20년 동안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수입 초기 부정적인 의견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진정한 경쟁의 결과다. 앞으로는 마케팅 측면에서 선진 기법을 동원해 이번에는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경쟁이 예상된다. 까다롭고 수준 높은 한국의 유저들에게 먹힐 수 있으려면 그만큼 수준 높은 전략이 필요하고 그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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