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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의 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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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1-09 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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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의 도전과 과제

결국은 토요타처럼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만드는 대신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 제네시스가 현대 브랜드로 공식 데뷔했다. 현대자동차는 당초 세계 시장에 럭셔리 브랜드의 출시를 목표로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을 개발했었다.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반복되며 최종적으로 현대 브랜드를 통한 제네시스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 의미와 도전과제에 대해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지금 상황에서 과연 현대 브랜드로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을 내놓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는지 모른다. 어느쪽이든 그 미래에 대해 확실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충분한 역량이 있고 럭셔리 브랜드를 창출할 과감한 자세의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현대자동차는 일본 빅3의 럭셔리 브랜드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히 인정받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보다 후발업체로서 시도하기에는 너무 벅찼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을 포기하고 현대 브랜드를 통해 판매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 브랜드로 한 것이 잘된 결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별 문제없이 잘 팔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현대자동차의 역량에서 같은 라인업에 두 가지 구동방식을 공존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대두된다는 것이다. 판매시장에서의 성공여부와는 별도로 그만큼의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비용저감이 최대 과제인 전형적인 양산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의 규모에서 과연 판매대수가 많지 않은 별도의 플랫폼을 운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성 문제에서 좀처럼 성과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역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도 할 수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예이기는 하지만 아우디는 판매대수는 많지 않지만 상징적인 모델들을 전면에 내 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빠른 시간 내에 달성한 대표적 예다. 획기적인 디자인의 TT를 전면에 내 세우고 플래그십 모델 A8를 통해 그들이 가진 하이테크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의 활약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역량을 인정받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판매를 끌어 올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제네시스의 역할은 당장에 판매시장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한정되어 있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현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제고하는데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네시스의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는 물론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가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강조하고 있듯이 세계의 자동차회사들의 뒷바퀴 굴림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90년대만 해도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 일부 메이커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들을 선호해왔었다. 볼보의 경우도 90년대 중반 차명을 900, 800, 700 시리즈에서 S80, V50, C70 하는 식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뒷바퀴 굴림방식이었으나 앞바퀴 굴림방식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좋다는 주장과 함께 앞바퀴로 전환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세계의 메이커들은 뒷바퀴 굴림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수록 성능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뒷바퀴 굴림방식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더 적합하다는 논리와 함께 뒷바퀴 굴림방식을 채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특히 미국의 빅3가 주도를 하고 있다. GM이 캐딜락 디비전의 CTS를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로 개발한데 이어, 크라이슬러는 300 세단을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로 개발해 내놓았다. 특히 주로 대형 세단에만 적용해 오던 뒷바퀴 굴림방식을 이제는 중형세단에까지 적용하는 추세에 있다.

이처럼 뒷바퀴 굴림방식의 채용을 고집하거나 새로이 추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해 BMW, 캐딜락 등은 뒷바퀴 굴림방식이 수동적 안전성이나 성능 추출, 그리고 설계의 자유도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아예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만을 줄기차게 고집해 온 BMW같은 경우는 미니를 제외하면 모두 뒷바퀴 굴림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빅3 중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는 대부분 뒷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 ES시리즈가 공존하는 보기 드문 예다. 닛산의 인피니티는 뒷바퀴, 혼다의 아큐라는 앞바퀴 플랫폼이 기본이다.

미국 메이커들 중에서는 GM이 뒷바퀴 굴림방식화에 가장 앞장 서고 있다. GM은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 카파(Kappa)를 개발하는데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 제타(Zeta)라고 하는 또 다른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이 GM의 호주 자회사인 홀덴에 의해 개발했다. GM은 뒷바퀴 굴림방식 카파 플랫폼이 앞바퀴 굴림방식에 비해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TCS와 ESP 등 전자장비의 발달로 인해 뒷바퀴 굴림방식의 단점들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의 초기 개발비가 높고 생산코스트도 앞바퀴 굴림방식에 비해 3억 달러 정도 더 들어간다.

GM은 카파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폰티악 솔스티스(Pontiac Solstice)를 만들어 GM 대우에서는 G2X라는 차명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에 대해 노하우가 많은 폭스바겐도 스페로(Sfero)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하고 있는 대형 럭셔리 세단을 뒷바퀴 굴림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모델은 파사트와 페이톤 사이의 세그먼트다. 폭스바겐은 5년에서 6년 사이에 50만대에서 60만대 정도의 스페로 베이스 모델을 판매해야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알파로메오도 8C 컴피티치오네(Competizione)를 뒷바퀴 굴림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도 300세단과 닷지 매그넘에 뒷바퀴 굴림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1970년 이래 크라이슬러로서는 소량 생산 모델인 닷지 바이퍼나 플리머스 프롤러를 제외하고는 첫 번째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이다. 크라이슬러는 그동안 앞바퀴 굴림방식의 이점에 대해 강조해왔으나 이제는 메르세데스 벤츠로 통합되면서 뒷바퀴 굴림방식을 유용하기 시작했다. 다시 결별을 한 지금의 전략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뒷바퀴 굴림방식은 비용이 더 들어가는 대신 이상적인 중량배분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으며 크라이슬러도 52 : 48이라고 하는 거의 이상적인 중량배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도 신차 발표회를 통해 52 : 48이라는 중량배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동차회사 경영진들은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뒷바퀴 굴림방식은 양산차의 주 시스템으로 자리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도 있다. GM의 제품개발담당 부사장 밥 루츠는 크라이슬러의 뒷바퀴 굴림방식으로의 전환은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는 최근의 뒷바퀴 굴림방식이 주목을 끌고 있지만 주류는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의 개척자인 PSA푸조 시트로엥과 르노는 뒷바퀴 굴림방식에 대한 계획이 없다. 볼보는 앞서 언급했듯이 1986년부터 1998년 사이 모두 앞바퀴 굴림방식화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럭셔리 세그먼트와 프리미엄 모델들에만 뒷바퀴 굴림방식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바퀴 굴림방식이냐 뒷바퀴 굴림방식이냐에 대한 논란에는 설계문제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에서는 프론트 오버행이 길어지고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은 훨씬 좋은 비율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푸조 407 세단의 프론트 오버행이 긴 것에 대해 비판하지만 PSA는 자동차의 균형을 위해 좋다고 반박한다. 그것은 보행자 보호나 수동적 안전성을 위해서도 더 좋다는 것이 푸조측의 주장인 것이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구동방식에 대한 각 메이커들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높은 주행성을 지향하는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와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양산 브랜드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양산차 메이커로서는 두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몇 안되는 메이커의 대열에 속하게 되었다. GM과 크라이슬러도 그에 속한다. 하지만 이 두 메이커는 별도의 브랜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현대자동차는 두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운용하는 유일한 양산차 메이커가 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 시장에서, 특히 미국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판매 네트워크 구축에서 아직까지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딜러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폭스바겐도 페이톤이라는 럭셔리 모델을 폭스바겐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내놓았다가 철수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페이톤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는 제품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딜러들과의 트러블로 2006년 철수했다가 2007년 다시 판매하기로 했었다.

제네시스도 제품력 측면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진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대 이상이라는 표현은 현대자동차의 제품 기획력과 품질력, 그리고 세팅에 관한 내용이 글로벌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제품이 최우선이라는 명제는 어느정도 만족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 침투 전략이 얼마나 철저하고 일관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쏘나타 이하 등급의 모델들은 석유가 급등으로 인해 당분간은 세계시장에서 큰 어려움이 없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다르다. 일정 수준이 넘는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고 그 시장에서의 경쟁은 기존 모델들과는 전혀 다르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제네시스를 키워갈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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