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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디트로이트쇼 5신- 현대 제네시스,렉서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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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1-14 21: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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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디트로이트쇼 5신- 현대 제네시스,렉서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렉서스 GS, 인피니티 M. 위 모델들은 미국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독일의 중형 프리미엄 모델과 그 모델들의 타도를 외치며 약진하고 있는 일본의 럭셔리 모델들. 그 모델들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인다. 차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차의 곳곳을 살핀다. 그야말로 쟁쟁한 모델들이고 구매 리스트에 올려보고 싶은 모델들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 온 가치를 가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드림카로 꼽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보통의 유저들의 꿈과는 거리가 있다. 도어를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순간 도열해 있던 차들이 저 멀리 달려가 버린다. 당신들은 아직 자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갖고 싶지만 너무 비싸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모델들이 달려가는 반대쪽에서 전혀 다른 모델 한 대가 질주해 온다. 네 대의 모델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달려온다. 피할 기세는 전혀 없다. 순간적으로 그 모델들은 질주해 오는 차를 피해 좌우로 흩어진다. 그들을 뚫고 다시 아까 그 소비자들 앞으로 다가 온 차가 있다. 다름 아닌 제네시스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렉서스 GS, 인피니티 M 등에 전혀 뒤질 것이 없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리스트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차라는 컨셉을 형상화한 현대자동차의 영상물 내용이다.

국제 모터쇼 프레스컨퍼런스에 등장하는 내용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분명 상대차가 나쁘다는 식의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도 제네시스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무대에 등장한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의 제품개발 담당 부사장 존 크랩식(John Krafcik)은 BMW 5시리즈의 성능에 7시리즈의 패키지를 갖추고 가격은 3시리즈 수준으로 맞춘 차라고 제네시스를 설명한다. 현대자동차 제품개발 총괄 이현순 사장은 제네시스의 우수성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인정한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했다.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는 ‘가격 대비 가치’다. 현대자동차가 많은 투자를 해 내놓은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 제네시스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내 세우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필자와 안면이 있는 일부 외국 기자들은 제네시스가 2008디트로이트쇼에 발표된 뉴 모델 중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었다. 예년에 비해 뉴 모델의 수가 적었던 것도 원인이고 미국 빅3의 침체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델체인지 버전들은 많았지만 새로운 세그먼트의 모델로는 제네시스가 거의 유일하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플레이어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관점에서 제네시스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토요타의 렉서스 효과를 노린 현대자동차의 기습’으로 요약되고 있다. 기습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하지만 놀랍다는 반응까지는 아니다.

토요타의 렉서스 효과란 양산 메이커가 럭셔리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어 고가의 모델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과 그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힘입어 토요타 브랜드의 판매가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처음 렉서스 브랜드가 등장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까지도 도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었다.

현대자동차도 당초 토요타의 렉서스와 같은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 계획으로 뒷바퀴 굴림방식의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하지만 도중에 여러 논란 끝에 현대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수정되었다. 그래서 디트로이트쇼장에 등장한 제네시스에는 현대 로고가 붙어 있다.

375마력의 V형 8기통 엔진과 3.3리터 264마력, 3.8리터 290마력의 두 가지 V형 6기통 모델을 탑재하고 6단 자동변속기로 무장한 제네시스는 과연 현대 브랜드로 판매되면서 현대차, 아니 한국차의 이미지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시험 무대에 올랐다.

한국차의 이미지는 적어도 품질 문제로 외면을 당하는 수준은 지났다. 하지만 가치라는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를 꺼려하는 수준에 있다. 토요타의 렉서스가 등장하기 전인 20여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무언가 다른 가치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어야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다.

현대 브랜드로 판매된다는 것은 해외시장에서 별도의 판매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기존 현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에 따라 이 차의 위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위험 부담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어느쪽이 좋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렉서스와 인피니티, 아큐라 등 일본 빅3의 별도의 브랜드가 등장한지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완전하게 같은 수준으로 취급받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렉서스는 68개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인피니티와 아큐라는 최근에야 글로벌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이다. 그런 점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별도의 브랜드가 아닌 자체 브랜드의 모델로의 판매를 결정했다.

이제는 그 결정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선택을 했으면 집중을 해야 한다. 워낙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었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만큼 타격이 클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안다. 2007년 모터쇼에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 컨셉트까지 양산화가 진행될 것이고 앞으로 뒷바퀴 굴림 라인업은 추가되게 된다. 분명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판매하는 딜러와 새로운 그 무엇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일 수도 있다. 이제는 현대자동차의 마케팅 능력이 그야말로 진정한 평가를 받게 됐다.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가 헛된 것이었는지 판가름 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은 탄탄한 딜러십의 구축이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진출국인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딜러십은 아직까지도 확고하다고는 할 수 없다. 1998년 이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판매 증가의 기록을 세워 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잦은 경영진의 교체와 전략 수정으로 불만이 팽배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우선일 것이다.

당장에 성과를 올리기 위해 단기적 실적에 집착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논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과거의 문화대로라면 현재 제네시스의 런칭을 책임지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영진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단의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한 때다. 제네시스는 어쩌면 한국차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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