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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와 규모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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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3-14 06: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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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라인업은 비교적 단순하다. 재규어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살려내고 있는 플래그십 XJ시리즈를 비롯해 중형 세단 S타입, 컴팩트 세단 X타입, 그리고 스포츠 쿠페/컨버터블 XK시리즈가 전부다. 이 중 XJ시리즈는 편의상 표현방법을 달리하기도 한다. 6기통 엔진을 탑재하면 XJ6, 8기통 엔진 버전은 XJ8 등이 그것. 오늘 시승하는 XJR은 8기통 엔진이지만 스포츠 튜닝을 한 모델로 그 성격이 스포츠 지향임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메이커들의 스포츠 버전 라인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성능 과시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그들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BMW는 M, 메르세데스 벤츠는 AMG, 아우디는 S, RS 등 아예 별도의 디비전을 만들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전략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물론 BMW. M이라는 이니셜은 포르쉐가 부럽지 않은 수퍼 스포츠 세단으로 마니아들에게 인식된지 오래다. 그로 인해 BMW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아주 탄탄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라는 업적을 이룩해 냈다.

재규어는 규모면에서 그런 독일 메이커들처럼 별도의 디비전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XK와 XJ에 R버전을 라인업시키고 있다.

그런데 같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 중 BMW를 비롯한 독일차들은 주로 스파르탄 지향의 성격이 강했었다. 그에 반해 재규어는 GT, 즉 Grand Tourer를 지향한다. GT란 스포츠카로서의 성능을 갖추면서 동시에 장거리 운행에도 불편함이 없는 성격의 차를 말한다. 오늘날은 포르쉐마저 GT화를 지향하고 있어 재규어의 선도적인 역할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XK시승기에서도 설명했지만 재규어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XK120(1948년)은 그때까지의 달리는 즐거움만을 추구한다는 스포츠카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달리기를 위해서 다른 것은 포기한다는 논리가 통용되던 상황에서 재규어는 고급 설룬과 같은 정숙성, 매끄러운 주행성 등을 추구하며 힘이 약한 여성도 다루기 쉬운 스포츠카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포르쉐나 페라리처럼 자동차가 운전자를 선택한다는 스파르탄 감각의 스포츠카가 아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을 표방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성능을 양보하지는 않았다. 실버스톤 서키트의 레이스에서 1, 2위 독점, 르망에서의 우승 등으로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런 성적으로 인해 XK120은 특히 미국시장에서 ‘작지만 기동성 넘치는 스포츠카’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것은 성능 지향과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을 기본 정신으로 삼아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런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규모의 경제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모체가 포드에게 넘어갔다가 이제는 다시 다른 둥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브의 경우를 보듯이 GM 이나 포드등 미국 메이커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재규어 랜드로버의 매각에서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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