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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베이징모터쇼 5신- 미래에는 중국이 곧 규제이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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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4-22 07: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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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동안 모터쇼장에 가면 처음 보는 모델부터 찾았다. 흔히들 말하는 세계 5대 모터쇼를 주로 가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그동안 어떤 형태로든지 발표되지 않았던, 그러니까 비밀리에 개발해 선보인 컨셉트카 정도만 찾아내면 됐다. 뉴 모델들은 모터쇼 이전에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자료를 입수해 글로벌오토뉴스의 뉴스난이나 프리뷰에 사진과 함께 싣는다. 과거 모터쇼장에서야 공개됐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때문에 현장에서는 그런 뉴 모델들을 중심으로 한 각 메이커들의 전략의 변화나 시장 상황의 추이, 그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찾는데 집중하면 됐다. 그래서 모터쇼 관련 기사도 대부분 그런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중국의 북경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는 그런 통상적인 방향과는 달랐다. 우선은 수입 브랜드들이 내놓은 모델들 중 서 너 차종을 제외하면 모두 이미 다른 모터쇼장에서 보았던 것들이어서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중국시장 전략을 어떻게 수정하느냐, 얼마나 더 투자를 하느냐 하는데 신경을 쓰면 됐다.

하지만 중국 메이커들은 달랐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지금 중국에는 120개가 넘는 메이커가 난립해 있다. 그중에서 모터쇼에 참가한 업체는 약 30여개에 달한다. 그중에는 외자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으로 잘 알려진 일부, 복제품 문제로 시끄럽게 해 유명세를 탄 업체 등 외에도 처음으로 접하는 메이커들도 다수 있다.

이들 업체들로부터 그들이 내놓은 뉴 모델들을 모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쇼 주최측에서 제공한 안내책자도 중국어로만 되어 있다. 공식 사이트에 그와 관련된 설명도 없다. 각 부스에 찾아가도 영문으로 된 소개책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다만 특이한 점들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리(Chery)자동차의 부스에 가면 A3와 A5 라는 차명이 보인다. 아우디의 차명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해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유럽괴 미국 기자들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웃고 지나간다. 그런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모델 자체를 카피하는 것과 더불어 이런 형태의 상표권 침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버린 듯하다.

질리자동차의 부스에는 다양한 형태의 뉴 모델과 컨셉트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선진 메이커들의 디자인실에서 습작으로나 사용했을 법한 터치를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다. 일부는 이미 90년대 선진 메이커들이 쇼카로 선 보였던 것을 컨셉트카로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의 복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한 두 가지 소개한다. 우선 짝퉁 자동차에도 종류가 있다. GM 대우의 마티즈 디자인을 약간 변경해 만든 체리자동차의 QQ와 같은 예가 가장 많다. 중국에는 Amycall이라는 휴대폰이 있다. N을 M으로 바꾼 것이다. 모비스(Mobis)의 영문 로고 디자인을 달리해 사용하는 자동차 부품도 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세가 더 심각하다. 스마트의 디자인을 복제하고 있는 상환자동차의 홍보 책임자 장 루이(Zhang Rui)는 그들이 만든 모델은 결코 스마트와 같지 않다고 강조한다. 스마트는 2인승이지만 4인승 모델이기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프론트 윈드실드 경사가 스마트와는 ‘확실히’ 다르단다. 그들 자체 기술에 의해 설계 개발된 모델이고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디자인과 차명, 로고, 설명까지 오리지널을 그대로 유용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부스 바로 옆에는 화타이자동차 부스가 있다. 화타이 자동차 부스에는 현대자동차의 선대 싼타페와 테라칸이 전시되어 있다. 이 모델은 앞선 기사에서 애매하게 설명하고 넘어갔기에 부연해 보자.

현대자동차와 화타이자동차가 합작회사 설립을 전재로 협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게약이무산되었고 대신 단종된 모델의 생산 라인을 CKD형태로 판매하기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화타이자동차는 현대 싼타페와 테라칸을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계약기간도 이미 끝났는데 화타이자동차는 그 차를 그대로 생산하고 있다.

그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화타이자동차의 국제 세일즈 매니저 베니 강(Benny Kang)은 현대자동차와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자신들의 힘에 의해 만들고 있는 차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라이센스가 없이 무단으로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대해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예는 모터쇼장 곧곧에서 비일비재하다. 정작 현지에 나와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본사 직원들조차 복제품인지에 대해 파악을 못하고 있는 예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도 그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중국의 후진성이 비판을 받을 일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단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그들이 세계 시장에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고 한다.

이럴 때 필자와 같은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글로벌 기준에 의해 비판을 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생각이 별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워낙에 방대한 규모의 시장 때문에 중국이 곧 법이라는 이곳에서 통용되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는 바로 앞에 머리를 들이댄다. 필자도 그것을 금방 배워서 똑 같이 해도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끼어들기에도 경적을 울리거나 짜증을 내는 일은 드물다.

중국 북경에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전형적인 후진성과 선진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다. 2008 베이징모터쇼만해도 외형적으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규모와 내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수준은 결코 그에 걸맞지 않다.

이에 대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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