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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 위반을 유도하는 한국의 교통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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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4-05-15 09: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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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 위반을 유도하는 한국의 교통 시스템

필자는 자동차관련 취재를 위해 지금까지 약 30여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물론 자체 자본과 기술력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미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이태리, 일본 등을 중심으로 자주 여행을 하는 편이다. 일 때문에 가는 출장여행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도중에 시간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가능한 그 나라의 도로 상황과 시스템 등에 대해 촬영을 하고 운전자와 보행자의 습성을 유심히 관찰하곤 해오고 있다.
그동안 취재를 다니면서 느꼈던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교통시스템의 차이에 관한 단상들 중 한두가지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물론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느낀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우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 서울 광화문 앞처럼 편도 10차로의 도로는 적어도 내가 다녀본 나라 중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강남에도 넓은 도로가 많은데 원활한 소통은 그다지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자동차가 많은 유럽 국가들은 2차로 정도의 도로임에도 큰 정체없이 진행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그것은 어쩌면 과학적인 교통시스템과 시민들의 교통질서를 준수하는 자세가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끌었던 것은 유럽과 우리나라의 신호체계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도시 지역의 네 거리 신호등 체계를 한 번 보자. 교차로를 통과하는 모든 진행 차량은 교차로 건너편 공중에 있는 신호등을 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왕복 4차선 교차로라고 가정했을 때 직진으로 진행하던 차량이 교차로에 도달하기 전 길 건너편에 걸려있는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뀌면서 다음 신호로 진행이 되려 한 상황을 상정해 보자. 이때 많은 운전자들은 갈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냥 통과를 할 것인가, 아니면 정지할 것인가 사이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의 속도가 정지를 하려 했을 경우 정지선을 많이 지날 것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냥 진행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체증에 시달려온 도시의 운전자들은 충분히 정지할 수 있는데도 아직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때 다른 차선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차는 이와는 반대의 생각을 한다. 자신이 보아야 할 앞쪽의 신호등을 보지 않고 왼쪽 또는 오른쪽 신호등을 통해 황색 신호등이 들어오면 다음 신호를 예측하고 진행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네거리를 교차하는 각 방향의 차가 교차로 중앙에서 충돌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 사고 중 교차로 사고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교통사고 다발 선두권에 든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주장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떤 형태로 되어 있을까? 필자가 다녀본 중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우리와는 다른 신호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들 나라에는 길 건너편 공중에는 신호등이 없다. 진행 중인 차량을 위한 신호등은 길 건너기 전 정지선과 나란히 좌우측에 서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그 신호등만 보면 정지선 앞에 정확히 멈출 수 있게 된다. 신호에 따라 정지선을 지났을 경우는 그대로 진행을 해야 한다. 만약에 정지선을 지나 서게 되면 다음 신호를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신호체계로 인해 정지선 상에 정차하는 일이 없다.
몇 년 전 모 TV에서 냉장고를 주며 정지선을 지키는 사람에게 포상한 일이 있었다. 운전자들의 양심에 따라 정지선을 지키는 것이라는 의도의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이는 시스템의 잘못을 사람에게 책임전가하는 전형적인 오류의 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차폭이 많고 도로가 넓은 지역에서는 그런 신호체계가 맞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웃 일본처럼 공중에 신호등을 설치하더라도 건너편이 아닌 쪽의 정지선 부근에는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시내 주행 제한속도가 60km/h로 다른 나라의 50km/h보다 높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체증이 없을 때는 실제로 그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내용인데 바뀌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U턴에 관한 것이다. 유럽 국가의 도로들은 우리보다 훨씬 좁은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곳에서나 U턴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하얀색 점선으로 표시된 곳에서만 U턴을 해라는 포지티브 방식인데 유럽 국가들에서는 특정 구역 외에서는 아무대서나 U턴을 해도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훨씬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U턴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해도 카파라치가 극성을 부리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필자가 어디에선가 우리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럴 경우 교통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하는 답을 들었다. 그 이야기는 우리 국민들의 교통의식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교통질서 수준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보는 쪽이다. 그 역시 해외 여행 중 느꼈던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프랑스 파리의 시내 횡단보도에서 겪었던 일이다. 분명 빨간 신호인데도 현지 보행자들이 좌우를 살피며 자연스럽게 건너간다. 그런데 건너지 않고 신호를 기다리는 동양인이 있어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했더니 그쪽도 안녕하세요? 한다. 한두번이 아니다. 시범적으로라도 네거티브 방식을 일부 지역에서라도 실시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불법 주차문제도 그렇다. 유럽국가들은 시내 건물들이 아주 오래되었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 건설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주차장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자동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어쩔 수 없이 도로변에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주차 역시 네거티브 방식이다.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이면도로 등에는 주차금지 표시가 가끔씩 있다. 그 구역 이외에는 자동차들이 빼곡이 주차되어 있다. 이곳에만 주차할 수 있다고 하는 표시를 하는 우리와는 반대다.
우리는 많은 경우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낮다는 식의 평가를 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스템으로 통제를 하고 거기에 시민의식이 더해진다면 그 어느나라 못지 않은 교통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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