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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 난세의 영웅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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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08-06-05 06: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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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 난세의 영웅이 될 것인가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 했다. 자동차 회사로서는 지금이 바로 난세이고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넘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갤런당 가솔린 가격이 4달러에 육박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급격하게 트럭에서 승용차로, 엔진은 8기통에서 6기통, 그리고 4기통이 각광받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기름을 펑펑 쓰던 좋은 시절은 가고 연비 우선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글/한상기(글로벌오토뉴스 객원 기자)

혼다 시빅은 연비 좋은 소형차가 뜨는 시점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는 시빅의 데뷔 시기 상황과 비슷하다. 초대 시빅은 1973년 오일 파동이 터지면서 각광받기 시작했고 현재의 8세대는 국제 유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시점에서 최다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유가가 오른다는 소식만 있을 뿐, 내려간다는 전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올해 안에 국제 유가 배럴당 200달러 돌파 같은 우울한 전망만 나오고 있으니 많은 소비자들이 시빅 같은 소형차로 갈아 타고 있다.

시빅은 혼다가 대량 생산 메이커로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모델이다. 초대 시빅은 특별히 스타일링이 좋거나 혁신적인 기술은 없었지만 소형차의 목적에 충실했다. 1971년 피아트가 127로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레이아웃을 선보였지만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던 것은 혼다 시빅이었다. 같은 해 나온 알파로메오의 알파주드와 2년 뒤의 폭스바겐 골프도 이와 같은 방식이었다.
73년 시빅은 1.5리터 CVCC(Compound Vortex Controlled Combustion) 엔진이 더해지면서 판매가 급상승 했다. CVCC 엔진의 시빅은 1975년 당시 촉매 없이 미국의 배기가스 기준을 통과할 수 있었던 유일한 차였다. 또 EPA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연비 좋은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빅은 지난 5월 월간 판매 기록을 깨트리면서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다. 시빅의 활약에 힘입어 혼다의 5월 판매는 11.3%나 올랐고, 자체적인 월간 판매 기록도 갱신했다. 혼다 브랜드의 월간 최다 판매는 작년 9월의 15만 8,342대였지만 올해 5월에는 16만 7,997대가 팔린 것.

비록 월간 기록이지만 시빅은 포드 F-150과 토요타 캠리의 아성을 한 순간에 무너트리기까지 했다. 한동안 지속될 것 같았던 트럭과 승용차의 양 베스트셀러를 누르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시빅은 5월 한 달 총 5만 3,299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 대비 28.3%나 판매가 신장했다. 이 역시 시빅의 역대 월간 최다 기록(이전은 3만 9,993대)이다.

반면 트럭과 SUV는 끝없는 추락을 보이고 있다. 혼다 역시도 5월달 트럭의 판매가 5만 3,201대(-12.1%)에 그쳤다. 포드 F-150은 26년 동안 1위였다가 단숨에 월간 판매 순위가 5위로 내려앉았다. 토요타 카롤라(5만 2,826대)와 캠리(5만 1,291대), 어코드(4만 3,728대)에도 뒤진 것. F-150(4만 2,973대)이 위의 모델들보다 적게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150은 199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단 한 번도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포드는 돈줄이었던 F-150의 판매가 급락하자 곧바로 직원 할인 프로그램을 6월 30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포드는 포커스와 퓨전의 판매가 각각 53%, 27% 올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8년 5월은 자동차 업계의 분기점이 된다. 소형차가 판매 상위를 차지했고 트럭과 SUV는 추락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5월의 기록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 승용차들의 판매가 높아졌지만 전체 시장은 하락세이다. 토요타조차 월간 판매가 4.2% 떨어졌다. 미국의 빅6 중 월간 판매가 높아진 메이커는 혼다와 닛산 뿐이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는 총 1,601만대가 팔리며 전년 보다 2.5% 하락했다. 올해에는 판매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치감치 나오면서 각 메이커들은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의 미국 시장 판매는 1,500만대 이하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이다.

GM은 5월 판매가 27.5%나 떨어지면서 2010년까지 트럭과 SUV 공장 4곳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 폐쇄로 약 70만대의 픽업과 SUV 생산이 줄어든다. 대신 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는 오하이오와 말리부와 폰티액 G6를 생산하는 오리온 공장은 3교대로 돌리겠다고 했다.
빛 좋은 개살구인 허머 브랜드도 팔겠다고 나섰다. 허머는 2006년만 해도 7만 1,524대가 팔렸지만 지난해에는 5만 5,986대에 그쳤다. 올해는 4월까지 판매가 1만 2,243대에 불과하다. 결정적으로 허머 브랜드는 연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평균연비를 깍아 먹는다는 단점도 있다. 2000년 이후 총 27만 5천대의 허머가 미국에서 팔렸다.

시빅의 예를 들었지만 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후보는 여럿 있다. 시빅 같은 모델을 혼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경쟁력 있는 중소형차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메이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리고 새로운 타입의 자동차가 나올 만한 충분한 여건도 됐다. 현재의 선두주자는 시보레 볼트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수소차, 연료전지, 전기차 보다는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조합된 방식이 훨씬 현실로 다가온다. 볼트는 컨셉트카 시절부터 눈에 띄는 패키징으로 주목을 받았고 예정된 양산 시기도 2년 안으로 다가왔다. GM에 따르면 2010년 중반이면 볼트를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누가 됐든 난세의 영웅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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