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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절감에 역행하는 한국시장의 가솔린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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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7-22 07: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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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절감에 역행하는 한국시장의 가솔린 SUV

현대기아차그룹의 SUV 가솔린 모델에 이어 7월부터는 르노삼성도 QM5에 가솔린 버전을 추가해 판매를 끌어 올리고자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SUV는 미국으로는 가솔린이 기본이고 유럽지역으로는 디젤 버전이 주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는 SUV는 디젤엔진을 탑재해 판매해 왔다. 그런데 올 들어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과 같아지면서 자동차회사들은 세단형에 디젤버전을 없애거나 SUV에 가솔린 버전을 추가하고 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엔진 전략이다. 기아자동차가 로체 페이스리프트에서 디젤 사양을 없애더니 이제는 역으로 SUV 가솔린 버전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변속기 2WD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투싼과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에 탑재되는 디젤 엔진 사양의 연비는 13.0km/리터다. 하지만 같은 기준의 가솔린 사양은 9.8km /리터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 제네시스 3.8리터의 9.6km와 비슷하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공식인증 연비다. 실제로는 8km도 나오지 않는다.

투싼과 스포티지 가솔린 사양을 구입한 유저들은 턱없이 많이 나오는 기름값 때문에 이미 불만의 목소리가 아주 높다. 처음 이들이 가솔린 사양을 구입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였다. 예를 들어 투싼 디젤과 가솔린 사양의 신차 가격의 차이가 동등 사양일 경우 400만원 정도다. 거기에 취득세/등록세/공채 감안하면 좀 더 차이가 난다. 얼마나 운행해야 그 정도의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느냐를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부각시켜 국내 SUV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 투싼의 경우 2007년 디젤 사양이 2만 9,229대, 가솔린 사양이 705대가 판매됐었다. 기아 스포티지는 3만 1,785대(디젤)와 778대로 그다지 높은 비중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 들어 6월부터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일면서 현대와 기아는 사양을 변경한 가솔린 모델을 내놓았고 르노삼성은 QM5 가솔린 사양을 출시했다. GM 대우도 가솔린 버전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는 3월까지는 월 50~80대 가량의 가솔린 버전이 판매되었다. 그러던 것이 투싼은 5월에 181대가 판매되었고 스포티지는 4월 212대, 5월 414대로 급증했다. 특히 부분 변경 사양을 내놓으며 마케팅을 강화한 7월에는 가솔린 사양 비율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르노삼성자동차의 QM5는 7월 1일부터 18일까지 300여대가 계약이 되었는데 그 중 가솔린 비중이 64%에 이르고 있다고 르노삼성측은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자동차회사들의 근시안적인 전략과 소비자들의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역행적인 판매 및 구매행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동급 배기량일 때 휘발유가격과 경유가격 차이만으로 경제성을 따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단형인 쏘나타 트랜스폼의 경우 디젤엔진 사양의 연비는 13.4km/리터이고 가솔린 사양은 11.5km/리터다. 약 2km 정도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SUV인 투싼과 스포티지에서는 가솔린 9.8km, 디젤 13.2km로 거의 4km 정도 차이가 난다. 중량 때문이다. 쏘나타 트랜스폼의 중량은 1,465kg이고 투싼은 1,540kg이다. 그런데 세단형 승용차와 SUV는 소비자들의 사용시 그 개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차에 싣고 다니는 짐이 SUV 가 훨씬 많다. 특히 주말에 여행이라도 할 경우에는 만만치 않다.

때문에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과 비슷해졌다고 해도 연비에서 우선 경우에 따라 40% 이상 차이가 나고 실제 주행시에는 그보다 더 큰 비용 차이가 나온다. 그렇게 해서 계산하면 앞서 언급한 것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이산화탄소다. 오늘날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없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체 보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자동차 생활, 아니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과학자들의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열린 G8 정상회담에서는 이산화탄소 감축문제가 가장 큰 의제로 다루어졌다. 물론 이미 교토의정서의 서명을 거부한 미국 때문에 실효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지 못했지만 지구촌에 생물체가 살아남기 위해 온실가스 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다.

참고로 2004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89억톤이었다. 그중에서 미국이 60억톤, 중국이 50억톤을 차지해 두 나라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4억 6천만톤으로 세계 9위에 해당하는 오염배출국에 속한다. 아직까지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그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스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2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8%를 줄이겠다며 노력을 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 289억톤의 이산화탄소는 산업폐기물에서 40%, 생활 폐기물에서 38%, 운송수단에서 22%씩 배출된다. 운송수단은 비행기와 선박,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전체의 10% 가량인데 모든 공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나마 가장 개선의 여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기 위해서는 연비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전반 자동차업계 전쟁의 본질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

21세기 초 수소시대의 도래가 눈 앞에 다가온 것처럼 떠들썩 했었으나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한 파워트레인 전쟁에 파묻혀 있다. 여전히 가장 많은 판매를 보이고 있는 가솔린 엔진을 비롯해 디젤과 하이브리드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차세대 파워 트레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어있지만 그 기간이 생각보다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얼마간은 주어진 조건에서 연비를 향상시키고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디젤엔진이 가장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다시 2010년 이후에는 가솔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제2의 가솔린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엔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도 토요타가 독식하는 체제가 지속될 경우가 아니라면 여전히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독점하고 있어 다른 메이커들이 섣불리 뛰어 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점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 오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내용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2009년 LPG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현 시점에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고 해도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는 토요타가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스트롱 하이브리드가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상황에서든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동차가 정차했을 때만 시동이 꺼지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극심한 교통정체 속에서만 사용하는 자동차 이외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것은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유럽 메이커들도 2009년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공표했지만 지켜볼 일이다. 미국 메이커들 중에서는 포드자동차의 경우만 토요타의 시스템을 라이선스로 사용하고 있어서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GM 등이 내놓고 있는 2모드 하이브리드는 아직 그 평가가 미지수다. 더불어 대당 3,000 달러 이상 비싼 차량 가격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EU가 제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강제규제로 인해 촉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앞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으로 자동차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EU위원회는 운수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자동차 메이커들에 대해 신차 승용차의 평균연비를 기술개발 등에 의해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130g/km로 연비규제의 의무화를 결정했다. 130g/km은 가솔린 엔진에서 약 18.1km/리터, 디젤 엔진에서 약 19.9km/리터의 연비에 해당한다.

또한 EU가 설정한 자동차업계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목표는 120g/km(가솔린 엔진에서 19.6km/리터, 디젤 엔진에서 21.6kmm/리터), 장래에는 90g/km(가솔린 26.1km/리터, 디젤 28.7km/리터)로 된다. 현재는 160g/km(가솔린 14.7km/리터, 디젤 18.5km/리터)다.

이에 대해 2009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0g/km(가솔린 16.8km/리터, 디젤 18.5km/리터)로 줄인다고 하는 자동차업체들의 자율규제가 있지만 IPCC(Intergovernmental Panelon Climate Change ;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지구온난화에 관한 제4차 보고서에도 나타났듯이 그 정도의 저감폭으로는 지구온난화는 멈추지 않고 자율 규제를 달성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EU위원회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국 디젤 SUV 및 크로스오버 시장점유율 15%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세데스는 그를 위해 신형 청정 Bluetec 엔진을 장착한 2009년형 크로스오버 320ML, SUV GL 및 크로스오버 R 클래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는 청정 디젤엔진 차량과 하이브리드카의 경쟁을 예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앞으로 2년 이내에 고급과 일반 경유의 가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현행 디젤모델에 비해 1천 달러 높은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는 디젤엔진 차량의 장점인 연비를 강조하며, 청정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의 초기 구입 비용 회수기간이 하이브리드 SUV에 비해 2년 짧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디젤차의 공세에 대한 움직임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15년까지 현재보다 평균 23.5%의 연비 저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수치를 내놓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자동차가 CVT를 채용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나서서 디젤엔진 탑재 확대를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올 가을 닛산을 필두로 디젤 승용차 판매가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일본의 경제산업청, 국토교통성, 환경청과 자동차회사, 석유업계 대표자들로 구성된 클린 디젤에 관한 간담회에서 포스트 신장기규제(2009년부터 시행)에 적합한 클린 디젤차의 보급추진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어쨌거나 이산화탄소 저감은 발등의 불이 되어 있고 그것을 달성하는데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디젤엔진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열강 메이커들은 디젤엔진 기술의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자동차회사들도 물론 이런 흐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SUV에 가솔린 엔진 사양을 늘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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