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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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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4-07-08 14: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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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어제와 오늘

지난번 해외 여행 중에 느낀 교통 문화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독일의 아우토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글을 보고 몇 사람이 필자에게 질문을 해왔다. 아우토반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달라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아우토반에는 속도 제한 표시판이 많이 늘었지만 실제로 그 제한대로 달리는 차는 많지 않다는 지적을 한 사람이 있었다.
필자도 바로 지난 3월 남부 독일 뮌헨 주변의 아우토반을 달리며 그 생각을 했다. 작년 가을 베를린 남부 지역을 달리며 시속 250km/h 정도를 유지하며 2시간 가까이를 달리던 경험에 비하면 뮌헨 주변의 아우토반 속도는 답답할 뿐이지만 그렇다고 도로 위를 가로 지르는 표지판의 120km/h 의 제한 속도를 모두 지키는 것은 아니다. 앞쪽에 틈만 나면 그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차를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도 시승이라는 목적이 있는 주행이기 때문에 속도제한이 있는 곳에서도 심지어는 20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90년대 초의 독일 운전자들과 지금의 독일 운전자들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달라진 것은 그 뿐이 아니다. 필자는 1992년인가 폭스바겐 골프를 가지고 독일의 아우토반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을 1주일 정도 돌아다닌 적이 있다. 당시에 아우토반은 속도 무제한이라는 점에서도 우선은 기분이 좋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들이 오른쪽 추월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편도 3차선 고속도로 일 경우 맨 오른쪽 차선, 즉 3차선이 주행선이고 2차선과 1차선은 추월선이다. 당연히 저속차량은 맨 오른쪽 차선으로 달려야 하고 그 차보다 빠른 속도로 가고자 하면 그 차의 왼쪽 차선을 이용해 추월해야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국제적인 규약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왼쪽 차선을 이용한 추월보다 오른쪽 차선 추월이 훨씬 많다. 필자는 요즘 서울에서 대전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그때마다 가장 편하고 추월이 쉬운 차선이 오른쪽 차선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잘못된 습관 때문에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필자는 아주 당황한 적이 있다. 90년대 초 독일의 모 자동차회사의 신차 시승을 하던 때였다.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이런 해외 신차 시승에 참가한 것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때문인지 해당 업체에서는 각 차량마다 엔지니어나 테스트 드라이버를 동승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서처럼 무심코 오른쪽으로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려는 순간 옆자리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깜짝 놀라며 스티어링 휠을 잡는 것이다. 그는 절대 오른쪽 추월을 해서는 안된다며 친절히 설명을 했다. 필자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습관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오른쪽 추월을 하면 뒤쪽에서 오는 차가 차량번호를 적어 신고를 하면 많은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그 당시만해도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는 운전자들은 맨 왼쪽 차선을 달리다가도 뒤에서 빠른속도로 주행하는 다른 차가 오면 당연히 오른쪽 차선으로 옮기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속감을 즐기는 운전자가 많은 이태리에서도 이런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그런데 최근의 아우토반 중에서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등 대도시 주변의 교통체증이 많은 도로에서는 이런 질서가 예전에 비해 많이 무너졌다. 그만큼 독일도 증가하는 교통량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얘기이다. 물론 독일의 아우토반은 주변 국가들에서 밀려드는 차량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범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거나 이런 현상으로 인해 필자가 10여년 전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보았던 가변차선을 최근에는 볼 수가 없어졌다. 90년대 초 가장 놀랐던 것은 5차선 고속도로였다. 대부분의 아우토반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처럼 중앙에 분리대가 있거나 실선으로 통제를 하고 있는데 가끔씩 가운데 차선을 가변차선으로 설정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가변 차선 주행차량을 통제하는 신호등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속도제한도 없다.
그런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이 차량이 흐르는 것을 보고 소스라친 경험이 있다. 아우토반상의 가운데 가변차로는 비상차량을 위한 것이다. 우리처럼 비상차로를 만들어 놓으면 바쁘다는 이유로 너나 할 것이 이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차로가 폐지되었는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런 차로 구분은 바로 이웃 프랑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프랑스의 고속도로는 130km/h라는 속도제한이 있고 중앙 분리대가 있어 고속도로상에서의 가변차선은 없다.
그런데 일반도로로 들어가면 3차선이든 5차선이든 차선이 모두 흰색 점선으로 되어 있어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당황하고 놀란다. 우리나라의 도로처럼 중앙에 노란색 실선으로 도로를 구분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구분을 해도 흰색 실선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노란선에 길들여진 한국의 운전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시스템에 대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교적 얌전하게 운전하는 한국의 운전자들은 차선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프랑스의 운전자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예를 들어 5차선 도로일 경우 심하게는 진행차량들이 한쪽으로만 갈 경우 맨 왼쪽의 차로까지도 이용해 추월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의 도로는 독일과는 달리 곡률반경이 작아 커브길이 많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주행을 하는 것을 보면 어떨 때는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질서한 것은 아니다. 정해진 원칙을 지킨다. 그 원칙 고수가 바로 사고를 방지해 준다.
원칙고수라는 얘기가 나온 김에 카나다에서 처음 실감했던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의 통행방법에 대한 생각이 난다. 서유럽 국가들이 선진국이라는 얘기를 듣는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차량이 만나면 먼저 브레이크를 밟은 차가 먼저 진행한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네 거리에서 서로 마주보고 오는 차끼리는 차선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앞쪽으로 전진하는 도로의 차량과 그 차의 왼쪽 또는 오른쪽 도로에서 교차하려는 차가 만났을 때는 뭔가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대부분 한쪽 도로의 차가 정지하거나 속도를 늦추면 다른 차에게 먼저 가라는 의미로 해석해 그대로 전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필자가 다녀 본 교통선진국들에서는 먼저 정지한 차가 먼저 출발한다. 다시 말해 한쪽 도로의 차가 정지하면 다른쪽 도로의 차도 정지해 먼저 정지한 차가 진행하도록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 중 가장 많은 25%에 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운전자의 질서의식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교통당국의 책임회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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