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속도제한 추진하는 아우토반과 배터리 전기차의 문제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9-08-20 10:16:29

본문

2009년 미국 GM의 파산 이후 연방 정부가 다시 살려낸 것이 보여 주듯이 자동차는 정치적인 바람을 많이 타는 제품이다. 최근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진행 상황을 보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929년 경제 대공황을 전후 해 그런 현상은 두드러졌다. 우선 아돌프 히틀러에 의한 아우토반 건설과, 국민차 생산 계획이 대표적이다. 워낙에 자동차산업사상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그 정치적인 함의보다는 아우토반과 전기차의 대두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에 국한하자면 독일의 자동차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배경에는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이 있다고 하는 데는 이의가 없다. 아우토반은 다른 나라의 고속도로와는 분명 다르다. 미국의 프리웨이는 지리적인 특성상 직선도로가 많고 산악도로보다는 평지를 달린다. 미국은 도로 정체가 심하면 카 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도로를 넓히는 데 힘을 쏟는다. 그래서 미국 전체 경작 면적의 10%가 도로다. 산이 많은 프랑스의 고속도로는 굴곡로가 많고 노폭도 다른 나라에 비해 좁다.

 

아우토반은 독일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고속도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와 연결되고 있다. 스위스의 국경에는 아우토반에서 국경 검사소가 있는데, 스위스의 경우에 아우토반의 요금은 연간 통행요금을 지불해 받게 되는 스티커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통행이 이루어진다. 프랑스의 고속도로 오토루트는 유료 구간이 많아 국경을 넘게 되면 고속도로에 요금소가 나타나게 된다. 네덜란드의 고속도로는 무료이기 때문에 다만 국경을 나타내는 표지인 EU 표지만 있다. 오스트리아 쪽은 무심코 지나면 국경을 알 수 없다.

 

아우토반(AutoBahn)의 시작은 히틀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29년부터다. '아우토반'은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다. 그러니까 아우토반은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우토반의 최초 구상과 계획, 그리고 부분적인 건설은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부터였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 정치적인 혼돈 등으로 인해 베를린 주변을 제외한 계획의 대부분은 진행되지 않았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패배로, 독일에게 막대한 배상금이 청구되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빠지게 되었다. 또한 세계 대공황으로 인한 불경기로 심각한 경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로 인해 독일 국내에는 대량의 실업자가 생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치당을 통해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1933년 ‘이제 국력은 철도의 길이가 아닌 고속도로의 길이에 의해 평가 받는다’며 전 국토에 대규모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 사업을 통해 실업률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히틀러의 의중은 맞아 떨어져 공공 사업 덕분에 독일에서는 실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아우토반 계획은 선전에 이용되었다. 아우토반의 건설은 '새로운 독일의 건설'을 요구하는 나치당에도 적합한 계획이었으며, 또한 공황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던 독일 국민 의식 고양에도 크게 기여했다. 아우토반은 활주로로도 이용되게 건설되었다는 것에서 히틀러의 사고가 읽힌다.

 

아우토반은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고속도로 네트워크였다. 단순히 물류를 원활하게 하는 도로의 역할 외에도 아우토반은 독일을 세계 굴지의 자동차 대국으로 만들어내는 데 큰 주춧돌이 되었다. 프랑크푸르트로부터 다름슈타트까지의 최초의 구간은 1935년에 개통했다. 이 구간은 1938년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 의해 최고속도 기록 달성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었다.

 

당시 아우토반은 곡선을 이용한 완만한 커브의 라인 설정이나, 근대적이지만 풍치에 맞은 교량, 고가다리 디자인을 받아들여 기존의 자연 경관과 조화되는 도로 건설을 목표로 했다. 거시적인 견지에서 고속도로를 설계하는 그 컨셉은 전후에도 아우토반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고속도로에 적용됐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연합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터널이나 가까운 숲 안에 항공기를 숨기는 역할을 했다. 또한 아우토반을 활주로로 대신 이용하기도 했다.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아우토반은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전후 서독 지역은 빠른 시간 안에 수복했다. 1950년대 서독 정부는 아우토반 구축 프로그램을 전개해 신구간 건설 및 기존 구간 개량에 많은 부분을 투자했다. 동독 및 폴란드 구간은 정부의 경제적인 문제로 수복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독일 재통일 후에는 예산을 주로 구 동독 쪽에 투자해 구축을 했다.

 

오늘날의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 구간이 많아져서 속도 제한 구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남부 유럽, 특히 시내를 관통하는 뮌헨 주변과 프랑크푸르트 주변의 아우토반은 출퇴근 시간의 정체로 악명 높다. 주말에는 남부 해변으로 가기 위해 트레일러를 매단 차들이 우리나라의 추석을 방불케 하는 행렬을 보인다. 북부 독일 지역의 아우토반은 속도 무제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런 조건이 오늘날 독일차를 어떤 면에서는 지나칠 정도의 성능과 품질을 만드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독일 아우토반의 사망 사고는 일반도로보다 적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자동차를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게 하고자 하는 미국 업계의 그것과 비슷한 업계의 로비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환경문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속으로 주행하면 당연히 기름도 많이 먹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훨씬 많이 배출한다. 이 때문에 20세기 말부터 독일에서는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을 부분적으로 도입했고 지금은 상당 부분의 속도 무제한 구간이 있다.

 

그런데 그런 점에서는 배터리 전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배터리 전기차의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 원이 석탄과 천연가스, 석유 등이기 때문이다.

 

fb1c62dd1fffb6c69eaa81d04afc2ddc_1566263 

그런데 최근 공개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EQC와 아우디 e-Tron 등은 아우토반에서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최고속도를 180~200km/h로 설정하고 있다. 이 정도의 속도로 달리기 위해서는 축전용량이 높은 2차 전지를 탑재해야 하고. 그만큼 차는 무거워진다 당연히 1회 충전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도 배터리 용량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산형 브랜드의 도심형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이 20kWh이하인데 반해 아우디 e-Tron 55콰트로는 95kWh로 중량이 700kg에 달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EQC는 80kWh로 650kg이나 된다.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기 위해 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배터리팩의 처리 문제와 그만큼의 축전을 위해 화석연료로 발전하는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면 배터리 전기차를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인 친환경이라는 의미는 퇴색되고 많다. 속도제한이 130km/h 이하인 아이슬란드에서는 모든 전력이 재생 에너지로 생산되기 때문에 배터리 전기차가 완전 무공해차라고 할 수 있지만 70%의 전력을 석탄으로 만드는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우토반이 있는 독일도 석탄 발전소의 비율이 40%에 가깝다. 단순 비율만으로도 40%에 달하지만 아우토반에서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기 위해 대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달린다면 그만큼 전력의 소모는 많아지고 웰 투 휠(Well to Wheel)개념에서의 배기가스 저감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또 하나는 그 대용량의 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하는 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그런 점에 착안해 볼보는 최근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제품의 최고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고속도로 최고속도가 120~130km/h이기 때문에 180km/h의 속도도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CASE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 세우며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독일의 자동차회사들이 아우토반에서의 속도 제한이라고 하는 이 시대의 또 다른 관점에서의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진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