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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책임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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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9-10-23 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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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주목을 끄는 것은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이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의 자세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기업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라고도 읽힌다. 현대기아차 정의선 부회장과 임직원간의 대화 내용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간략하게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크던 작던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캐릭터와 역량은 아주 중요하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리더의 자세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 또는 미래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조직의 덩치가 커지면 단순히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이 속해 있는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고 경영자의 교체 과정에 있다. 2018년부터 정의선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파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경주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는 물론이고 자율주행차, 카셰어링에 이르기까지 그동안의 흐름과는 달리 외부와의 제휴와 협력이 폭넓게 추진되고 있다.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제휴와 합작 과정을 지켜 보는 입장에서는 당장에 결정된 사안에 대해 개략적인 내용밖에 알 수 없다.

 

특히 가장 최근 엡티브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은 그 규모의 거대함은 강조되어 보이지만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세계적인 상황에 비추어 나름대로 짐작할 뿐이다. 이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업계 전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같은 상황이다. 그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이 회사 내 임직원 약 1,200명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그가 생각하는 자동차산업과 현대차 그룹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지난 3월과 5월 ‘자율복장’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후 세 번째다.

 

소통의 주제는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그는 미래에는 전통적인 자동차가 50%, 개인용 항공 모빌리티가 30%, 그리고 로보틱스가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자동차회사는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한 2018년 선언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2016년 CASE라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부각된 글로벌 트렌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항공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 세워 자동차산업의 업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거시적인 트렌드에 맞춰 방향성을 제시한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 임직원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더 눈길이 간다. 정 부회장은 업무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 효율성이라고 답했다. 회사란 이익도 내야 하고 책임도 많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직원들의 걱정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2,500만대가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서비스 등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통적인 개념의 자동차산업의 업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 문화에 대해서도 결제판 수기결제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든 핵심을 짚어 효율적이고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을 추구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스마폰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포노 사피언스’들이 중심 세대인 상황에서 그에 걸맞는 기업 문화의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회사는 창사 이래 변화가 계속되어 왔으나 최근 5~10년 사이 정체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 방향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것은 그룹의 새로운 브랜드 비전인 Progress for Humanity를 통해 모든 서비스와 제품이 사람을 위한 것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를 위해서는 언제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창의가 어떻게 업무에 녹아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규모의 추구보다는 질의 추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잘못 받아 왔다. 회사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다. 미래의 사업은 우리가 얼마나 남들과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이 나의 꿈이다. 우리나라 민족, 우리나라 사람, 여러분 모두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발휘를 못한다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결국 그 틀을 깨고 팡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한다면 다른 회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못한다면 5등, 6등 위치에 남아 있을 것이다. 꼭 1등을 위함은 아니다. 자동차 볼륨으로 1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기업문화가 진보적으로 나가서 그 면에 있어서 1등을 하게 되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고, 그것이 가장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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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현대기아차그룹의 최고 경영자가 이런 식으로 임직원들과 소통한 예가 없었다. 때문에 그 내용보다는 자세의 변화가 더 눈길을 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리더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많은 부침을 거듭했고 명멸한 역사를 갖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앞으로 더 거센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거대그룹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의 이런 소통의 장은 현대기아차그룹 내에서는 물론이고 외부로부터도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거대기업들은 큰 덩치만큼이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더디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쪽으로 치우친 방향성의 설정으로 인해, 혹은 본질에 충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규모를 추구하다가 대규모의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토요타와 디젤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폭스바겐, 본질에 충실하지 못해 파산에 이른 GM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장과의 소통 부재 및 브랜드의 정체성 결여로 사라진 예는 수없이 많다.

 

이들에 비해 현대기아차그룹은 1998년 합병한 이래 지금까지 성장일로의 길을 걸어왔다. 때문에 조직 내에서는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트렌드에 대한 대응 등에는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시장의 부진 등 자동차회사들에게는 시련의 시기인데도 위기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이 현대기아차에게는 최대의 위기일 지도 모른다. 그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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