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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테슬라의 48V 아키텍처 도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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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23-04-10 07: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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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지난 3월 1일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차량의 전기전자(E/E) 아키텍처를 12볼트에서 48볼트로 전환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그 목적은 구조적으로 전력 효율을 높이고 차량 경량화를 보다 진전시키는 것에 있다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분석했다. 이번 결정은 아키텍처·모듈러 혁신을 동시에 추구해온 테슬라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테슬라의 부품 생태계가 강화되었음을 의미하고, 여타 완성차 기업에는 추격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내용을 전재한다.(편집자 주)

 

오늘날 대다수의 자동차는 일부 구동계 부품을 제외한 전장 부품에 12V 전압을 표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60년대에 자동차 전장 부품의 표준 전압이 6V 에서 12V로 변화한 이래, 대다수 승용·소형 상용차는 12V를 상정한 배터리(lead-acid battery)와 발전기(alternator), 그리고 그에 맞춰 설계된 전장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BEV·PHEV), 하이브리드차(HEV), 마일드하이브리드차(MHEV)* 등은 구동계 일부에 고전압 부품을 사용하나, 그 경우에도 일반적인 저전압 전장 부품은 12V, 또는 강압을 통해 그보다 낮은 전압으로 작동한다.  참고로 48V 마일드하이브리드차의 스타터-제너레이터(ISG)·배터리 등은 48V를 사용하나, 일반 전장 부품은 12V로 작동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차기 모델인 사이버트럭부터 48V 기반 E/E 아키텍처로 전환할 것임을 선언했다. 테슬라에 따르면 각종 전자 장비가 탑재된 최신 자동차는 250 암페어(A)에 달하는 전류를 감당하기 위해 차내 배선이 복잡해지고 전선 중량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노정됐다고 한다.  이에 테슬라는 2023년 하반기 양산 목표인 사이버트럭과 이후 출시될 차량, 휴머노이드 로봇 Optimus에 모두 48V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그에 필요한 주요 컨트롤 유닛은 자체 설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는 48V 기반 아키텍처는 구조적으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차량 경량화에도 일부 기여한다며 동일 필요전력 조건에서 12V에서 48V로 전환 시 전류가 1/4 수준으로 줄면서 각종 전력 손실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48V 전환 시 전기차 전력의 3~7% 가량을 소모하는 조명, 인포테인먼트, 조향 등 일반적인 전장 부품의 전력 손실을 줄이고, 그 외 공조(HVAC) 시스템이나 전력 변환 시스템의 효율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전압을 보다 높여 손실을 더 줄일 수도 있으나, 인체 안전을 고려하여 대개 48V 내외를 적정치로 간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배선을 단순화하고 전선 중량을 줄일 수 있어 차량 경량화 및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류가 감소하므로 전체 길이 최대 4km, 중량 30~60kg에 달하는 차량 내 전선의 체적·중량 및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많은 전력을 요하는 연산·음향 시스템이나 48V 맞춤형 액세서리의 탑재도 용이해진다.  다만 일찍이 중앙 집중화된 E/E 아키텍처를 지향하며 모델 S(2012년 출시), 모델 3(2017년 출시) 등에 걸쳐 배선을 단순화해온 테슬라 차량은 타사 대비 추가적인 경량화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이는 단기적 비용 증가도 예상되나, 일관된 테슬라 혁신 전략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차량용 48V 부품이 시장에서 흔치 않아 단기적으로는 납품 단가가 이전 대비 높아질 여지도 있다. 시판 중인 대다수 자동차가 12V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48V 부품은 신규 개발이 필요하므로 개발비용 상각, 생산수량 부족 등을 고려하면 납품 단가는 12V 부품보다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12V 부품은 부품기업이 대량 생산 후 여러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므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반면, 단기적으로 48V 부품은 그 수요처가 테슬라로 한정될 수밖에 없어 제조원가를 낮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키텍처·모듈러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테슬라의 전략을 다시금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테슬라는 그동안 중앙 집중화된 E/E 아키텍처 도입 외에도 리어 플로어 패널의 통합 다이캐스팅(Giga Press), 내·외부 패널 구분 없는 차체 구조(Exoskeleton, 예정) 등 아키텍처 혁신으로 비용·성능 최적화를 추구해왔다. 

 

이번 48V 아키텍처 도입 계획과 동 행사에서 공개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영구자석형 모터, 탄화규소(SiC) 사용량을 75% 절감한 전력변환 부품 등 각종 모듈 단위 기술 개선* 방향을 고려하면, 테슬라는 향후에도 아키텍처(구조)·모듈러(부품)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 확인된다.  

 

 이번 결정은 부품 생태계에 대한 테슬라의 장악력이 충분히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양산이 임박한 시점에서 48V 적용을 공언했다는 점은 새로운 규격의 부품을 적정 비용으로 양산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부품 기업들과 협의를 완료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성 자동차 부품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했던 테슬라가 이제 자체적인 부품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설계의 주도권과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과거 Tesla는 타사 완성차에 적용된 스티어링 컬럼, 윈도우 스위치, 히터 블로워 모터 등의 부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곤 하였는데, 이는 완성차 생산 수량이 충분치 않았던 시절에 부품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48V 전환의 실질적인 이점이 증명된다면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은 추격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레거시 완성차 업체는 여러 계층(tier)의 부품 기업들과 장기 협력하며 생긴 관계적·조직적 관성* 때문에 48V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질적인 전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레거시 기업의 48V 전환은 부품 공급선, 개발·구매 부문 조직/인력 변화 등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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