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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재의 진화 혁신의 동력은 기술의 융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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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4-01-05 23: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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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항상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래를 잘 모를 때 제일 무난한 방법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고,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된 합리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산업 역사에서는 무난하게 보였던 전망이 100% 뒤집어지는 크고 작은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오래 전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한 것도 그렇고, 근래 스마트폰이 피쳐폰을 대체한것도 비슷하다. 이러한 변화들도 처음에는 대체품의 단점이 굉장히 크고 개선이 매우 어려우며, 그래서 소비자들이 익숙한 과거의 것을 계속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글 / LG경제연구원 임지수 연구위원, 이윤하 선임연구원

하지만 대체품의 단점이 생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새로운 장점이 추가로 부각되면서, 소비자는 익숙한 것 보다는 새로운 것에 더 끌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최근 자동차 소재에 대한 논란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자동차 경량화 및 친환경차 부상이라는 자동차 산업의 큰 흐름 아래에서 철강이 자체 개선을 통해 자동차 소재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할지, 비철금속 및 복합재료 등의 대체 소재가 본격적으로 부상할지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근래 Audi, BMW, Toyota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업체가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알루미늄, 탄소복합재료, 바이오 소재 등)을 진행하면서 자동차 소재의 변화 방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자동차 소재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이슈는 무엇인지 점검하고, 현 상황이 한국 소재 산업에게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Ⅰ. 자동차 소재의 진화 배경

자동차는 소재의 선택이 매우 어려운 산업이다. 강하면서도 가벼워야하고, 싸면서도 풍부하게 공급되어야 하며, 다양한 기후환경의 변화속에서도 물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등 요구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세기 초 자동차의 주된 소재가 나무에서 철로 대체된 이후 100년 동안 자동차의 대부분은 철로 만들어지고, 내장과 외장재의 일부에만 플라스틱과 유리가 채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 소재들은 지난 30년간 큰 변화 없이 자체 진화를 통해 최적화 되어 왔고 전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유사하게 사용하고 있기때문에 새로운 대체 소재들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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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래에는 자동차 소재의 대체와 진화에 대한 논의와 연구들이 자동차 업계 주도로 진행되고 있고, 과거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첫 번째 이유는 ‘유가 100불 시대’로 진입하면서 연비가 소비자 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연비는 중요했다. 그러나 저유가 시대에는 개성과 디자인을 위해 연비는 희생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유가 100불 시대에 들어서 연비의 위상은 달라졌다. 미국의 Consumer Report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37%가 연비를 자동차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고 조사됐다.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파워트레인의 효율성 개선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런 요소들은 지금까지 자동차 기업들이 꾸준히, 점진적으로 개선시켜온 것들로 추가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자동차 소재 대체를 통한 경량화는 조립 공정의 어려움과 비용 상승, 변화에 따른 리스크 등의 이유로 미뤄왔던 것으로 개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무게가 10% 절감 될 때 자동차 연비는 6∼8% 개선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두 번째는 선진국 환경규제의 실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연비 개선과 친환경차 육성이 현실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의 환경 규제는 다양하게 있지만, 미국의 CAFE(기업평균연비,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EU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CAFE는 연비 규제를 통해 환경 오염물질 배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초기 규제 기준이 낮아 아직 현실적 문제로 부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5년을 지나면서 연비규제 기준이 빠르게 높아져 2025년에는 리터당 23.2㎞로 매우 도전적 수준이 된다. 더욱이 유럽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은 미국보다 더욱 강하다. 기준이 되는 CO2 배출량을 연비로 환산하면, 2025년에는 33.1㎞의 연비를 달성해야 한다. 이렇게 도전적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노력해온 엔진 효율성 개선 이외에, 경량 소재 적용을 통한 연비 개선과 친환경차 판매 증가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친환경차의 성장도 자동차 소재 변화에는 중요한 트리거가 된다. 현재 전기 차나 연료전지차, 천연가스차 등 친환경차의 공통적인 문제는 ‘짧은 주행거리’로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차량 경량화가 절실한데, 대용량 배터리, 고압 연료통 등의 새로운 부품이 추가되면서 자동차 무게는 크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친환경차 시장의 선발 기업들은 비용상승을 감수하면서도 극단적인 소재 대체를 통한 경량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Tesla의 모델S는 알루미늄을, BMW의 i3는 알루미늄 및 탄소섬유복합재료를 대량 적용해서 자동차 무게를 250kg 이상 줄였다. 이러한 시도의 성공여부를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경량 소재 가공기술에 상당한 진보를 가져왔으며 앞으로 친환경차 전용 모델의 경량화 소재 비율 향상에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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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편의성과 안전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능성 부품들의 채용이 증가함에 따라 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자동차 무게에 큰 관심이 없을 때 승용차 평균 무게는 1,800kg을 상회했으나, 1970년대 1, 2차 석유 파동 이후 가벼워지기 시작해서 1980년에는 1,450kg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1990년대 차량 자동화와 SUV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자동차는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평균 무게가 1,900kg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차량 경량화가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트랜드로 언급되고 있는 최근에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실용적 자동차의 대명사인 Toyota Corolla의 경우에도 공차무게가 1992년 1,090kg의 저점 이후 2013년 1,255kg까지 무거워졌는데, 2014년 모델은 1,300kg으로 ‘輕量化’가 아닌 ‘重量化’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자동차의 전장화와 안전성 강화 트랜드를 따르면서 연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경량화 소재 대체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네 번째는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선진국 자동차 메이저 업체들이 차별화를 위한 돌파구로 감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이동수단 뿐 아니라 주거공간으로서의 가치도 커짐에 따라 여성 소비자의 선택권이 높아지면서 럭셔리, 친환경 등 감성 품질에 대한 차별화 가치가 커지는 추세에 기인한다. 감성 마케팅에는 일차적으로 디자인과 컬러를 통한 차별화가 있지만, 국가별 개인별 선호도가 다각화되어 있고 모방이 용이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친환경 및 인체에 무해한 소재, 특수한 기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 등 다양한 차별화 스펙을 만들기 위한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Ⅱ. 자동차 소재의 진화 방향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소재의 진화 방향은 크게 경량화, 친환경, 지능형/특수기능 소재의 채용 확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경량화(Light-weight)

자동차에 경량소재 적용 노력은 이제 중요한 트랜드가 되었다. 과거에는 소재까지 바꾸지 않고 연비를 개선시키는 방법이 많다는 주장도 있었고, 경량화 소재 적용은 소재 기업들의 희망일 뿐이라고 폄하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재 및 부품의 선택에서부터, 가공기술의 개선, 설계변경을 통한 모듈화까지 관련 기술개발 전반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업체들이 직접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경량화 소재 적용은 완성차 업체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경량화 소재의 채용 여부가 아니라, 그 중 어떤 소재가 자동차 경량화를 선도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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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먼저 자동차의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경량화 소재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지 보자. 자동차의 중량은 BIW(Body-in-white, 차체 골격)와 파워트레인, 샤시 세 부분이 각각 27~28%로 차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경량화 잠재력도 가장 크다. 이중 파워트레인은 고내열성 등 필요한 물성이 더욱 까다로워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선택을 고민하는 부분은 BIW와 샤시 중심이고, 이 글에서도 이 부분을 대상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

BIW와 샤시에 적용할 수 있는 경량소재는 고장력강판(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복합재료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량소재들은 현재 다양한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어떤 소재가 우월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 소재는 아무리 일반적으로 좋은 물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해당 부품에 요구되는 핵심 특성이 충족되지 못하면 채용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소재의 약점이 가장 잘 극복될 것인가가 향후 경량 소재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고장력강판

고장력강판은 완성차 업체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라서 대체 리스크가 낮고, 신규 적용시에도 기존 설비장치를 대부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가격도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가 비용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특히 일부 완성차 업체는 철강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자회사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고, 협업관계도 가장 밀착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자동차 업계가 경량 소재 적용을 고려할 때 고장력강판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또한, 다른 경량 소재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고장력강판의 지속적 개선을 통한 경량화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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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장력강판은 적용 부위가 제한 되고 철이라는 소재 특성으로 경량화 수준에 한계가 있어 최대치가 10~20%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저비중강판)이나 플라스틱 샌드위치 강판 등 다른 경량 소재와의 접합을 연구하는 등 단독으로는 중장기 해법이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알루미늄

알루미늄은 대체 시 40%라는 의미 있는 경량화가 가능하고, 장기간 부식되지 않으며 매장량도 풍부해서 공급안정성도 갖추었다. 가격(부품 기준)도 철 대비 약 30% 높은 수준으로, 경량화에 따른 연비 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알루미늄은 재활용이 가능해 선진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생산자책 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에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경량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최근 30년간 철 이외의 경량소재 중 채용 비중이 가장 빠르게 증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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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알루미늄 협회에 따르면 북미 자동차의 자동차 소재에서 알루미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에는 2%(대당 40kg)에서, 2012년에는 8%(대당 156kg)까지 증가했다. 주 적용 분야는 엔진 관련 부품(Trans. Case, Heat Exchangers, Cylinder heads/block 등) 소재에서 80% 이상, 타이어 휠에 55%로, 주로 주조 공정이 가능한 파워트레인과 샤시 쪽에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알루미늄이 다양한 장점과 장기간 적용 시도에도 불구하고 Body와 마감재(Closures)에 적용비중이 낮은 이유는 용접 시 열에 의한 변형이 심해 성형/가공이 어렵고, 주조는 용이하나 압연, 압출 가공이 어려운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향후 알루미늄이 후드(본넷)나 BIW, Door 등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성형/가공 기술 개선이 가장 중요할 전망이다.

일단 알루미늄은 다양한 장점으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업체에게 철 다음으로 시도해보는 경량 소재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다. Audi는 1994년에 알루미늄을 차체에 대량 적용한 A8을 출시해서 자사의 경량화 기술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만들었는데, 철강 대비 92kg(Body 기준 28%, 전체 차량 기준 4.4%)의 무게를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Ford와 Toyota 등 다수의 메이커도 고급차종의 차체 일부에 알루미늄을 적용하고 있고, 전기차에서도 Tesla 모델S의 Body, BMW i3의 샤시에 적용되고 있다.

탄소섬유복합재료(CFRP,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탄소섬유복합재료는 유리섬유복합재료와 함께 대표적인 고기능 섬유복합재료로서, 뛰어난 강도에도 매우 가벼워서 우주선이나 비행기, 슈퍼카, 골프채, 초대형 풍력날개 등 초경량소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대부분 선택되는 이상적 경량소재다. 지금까지 자동차용 경량 플라스틱으로는 주로 유리섬유복합재료와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지만, Body 및 구조재료에서 철을 대체할만한 강도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안으로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탄소섬유복합재료는 고강도경량이라는 강점 이외에도 원재료가 광물이 아니라 모든 화석자원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이기 때문에 고갈 우려가 없고, 다양한 성형/가공으로 부품일체화가 용이하며, 스크래치에 의한 부식도 거의 없다는 다양한 강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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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탄소섬유복합재료가 갖는 가장 중요한 약점은 높은 가격과 가공생산성의 문제이다. 가격이 소재 중량기준으로는 철의 약 20배, 부품 기준으로는 철강부품의 약 5.7배로 대용량 교체를 생각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탄소섬유복합재료에서 주로 바탕재료(모재)로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는 성형 후 굳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이러한 약점들로 인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자동차 채용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약점을 일정 부분 극복하면서 상용차에 처음으로 대량 적용한 기업은 독일의 BMW다. 2013년에 출시된 전기차 i3의 Life Module(상판 Body의 대부분)을 탄소섬유복합재료로 만들었고, 2014년에 출시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i8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BMW는 탄소섬유복합재료와 알루미늄으로 각각 Life와 Drive Module(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샤시부분)을 생산하여 전기차 무게를 300kg 이상 절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MW는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적용을 위해 SGL이라는 독일 탄소재료 전문기업과 JV를 체결하고 12%의 지분까지 취득했으며, 탄소섬유복합재료 성형·가공 및 모듈화 공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시도가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 하에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MW는 탄소섬유복합재료의 대량 적용을 위해 약 5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서 상판 Body에 사용되는 300여개의 부품을 150개로 감소시키고, 부품간 연결은 자동화 접착 공정으로 단순화 시켜서 공정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2) 친환경 소재 (Eco-friendly) - 바이오 소재 중심

자동차 산업에서 친환경 소재의 상징으로 바이오 소재를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Benz가 럭셔리 모델에 적용을 시작해서 적용 부품을 확대하고, 2000년대 후반에는 유럽의 다른 고급 브랜드와 Ford, Toyota에서도 바이오 소재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초기 바이오 소재 적용은 고급차의 감성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차원에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이미지를 배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바이오 소재는 강도는 약하지만 감성 품질이 높기 때문에 주로 차량 내부 소재 및 부품에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에 채용되고 있는 바이오 소재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PLA와 같은 전통 바이오 소재이다. 전통 바이오 기반 소재는 내구성, 내열성이 기존 석유기반 플라스틱 보다 약하고, 저가의 범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다 보니 비용 상승이 커서 적용 부분 확산이 제한적이다. 주로 요구 물성이 평이한 콘솔박스나 내부 천장(Headliner) 등 내장 소재/부품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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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Bio PET(폴리에스터 섬유 및 플라스틱), Bio Foam(시트 폼, 우레탄) 등 생산 원료의 일부를 바이오 제품으로 대체하여 부분 바이오 플라스틱(보통 30~50%)으로 만든 것이다. 이 경우 완전한 바이오 소재는 아니지만 석유 기반 소재보다는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부분 바이오 플라스틱은 물성이 합성소재와 거의 같고 자동차 시트 폼, 바닥 카페트 등 넓은 부위에 다량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바이오 기반 고기능 소재로서 Bio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가 대표적이다. Bio EP는 특수 바이오 기반 원료 물질을 화학반응을 거쳐 고기능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첨단 바이오 소재 영역이다. Bio EP와 같은 고기능 소재는 대체 대상 소재가 고가이기 때문에 대체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덜하고, 자동차 내장재뿐만 아니라 다

양한 부품으로 적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직은 DuPont과 DSM 등 바이오 화학소재 글로벌 선도 기업에서 개발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단계이다.

향후 자동차용으로 바이오 소재가 얼마나 더 사용될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바이오 소재 기술이 얼마나 더 진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이다. 초기 바이오 소재는 주로 포장재로 사용되어, 산업용 내구재로 적용할만한 가격과 물성수준에는 아직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근래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화학기업, 소비재/산업재 기업들이 다양한 제휴와 JV를 체결하면서 산업용 내구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친환경차의 성장세이다. 바이오 소재가 선진국 럭셔리 모델에만 채용된다면 규모의 성장은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Toyota의 하이브리드차, BMW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모델에 바이오 소재를 대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특히 Toyota는 2015년까지 자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20%(약 25kg)을 바이오 소재로 대체하면서, 친환경차에는 중장기적으로 내부 소재/부품의 80%까지 바이오 소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3) 지능형/특수 기능 소재(Intelligence)

완성차 업체들이 스펙 차별화를 위해 지능형/특수 기능 소재 채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Toyota의 프리우스 모델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Solar Roof’ 이다. 차량의 상판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부착하고, 주차되어 있는 동안 태양광 발전을 통해 차량 내부 공기가 순환되도록 하여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또한 Solar Roof는 태양광 발전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통해 차에 타기 전 미리 에어컨디셔너를 원격으로 조종해 내부 온도를 낮춰놓는 역할도 가능하다. 이러한 Solar Roof를 통해 여름철 공조와 냉방뿐만 아니라 겨울철 시트 난방이나 배터리와의 연결을 통한 전장제품용 에너지로 활용하는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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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차량 전장화 트랜드 하에서 소재에 기능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는데, 이중 하나가 Head-up Display(HUD)에 들어가는 유리의 기능화이다. HUD는 차의 속도, 네비게이션 등 보여주고자 하는 영상 정보를 자동차 전면 유리 혹은 별도 HUD 패널에 투사시켜 운전 중 시야를 분산 시키지 않고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공상과학처럼 소개되었지만 이제는 기아차의 K9, 현대차의 제네시스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 HUD의 주류는 TFT 액정패널(LED 백라이트)의 영상을 여러 미러를 매개로 전면 유리에 표시하는 것이다. 이때 전면 유리가 영상을 통과시키지 않고 반사시키기 위해서 유리 내부에 기능성 필름을 삽입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특수 유리를 제작해야 한다.

이 외에도 차량 표면에 흠집이 생겼을 경우 비싼 수선 코팅 없이 원상태로 복귀 시키기 위한 방안도 개발되고 있다. Toyota에서는 기존 차체의 색상과 동일한 Sticker를 제작해서 흠집에 붙여 재코팅하는 방식으로 상업화를 시도했다. 또 다른 방식은 셀프힐링이 가능한 코팅재료를 표면에 사용하는 것이다. 셀프힐링 원리는 제품 표면에 부드러운 고밀도 분자구조를 채워 넣어 날카로운 물체에 부딪히더라도 구조가 파괴되지 않고 변형만 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표면에 변형을 일으킨 흠집은 3분 정도 체온과 비슷한 열을 가하면 분자구조가 원래 상태로 복귀되면서 없어지게 된다.

Ⅲ. 소재 기업의 대응 유형

자동차용 소재의 진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소재 산업의 대응은 처한 입장에 따라 크게 두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자동차용 경량소재로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형태이다. 즉 개별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용 경량소재 경쟁에서 보유 소재의 상대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연합 R&D와 심포지움 등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모습은 자동차용 경량 소재에서 이미 입지가 구축되어 있는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경량화 주도권 강화를 위해 산업 단체가 나서서 노력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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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강협회는 1990년대 중반부터 철강을 활용한 자동차 경량화 부품 시범사업을 주도하다가, 2008년부터 6년째 ‘FutureSteelVehicle’이라는 친환경용 초경량 철강자동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알루미늄업계에서는 미국 알루미늄협회 산하에 ‘The Aluminum Transportation Group(ATG)’을 별도의 조직으로 두고, 이론적·실증적으로 알루미늄이 차량 경량화에 얼마나 적합한 소재인지 연구하고 그결과를 자동차업계와 정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개별 소재기업이 완성차 메이저와 공동 개발, JV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소재 적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소재공급은 물론이고 완성차 기업이 새로운 소재를 사용했을 때 해결해야 할 문제들 - 성형/가공, 보수, 리싸이클 등에 대하여 솔루션을 도출하는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주로 탄소섬유복합재료나 바이오 소재, 특수/지능형 소재 등을 공급하려는 업체들이 대응하는 형태이다.

철강이나 알루미늄과는 달리 새로운 소재는 완성차 업체 역시 적용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적용을 유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많다. 또 완성차 업체와 어느 정도의 기술도 공유해야 하고, 장기 안정공급이 가능한 파트너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특정 소재 기업과 특정 완성차 업체가 기술제휴나 JV를 설립하는 등 개별적인 협력관계 하에서 소재 적용이 진행된다. 소재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파급력 있는 대형 고객을 확보하여 향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개별 협력 관계 구축이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Ⅳ. 시사점

최근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의 광고에는 ‘융합’과 ‘글로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자동차 산업은 세계 시장이 1,600조원대 규모로 단일 제품 산업으로는 가장 큰 시장이다. 완성차 기업의 국적은 있으나 자동차의 국적(생산지역)은 의미가 없으며, 에너지-소재-IT/전자-기계 등 다양한 산업이 밀접하게 결합된 종합 글로벌 산업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말할 때 꼽히는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완성차와 기계부품 경쟁력 모두 글로벌 메이저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소재의 경쟁력도 글로벌 수준인가를 생각하면 후한 평가를 주기

어렵다. 철강 소재를 제외한 알루미늄이나 화학 소재에 대해서는 글로벌 수준과의 격차를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용 소재의 주요 트랜드인 경량화와 친환경 소재, 지능형/특수 기능 소재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처럼 글로벌 자동차용 소재의 진화가 구체화되고 그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소재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글로벌 자동차 소재의 진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관련 산업에서도 미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부품에 특화된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단일 소재의 개선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복합재료 및 접합소재 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자동차산업이 워낙 중요한 수요처이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비철금속이나 화학소재 업계는 범용소재 수요가 크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처럼 분산·특화된 고기능 재료 산업에서의 기술개발에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재·부품·완성차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 소재기업은 자동차 부품·모듈의 생산공정 및 니즈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고, 자동차기업은 최적의 소재를 선택할 만큼 다양한 소재특성을 자세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용 소재 트랜드는 완성차에서 필요한 물성과 기능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소재를 설계하면서 성형 가공방법을 만들어야 하는 맞춤형 소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따라서 소재 기업과 완성차 기업이 부품업체와 함께 기초적인 소재 컨셉을 잡고 개발하는 단계부터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자동차용 고기능 소재부품의 원천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독일과 일본을 보면 미래 자동차 트랜드를 선도하기 위해 자국내 자동차 소재, 부품, 완성차 업체들 간의 기술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정부 R&D 과제가 이러한 협력의 시발점이자 정보·기술 교류의 기반이 되고 있다. 자동차용 소재부품은 ① 다양한 업종 기업들의 협업이 필요하고 ②산업 연관 효과는 크지만 불확실성도 큰 장기 과제이며 ③ 국가 에너지/환경 정책과도 연관성이 높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는 기초 컨셉부터 시작하는 신차개발에 5~10년 정도 소요되고, 소재도 신규 소재 개발 및 적용에 비슷한 기간이 필요하다. 둘 다 모두 호흡이 긴 산업으로 두 산업이 만나는 자동차용 소재 산업의 변화는 매우 느리고 감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선도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 구체화 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소재 산업 양측 모두에게 자동차용 소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각자가 미래 자동차용 소재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전략을 고민하면서 부족한 지식과 기술은 협업을 통해 극복하여, 새로운 융·복합기술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대응과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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