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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스튜디오, 그 속에 숨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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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6-09-30 03: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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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주를 장식하는 화창한 날, 대부분의 자동차 관련 이슈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모터쇼에 집중되고 있는 시기에 롤스로이스 CEO인 토스텐 뮐러 위트비스(Torsten Müller-Ötvös)는 한국을 찾았다. 오는 11월 1일에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에 ‘롤스로이스 스튜디오’가 개관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이다. 영국 롤스로이스 본사에 있는 아틀리에에 이어 두 번째로 개관되는 스튜디오가 한국,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에 위치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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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귀족적인 이미지가 크게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전통 부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에는 한계가 있고 다양한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신흥 부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젊은 부호들이 등장하면서 운전사를 두고 뒷자리에 앉아 이동하는 것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통 부호들을 상대하던 롤스로이스도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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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지난 6년간 고객의 평균 연령층을 기존 56세에서 현재 45세로 크게 낮췄습니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데에는 쿠페 모델인 ‘레이스’가 많은 기여를 했고, 컨버터블인 ‘던’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짜릿하고 감각적인 두 가지 요소를 갖춘 모델들을 통해서 여성 고객들도 많이 모실 수 있었습니다.” 토스텐 뮐러가 말한 롤스로이스의 생존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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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롤스로이스는 ‘블랙뱃지’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블랙뱃지’는 한시적이 아닌 상시 브랜드로 위치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어두우면서도 엣지있는 모습의 롤스로이스를 소개한다. 또한 단순히 외형만을 손보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면에서도 혁신을 일으키는 것을 다짐하고 있다. 과거처럼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내려다보는 위치를 고수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신규 고객들에게 편안하고 좀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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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롤스로이스가 기존에 갖고 있던 럭셔리 이미지가 낮아질까? 토스텐 뮐러는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롤스로이스는 최상의 장인 정신을 대변하는 브랜드입니다. 스타일과 세련됨에서는 세계 최고이며, 럭셔리의 정점에 서 있고 앞으로도 수공예의 장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엔지니어링적으로도 최상의 품질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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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스튜디오는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를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딜러샵이라기 보다는 아틀리에나 라운지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스튜디오는 다양한 재질과 색상의 우드와 가죽, 실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선택할 수 있으며, 만약 원하는 색상이 없을 경우에는 고객이 색상을 직접 조합하거나 특정 색상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루프에 배열되는 LED도 색상은 물론 배열까지 고객의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으며, 특정 문구를 새기는 것도 지원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넓은 소파에서 여유를 갖고 편안히 앉은 상태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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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안정된 주행 시설이 트랙이 갖춰져 있다는 것은 롤스로이스의 운전법에 대해서 정확히 배울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는 이야기도 된다. 영국 굿우드 롤스로이스 아카데미에서 전문 교육을 수료한 강사들이 고객들에게 롤스로이스만의 운전법을 전수하게 된다. 자동차 한 대에 운전법이 따로 존재하는가를 묻는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스티어링과 기어노브, 페달을 조작하는 기초적인 문제가 아니라 타고 내릴 때 예의를 갖추는 법, 날씨에 따라 우아함을 갖추는 법까지도 따로 존재한다. 롤스로이스의 도어에 장착된 우산의 의미를 모른다면 그 사람은 롤스로이스의 오너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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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시아 최초의 정식 스튜디오입니다. 게다가 주행 시승이 가능한 시설도 처음이죠. 또한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인천공항이 옆에 있으니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롤스로이스의 고객들이 멀리 영국까지 올 필요 없이 가까운 곳으로 와서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고객들은 정말 바쁘신 분들이니 롤스로이스 구입에 며칠 씩 시간을 보내시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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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스튜디오가 단순히 위치 때문에 영종도에 위치하게 된 건 아니다. 물론 아시아 시장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중국 시장이 제일 크고 중국 부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도 중국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롤스로이스도 이러한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반영하는 것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부산에서 개관하는 롤스로이스 매장이다. 매장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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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평균 고객 연령층은 낮아졌고 젊은 부호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해 ‘블랙뱃지’까지 등장시킨 롤스로이스가 더 젊어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스’를 통해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던 롤스로이스는 현재 기존 롤스로이스에 없었던 SUV(롤스로이스 측에서는 ‘하이 사이디드 비클’이라고 불리길 원한다) ‘컬리넌’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날카로운 성능의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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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닙니다. 롤스로이스와 스포츠는 연관되는 단어가 아닙니다. 롤스로이스가 운전을 즐기는 오너들을 위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미 롤스로이스의 모든 차들은 V12 6.0L 엔진을 탑재했고 출력이 상당히 높죠. 게다가 ‘마법의 양탄자’ 느낌을 주는 극상의 승차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스포츠카를 만들 일은 없을 것입니다.” 토스텐 뮐러는 스포츠카에 대한 가능성을 자르고 극상의 승차감으로 대변되는 정체성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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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컬리넌에 대한 힌트를 살짝 제공하기도 했다. “컬리넌은 가족과 함께 하는 운전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오너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만큼 기존 모델들보다는 캐쥬얼에 가까워지는 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상의 승차감과 최상의 품질, 최상의 환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컬리넌이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 것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시선은 이로써 지워버려도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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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롤스로이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롤스로이스는 컨셉트카 103EX 비전 넥스트 100으로 응답했다. 사람에 따라 극단적인 디자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롤스로이스의 특징인 프론트 그릴, 전체적인 형태, 짧은 오버행, 팬텀과 동일한 높이를 계승하고 있으며, 2040년을 주제로 미래지향적인 기능까지도 담고 있다. 실내에 전통적인 스티어링 휠과 운전석이 없고 ‘엘리너’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운전은 물론 오너의 스케쥴을 챙기고 조언을 하기도 하는 등 비서 역할도 수행한다. 전기 모터를 이용해 구동하기 때문에 보닛의 일부분을 트렁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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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EX는 앞으로 25년 후에 있을 수도 있는 디자인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으로는 어색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물은 대단히 멋지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문제작에 최적화됐다는 겁니다. 앞으로 롤스로이스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차체의 커스텀도 제공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3EX는 고객이 ‘자율주행’을 요청했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 진 것이고 미래를 바라보고 대담하게 디자인을 단행했습니다. 이미 고객 중에서는 이 차의 완성형을 문의하기 시작한 고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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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103EX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롤스로이스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V12 대배기량 엔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각국의 급변하는 환경 관련 법률과 미래 교통수단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이미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롤스로이스에서 대배기량 엔진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과연 롤스로이스가 될 수 있을까? 의미가 서로 충돌하는 두 상징에 대해서 토스텐 뮐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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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야말로 롤스로이스와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전기 모터는 출력도 있고 토크도 높고 소음도 거의 없죠. 게다가 둥실둥실 뜨는 느낌도 주기 때문에 ‘마법의 양탄자’ 느낌을 주는 극상의 승차감과도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전기차로 방향을 돌린다고 해도 말했다시피 롤스로이스의 V12 엔진은 상징적이기도 하고 예술품이기도 하죠. 롤스로이스는 내연기관을 팔 수 있을 따까지 V12 엔진을 계속 제공할 겁니다.” 앞으로 몇 십년간은 전기 모터와 내연 기관으로 나뉜 롤스로이스를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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