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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밀 디지털 지도가 없으면 자율주행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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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2-14 16: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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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노키아 산하에 있던 디지털 맵 전문회사 HERE가 독일의 BMW와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의 컨소시엄에 2016년 초 완전히 인수됐다. HERE사의 2015년 매출액의 약 2.5배인 31억 달러의 거래였다. HERE는 사실상 독일 메이커들에 의해 성장했다. HERE의 전신은 미국 나브텍(Navteq)사다. BMW는 나브텍 시절부터 관계가 돈독했다. BMW는 나브텍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지도 개발을 적극 후원해왔다.

 

BMW가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인수하게 된 것은 단독으로 매수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또한 단독으로는 HERE의 미래 사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특정 회사 산하에 들어가면 HERE의 데이터 판매에 한계가 나타날 수가 있고 그로 인해 톰톰만 어부지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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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가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자율주행자동차 때문이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라고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의 주도권 쟁탈전은 결국 디지털 맵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HERE는 전 세계에 200~250대 이상의 자동차를 운행하며 자동운전의 자차 위치 추정과 ADAS에서 타 차의 위치를 올바로 파악하는데 필요로 하는 고정밀도의 3차원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HERE를 수중에 넣은 독일 3사는 미래의 자율주행과 ADAS용 지도 사양을 자신들이 원하는데로 결정하기가 용이해진다.

 

인수 당시에는 자율주행과 ADAS용 지도의 개발이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기차의 철로처럼 정확한 선을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도의 필요성이 당장에 절박하지는 않았다는 얘기이다. 그 때문에 독일 프리미엄 3사의 HERE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자동차회사들에게 지도 개발은 비경쟁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각종 전기전자 관련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서플라이어들로부터 공급 받아 자동차를 조립하는 사업 형태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인수한 것은 기존 사업을 지속적으로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어적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웹브라우저 시장이 익스플로러에 의해 장악된 것을 되새겨 보면 좀 더 뚜렷해 진다. 초창기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 등 웹브라우저가 있었으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에 익스플로러를 공짜로 끼워 넣으면서 나머지는 모두 고사됐다. 스마트폰의 OS를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96.4%를 장악한 것과도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서는 독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겠지만 다양성을 말살하고 군소업체들의 기회를 통째로 빼앗아 버렸다. 아예 싹을 잘라 버렸다. 이런 행위를 좋다고 찬양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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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카 내비게이션용 지도 사업은 HERE와 톰톰(TomTom)에 의한 독과점 상태였다. 최근에는 구글과 우버 등이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그 중 HERE는 유럽과 미국 자동차의 카 내비게이션 지도 80%를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HERE가 지도를 공급하지 않으면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차를 판매할 수가 없다. 특히 HERE의 지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독일 메이커들은 더욱 그렇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ADAS는 GPS와도 연동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용화에 GPS를 빼놓을 수 없다. 보다 정밀한 GPS 및 맵 데이터가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이라는 의견도 많다. 현재의 GPS 정밀도는 충분치 않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GPS 오차가 cm 단위까지 좁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맥킨지 & Co.는 2020년이 되면 자동차용 맵 데이터 시장이 1,800억 유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의 6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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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는 200개국 가까이를 커버하는 맵과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언어도 50개 이상을 지원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재규어 F-Pace와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도 이 HERE맵이 채용되어 시판되고 있다. 사실상 모든 국가를 커버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개발 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거기다 하루 단위로 맵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정확성도 매우 높다. 40개국에서는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도 가능하다.

 

북미와 유럽에서 팔리는 신차의 80%가 HERE 맵을 사용한다. OEM 맵 회사로는 가장 큰 규모이고, 연간 1,000만대 규모이다. 노키아에 따르면 HERE는 북미와 유럽 OEM 회사의 80%에 맵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야후, 바이두에도 데이터를 공급 중이다. 런던의 한 조사기관은 HERE 같은 맵 데이터 기술은 개발이 매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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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리미엄 3사에 인수된 HERE는 2016 CES에 HD Live Map이라고 하는 고정밀도 지도 시스템을 발표했다. 네델란드의 톰톰도 독일 보쉬사와 제휴하는 등 자동차업계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기존 내비게이션용 지도는 화면에 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대해 고정밀도 지도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제어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카 내비게이션용 지도는 위치 정밀도가 미터 단위로 계산되는데 비해 고정밀도 지도는 cm 단위로 도로 정보를 차선 단위로 관리한다. 차선 단위의 경로 작성과 정체 도로공사의 지도화에 100억 달러 이상, 매년 지도 갱신에도 수백억 달러가 들어간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차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정밀도 지도는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라고 하는 대립 구조로 논의되는 경향이었으나 최근에는 양쪽 모두 불가결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고정밀도 지도와 센서를 조합함으로써 더 상세한 도로 정보와 주변 물체의 절대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동 브레이크와 차선 유지지원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운전자 보조기능에서 큰 폭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자동 브레이크의 경우 오작동의 저감과 장해물에 대한 감지 정도의 향상이 기대된다. 차선 유지보조 시스템에서는 도로 구배와 커브의 곡률 반경 등에 따른 자동 조타, 선행차와 차선이 없는 상태에서의 차로 중앙유지가 가능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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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밀도 분야에서 유럽 메이커 중에서는 HERE와 톰톰(*TomTom)이 선도적인 입장에 있다. HERE는 3~4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HD Live Map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일반 차량에의 데이터 제공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업체 중에서는 구글이 세계 각지의 고정밀도 지도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구글맵의 정보갱신 작업의 일환으로 정비하고 있다. 우버도 이 분야에서 급 부상하고 있다. 2015년 6월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지도사업의 일부를 매수해 2016년 8월에는 고정밀도 지도의 정비에 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DMP(Dynamic Map)가 2016년에 일본 내 고속도로의 고정밀도 지도 300km분을 작성했다. 2017년에는 2만 km분, 2018년에는 1만 km 분의 고속도로를 지도화해 일본 자동차회사가 2020년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에 대응할 예정이다. DMP는 HERE와 자율주행의 표준화단체 OADF(Open AutoDrive Forum)과도 제휴해 지도 데이터 베이스의 인터페이스 등의 표준화를 위한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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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지도라는 개념은 건물과 도로처럼 시간적으로 변화가 적은 정보를 의미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교통규제와 사고, 정체 등 수시로 변하는 동적인 정보 등도 포함된다. 이처럼 시간적인 변화가 다른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도 정보를 시간변화의 정도에 따라 계층화하고 그것들을 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우선 기반으로 되는 것은 노면과 차선, 각종 표지, 구조물 등 정적 정보로부터 얻는 고정밀도의 3차원 디지털 지도다. 이들은 빈번하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정보 갱신은 월 단위로 한다. 그 위에 교통 규제와 도로공사, 광역 기상정보 등 시간 단위로 변하는 준 정적 정보의 층이 있다. 그 위에 다시 사고와 정체, 갑작스러운 호우 등의 국지적 기상정보 등 분 단위로 바뀌는 준 동적 정보의 층, 그리고 최상위에 주변 차량과 보행자, 신호 등 초 단위로 바뀌는 동적 정보의 층이 겹쳐 진다.

 

이처럼 복잡한 고정밀도 지도를 위해 HERE와 톰톰 등은 측량차를 동원해 정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측량 차량 만에 의한 운용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밀도 지도에 사용하는 측량차가 고가이기 때문에 무작정 증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저비용의 간이계측차량을 사용하는 방법과 3차원 계측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를 활용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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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비게이션용 지도는 모든 데이터를 자동차 안에 탑재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자율주행용 고정밀도 지도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방대한 데이터량 때문이다. 한 국가의 모든 주요 도로만 지도화한다고 해도 정적 데이터만 해도 몇 테라바이트에 달한다. 거기에 수시로 바뀌는 동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갱신해야 한다. 때문에 고정밀도 지도에서는 클라우드 서버에 광역의 지도 데이터를 두고 자동차에 대해 국지적인 지도 데이터와 바뀌는 정보를 배송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배송방법으로서는 DSRC(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s)에 의한 통신 등도 검토되고 있지만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망을 사용한 배송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NTT 등이 정부의 위탁을 받아 2018년까지 3년간 휴대전화망에 주어지는 부하를 저감하는 기술과 이동중인 자동차가 접속 기지국을 전환하면서 통신을 계속하는 핸드오버 등을 검증한다. 초기에는 LTE를 기반으로 하지만 차세대 방식은 5G 환경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센서 등의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정밀도 디지털 맵 역시 자율주행시대를 위해 필수 조건으로 부상해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OS에서 미국의 구글과 애플이 세계를 장악했던 것처럼 이 분야에서도 주도권 쟁탈을 위해 HERE와 톰톰, 구글, 우버, DMP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OS와 웹브라우저 등과 달리 디지털 지도는 물리적인 지도 데이터 조사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데이터 배송 서비스 등에서의 기술력 차이로 독과점 혹은 적어도 제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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