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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이끈 비용절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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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2-12 11: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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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역사는 비용절감의 역사다. 포드의 대량 생산기법을 시작으로 GM의 브랜드 다양화, 토요타의 생산 기법, 그리고 오늘날의 모듈러 플랫폼과, 모듈러 엔진이 모두 비용 절감을 위한 연구의 결과다. 다른 점이라면 20세기에는 소품종 다량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힘을 썼다면 지금은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다. 양산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것이 세단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SUV와 크로스오버가 폭발적으로 판매되면서 자동차회사들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고 비용 압박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회사들의 세분화 전략을 요약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이 시대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20여년이 지났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휴대용 전화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흡수했다. 인터넷과 이메일, 소셜 미디어, 문서작성, 게임 등 컴퓨터의 기능은 물론이고 카메라와 녹음기, 음악 감상, 시계, 메모장, 일정표 등에 더해 내비게이션과 금융업무, 나아가 소음 측정기와 속도계까지 빨아 들였다.
 
그렇게 정리하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수많은 기능을 모두 사용하지는 않는다. 위에 언급한 기능 외에도 수없이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그 중 자신이 원하는 기능만을 선택해서 쓴다.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는 몇 안 되는 브랜드가 판매하지만 사용자는 수 천 수 만 가지의 방법으로 자신만을 위한 기기로 만들어 낸다. 겉 모양이 같다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 같지 않다. 소비자들이 직접 초기화면을 바꾸어 디자인하고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사용한다. 그것이 스마트폰이 가진 매력이다. 이는 컴퓨터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에 의해 좌우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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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모델명으로만 구분하는 자동차도 그런 세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승용차는 크게 세단과 SUV로 구분된다. 이는 흔히 경형 탈것(Light Vehicle)이라고 일컫는다. 여기에는 MPV, 미니밴과 픽업 트럭도 포함된다. 통상 자동차 판매대수라고 할 때 이 두 가지를 합한 데이터를 말한다. 이것을 좀 더 세분하면 세단은 3박스 타입의 노치백과 2박스 타입의 해치백, 그리고 트렁크 부분을 덧댄 왜건으로 나뉜다.

 

구동방식이 네바퀴 굴림방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미니밴과 구분되는 SUV는 세단형 차체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크로스오버와 픽업 트럭 등에 사용되는 프레임이 있는 것이 있다. 오늘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크로스오버는 승용차의 차대를 기본으로 만들어져 승용차 감각의 주행성과 MPV의 다목적성을 결합한 모델을 일컫는다. 프레임을 사용한 모델의 예로는 기아자동차의 모하비와 토요타 랜드크루저, 지프 랭글러 등이 있다. 이들은 정통 오프로더로 분류된다.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는 현행 모델에서 모노코크 타입으로 바뀌었다.

 

중국시장이 본격적으로 폭발하지 않았던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이런 정도 종류의 모델로 자동차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회사들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동차회사들은 새 모델을 만들 때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해야 했다. 그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는 방법을 찾은 첫 번째 해법이 인수합병을 통한 비용절감이었다.

 

세기의 합병이라고 불렸던 1998년 메르세데스-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통합을 시작으로 자동차회사들은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그것은 부품 공유화라고 하는 개발과 생산비 절감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제합병이긴 하지만 현대기아차도 그런 합병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그런 노력을 통해 자동차회사들은 20세기말 아시아 발 금융위기에도 버틸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세계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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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급변한 것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부터 였다. 저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부품공유화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진화된 생산 기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모듈러(Modular) 플랫폼(Platform)의 개념이다. 하나의 틀을 기본으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가 합병했을 당시 플랫폼은 27개나 됐다. 그것이 앞바퀴 굴림방식 소형과 중형, 뒷바퀴 굴림방식, 그리고 별도로 프레임이 있는 모하비 용 등 네4개로 줄였다. 현대기아차는 네 개의 플랫폼으로 80여개의 모델을 만들어 전세계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모두 다른 것이 아니라 시장에 따라 수정한 모델들이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현대기아차가 합병되지 않았더라면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지 못해 오늘날처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도 할 수 없었을 지 모른다.

 

자동차 업계에서 저비용 고효율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중요한 화두이다. 그리고 비용절감에 효과적인 플랫폼 공유는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에겐 이젠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차종이 필요한 시대에 플랫폼 공유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같은 등급의 모델은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플랫폼 공유화의 개념은 한 걸음 더 발전해 아예 시스템 측면의 접근도 등장했다. 토요타의 TNGA와 마쓰다의 커먼 아키텍처 등이 그 예다.

 

익히 알다시피 자동차산업은 지구촌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종합 산업이다. 인구의 증가로 인한 부의 증대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자동차다.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모든 세그먼트의 모델들에게 기회가 있다는 얘기이다. 후진국에서는 저가 소형차가, 중국에서는 모든 등급의 모델이, 선진국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과 하이엔드 모델들이 주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 가장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여 온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고 앞으로도 그 흐름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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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양산 브랜드들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소품종 다량 생산을 해야 하는 양산 브랜드들은 비용절감이 가장 큰 과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모듈러 플랫폼이다.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선 메이커는 독일의 폭스바겐으로 네 개의 플랫폼으로 12개에 달하는 브랜드에서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비용절감의 힘을 바탕으로 세분화되어 가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물론 본격적인 세분화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프리미엄 3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은 판대매수에서는 폭스바겐과 토요타, GM, 르노닛산 등의 1,000만대에 미치지 못하는 200만대 중반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유한 모델 가지 수는 양산 브랜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다. 세단과 SUV 모두 가장 작은 차체부터 대형까지 모두 라인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차체 타입을 포함하고 있다. 세단만 해도 7개 등급의 모델에 22~25개의 차체 타입이 있다. SUV도 7~8개 등급의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등급의 모델에만 90~100개의 트림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이런 세분화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SUV 시장에서 이런 세분화는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양화와 세분화, 더불어 독창성까지 요구 받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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