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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진화가 디자인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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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8-24 18: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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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공기역학 성능이나 충돌 안전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자동차의 바디. 여기에 파워트레인이 더해지면서 자동차의 성능을 결정짓게 된다. 자동차 차체 구조의 역사와 차체 구성에 사용되는 소재의 변화를 함께 살펴본다.

 

 

열에 약한 소재가 낳은 유려한 쿠페 스타일

1935년 파리 살롱에 출품된 '부가티 타입 57SC 애틀랜틱'은 독특한 스타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긴 보닛을 가지고 캐빈은 물방울 형상을 하고 있어, 흡사 항공기를 연상시킨다. 유려한 쿠페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지느러미 모양의 돌출된 접합부 였다. 이 돌출된 접합부는 차량의 전면부에서 후미까지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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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 성능 향상을 위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다르다. 부가티 타입 57SC 애틀랜틱은 차량의 경량화를 위해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했는데, 마그네슘 합금의 특징은 열에 약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용접이 불가능했고, 접합하기 위해서는 리벳으로 결합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 양산이 되었을 때는 마그네슘 합금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제작이 되었지만, 컨셉모델에 적용되었던 지느러미 형태의 독특한 접합부위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자동차 바디 디자인은 소재의 진화가 깊은 관련이 있다. 성형 및 접합 기술도 향상되면서 자동차의 디자인 자유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마차의 형태에서 시작된 자동차의 바디 구조는 현재 세단, 미니 밴, SUV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디자이너가 그린 이상적인 형태는 소재와 기술의 발전 없이는 실현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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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공개되었던 란치아 람다(Lambda)는 승용차로는 처음으로 모노코크 구조의 바디를 적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용차는 프레임이라는 사다리 뼈대가 차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였으나 람다는 뼈대가 없는 순수 철판 조합구조인 모노코크 차체로 만든 차였다. 이 뿐만 아니라 쇠 차축과 철판 스프링을 없애고 대신 최초로 완충기인 쇽크업쇼버 식 스프링을 달아 쿠션을 부드럽게 하고 앞바퀴에도 브레이크를 달아 차체구조와 현가장치에 기술 혁신을 일으켰다.

 

가벼우면서 높은 강성의 차체는 핸들링 성능과 승차감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모노코크 구조는 차량의 중심을 낮추면서, 스포티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란치아 람다의 성공으로 모노코크 보디를 사용한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선 보다 부드러운 소재를

바디 구조의 변화는 디자인 이외의 부분에서도 자동차 만들기에 영향을 미쳤다. 바로 1990년대부터 중요성이 강조된 충돌 안전성 문제이다. 차량의 바디 구조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도 안전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만, 이 또한 차체가 사고에 강하다는 전제 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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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체가 단단하면 승객들의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탑승객의 생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돌 시 형태가 변형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승차 공간까지 충격이 전해지는 것을 막아 탑승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무거운 엔진이 실내로 들이치는 것을 막는 구조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단순히 생존 공간의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충격으로 차체가 부서진 상황에서도 승객 공간 만큼은 탑승객들이 차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오늘날의 자동차는 다양한 차종이 존재하는 만큼 여러 상황에서도 안전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무거운 차량과 가벼운 차량이 충돌 한 경우, 아무래도 가벼운 차량의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가벼운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차량이 충격을 더 흡수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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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사고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보행자 보호의 관점에서 최근에는 보행자 안전 성능 평가도 이루어지고 있다. 차량과 충돌한 보행자의 머리가 보닛에 부딪히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접촉이 예상되는 부분의 소재와 구조는 부드럽게 만들어 져야 한다.

 

 

경량화를 위한 ​​고장력 강판

충돌 시험이 의무화되면서 수동 안전 기술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반면, 차량의 무게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강에는 필연적으로 무게 증가가 수반된다. 차량 무게가 증가하면 충돌시의 충격이 증가하므로 보강이 더해지게 된다. 또한 연비에도 불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도를 유지하면서 경량화를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경량화를 위해서는 소재의 양을 줄이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자동차의 외부는 얇은 곳의 경우 불과 1mm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두께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강도를 높여야 하는 부분은 더 두꺼운 소재를 사용하고 무게 증가를 최소화 하고 있다. 단순히 얇게 하는 것만으로는 강도가 떨어지는 만큼, 고장력 강판의 사용이 주목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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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은 배합되는 성분 및 제조법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강판은 270MPa 이상의 인장 강도를 가지고 있다. 이보다 강도가 높은 제품은 고장력 강판 또는 하이 스틸로 불리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490MPa 이상의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는 제품을 말한다. 현대의 자동차들은 고장력 강판을 적극 사용해 강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장 강도 980MPa 이상의 초고장력 강판도 사용되고 있다.

 

다만, 강도가 높아지면 가공에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강판은 프레스 가공에 의해 성형되지만 단단해질수록 굽힘와 형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반발력이 강해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어렵거나,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초고장력 강판의 경우 가열해 부드럽게 한 후 성형을 하는 핫프레스 공법으로 성형된다.

 

 

금속 이상의 소재, CFRP의 가능성

강성 확보를 위해 각 파트를 접합하는 방법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용접’이다. 금속의 표면을 밀착시키고 양면에 전극을 눌러 강력한 전류를 흘리는 것으로 서로 접합시키는 방법이다. 용접 타점을 늘림으로써 바디 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용접을 위한 타점 사이의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점이 아닌 선의 형태로 접합할 수 있는 레이저 용접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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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 대신 외판을 알루미늄으로 구성하는 모델도 있다. 보닛과 펜더 등 충격을 견뎌야 하는 부분이 아닌 부위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경량화를 추구하도 있다. 아우디 A8나 재규어 XJ 등이 차체의 일부에 알루미늄을 사용한 대표적인 차종이다.

 

금속 이외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탄소섬유 강화수지(CFRP)이다. 경량 수지에 탄성률이 높은 탄소 섬유를 조합한 복합 소재로, 테니스 라켓이나 골프 클럽 등에 이용되고 있었다. 자동차에는 1981년 F1 머신인 맥라렌 MP4/1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CFRP는 철의 5배에 달하는 인장 강도를 가진 반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다. 같은 무게에 비하면 강도는 20배 이상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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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RP는 무게와 강성이 뛰어난 만큼 최적의 소재지만,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압력을 가하면서 장시간 가열하여 성형하고 냉각하는 공정도 도해진다. 강판에 비해 수십 배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가격 또한 높아진다.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모터 스포츠와 일부 고급 스포츠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멀지 않은 시기에 일반 승용차에서도 CFRP 적극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시간에 성형 할 수 있는 열가소성 CFRP의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예로, 기존의 열경화성 CFRP보다 가공이 용이한 제품이 적용된 GMC 시에라 데날 리가 올해 가을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소재와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자동차의 차체를 크게 변화시켜 나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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