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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차의 디자인리뷰 - 9. 현대 뉴 에쿠스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3-14 03:14:16

본문

드디어 국산 최고급 승용차 에쿠스가 10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 되었다. 어느 매체에서는 권불10년(勸不10年)이라는 비유를 하기도 했지만, 10년 동안 국산 최고급 플래그 쉽 세단(flagship sedan)이라는 절대 권력을 누려온 에쿠스의 세대교체는 국내의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물론이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국산 자동차의 성장과 성숙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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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쿠스 이외에도 다른 메이커에서도 플래그 쉽 세단을 내놓았지만, 차체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서 독자기술에 의한 설계와 개발이 이루어진 진정한 의미의 국산 플래그 쉽은 새로 등장한 뉴 에쿠스가 전무후무하다. 그런 의미에서 뉴 에쿠스는 우리나라의 대표주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신형 에쿠스의 등장은 1세대 에쿠스의 10년만의 퇴진이라는 의미보다도, 새로운 전통의 계승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불어 닥친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등장한 뉴 에쿠스의 모습은 마치 10년 전의 IMF위기가 한창이던 때의 에쿠스 등장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에쿠스는 10년간 건재하게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이제 10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대를 이어가는 뉴 에쿠스의 디자인을 살펴보도록 하자.


진정한 의미의 독자모델

새롭게 등장한 뉴 에쿠스는 1세대의 에쿠스가 일본의 미쯔비시와의 공동개발에 그들의 대형 엔진과 플랫폼을 썼던 것에 비해, 완전한 독자개발인 동시에,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V형 8기통 타우 엔진과 V형 6기통 람다 엔진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외의 디자인과 설계, 그리고 품질 수준에서 완전히 미쯔비시와 차별화를 이루어 낸, 이를테면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타우 엔진은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었고, 그 엔진을 장착한 제네시스는 일본제 승용차들도 받아보지 못한 북미 올해의 차 고급차부문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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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품질의 완성도는 가히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필자의 이 칼럼의 앞 시리즈에서 살펴보았던, 독일 메이커의 구형 플랫폼에 대형 엔진을 얹어서, 그것도 창문 섀시의 선 하나도 유연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디자인 실력으로 조화도 안되는 차체 스타일링을 가진, 값만 비싸게 부풀려 고급차인 양 내놓은 어떤 대형 승용차는, 차라리 중국 메이커의 고급차로 바뀐 게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의 현대자동차의 발전 속도대로라면,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아마도 다음번 모델체인지 차량의 제네시스나 에쿠스는 현재의 아우디 차량들을 능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개발을 위한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내외장의 디자인의 특징

뉴 에쿠스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이전의 에쿠스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전의 에쿠스가 각진 차체 스타일에 후드와 캐빈, 그리고 데크가 절도 있게 나누어진 가장 정통적(正統的, orthodox) 세단의 차체 형태를 가진 모습이었던 것에 비해, 새롭게 등장한 뉴 에쿠스는 굴림 방식도 이전의 전륜구동에서, 정통적인 후륜구동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매우 짧은 앞 오버행과 큰 비중을 가진 캐빈, 그리고 크게 누운 C 필러 등으로, 최근의 스포티해지는 고급승용차들의 건장한 비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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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후륜구동 특유의 짧은 앞 오버행의 차체 비례는 역동적인 전면부 디자인과 함께 매우 도전적이며, 동시에 고급승용차로써의 클래식한 이미지와 감성을 양립시키고 있다. 전체의 비례를 보면 후드의 길이비율이 전체 길이 대비 약 27%로써 중립적인 길이 25%에서 늘어난 역동적인 비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짧은 앞 오버행으로써 공격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뒤 유리가 크게 경사져 있으면서 데크의 길이는 후드길이의 1/2에 딱 들어맞는 정통적인 세단의 비례를 보여준다. 물론 실제 데크의 길이 a는 약간 더 짧아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사실 최근의 세단들이 대부분 뒤 유리가 크게 경사져 있어서 스포티한 경향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뉴 에쿠스 역시 이러한 최근의 경향을 잘 따르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1세대 에쿠스와 뚜렸이 대비되는 성격이다. 그러면서도 트렁크 공간의 용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전체적인 스타일 이미지는 역동적인 요소를 강조한 매우 감성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 휠 아치에서 시작되어 뒷문에까지 이어지고, 다시 뒤 휠 아치에서 시작되는 클래식한 이미지의 캐릭터 라인(character line)은 뉴 에쿠스의 최고급 승용차로써의 위상과 역동적인 스타일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것은 에쿠스의 아래급으로 제네시스와 그랜저 TG 등을 통해 나타나는 컨템포러리 모던(contemporary modern), 즉 유연한 감성적인 곡선과 곡면을 사용하면서도 복잡한 장식은 배제하면서 각 차종별로 개성을 살리는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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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에쿠스의 이러한 디자인은 바로 실무 디자이너들의 통찰력과 심미안이 높아진 것과 아울러, 디자인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불확실성’ 즉 ‘엉뚱한’ 방향으로의 디자인 의사결정의 가능성이 줄어든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이 바로 그런 불확실성을 적게 가지고 있는 디자인 의사결정구조에서 나온 ‘작품’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뉴 에쿠스의 디자인 역시 그러한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차체 외부의 디자인 뿐 아니라 실내에서의 완성도와 품질감 역시 별다른 이견을 가지지 않아도 될 정도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차량을 타면서 느끼게 되는 만족감은 차체의 외부 디자인보다도 실내의 품질과 마무리, 그리고 질감 등에서 나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뉴 에쿠스의 실내 품질은 벤츠의 S 클래스에도 뒤지지 않는 명품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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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조형성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써의 관점에서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뉴 에쿠스의 실내 디자인에서 센터 페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태에서 독창적 창의성이 약간 아쉽다는 점과, 아무리 천연 목재를 사용했다고 해도 우드의 사용 면적이 좀 넓게 느껴지기는 것이다. 물론 실내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하는 것에는 사용성의 측면이나 안전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겠지만, ‘와’ 할 정도의 탄성이 나올 정도의 참신성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다.


디자인과 스타일

부연해서 이야기하지만, 뉴 에쿠스의 물리적 품질은 정말로 뛰어나다. 그리고 19인치의 휠과 앞·뒤가 다른 폭의 고성능 타이어, 그리고 자동 닫힘 도어와 이중접합 측면 유리창 등 망라된 신기술은 기구적으로도 뉴 에쿠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마도 2009년 3월 11일을 기해서 1세대 에쿠스는 20세기의 끝자락에서 나타난 한국 자동차산업의 수준을 증거하는 흔적일 뿐, 더 이상 국내 최고급의 위치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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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1세기의 한국의 자동차, 그리고 거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현대자동차의 차량이 가져야 할, 또는 지향해야 할 특성은 무엇일까? 이제는 품질과 성능에서 선진 메이커에 뒤지지 않음은 물론이요, 어떤 메이커들보다는 훨씬 앞서는 모습이 바로 지금의 현대자동차가 보여주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앞서가는 방향의 하나가 바로 ‘스타일’의 문제일 것이다.

물론 필자의 이 말이 쉽게 이해가지 않을 런지도 모른다. 지금의 뉴 에쿠스의 디자인은 훌륭한데, 더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라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필자의 생각을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다르게 표현하면 ‘메이커다움’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아우디의 차들을 보면, 가장 큰 모델 A8부터 작은 A2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아우디처럼 보인다. 모든 BMW 모델들은 한 치의 틀림없이 BMW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디자인이 각 차급 별로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아우디 스러운, 혹은 BMW 스러운 ‘스타일’, 다른 말로는 그들만의 공통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뉴 에쿠스의 전면부는 정교하고 고급스럽지만, 제네시스에서 느꼈던 고밀도적이면서 탄탄하게 조여진 듯한 김장감은 조금 부족한 듯하다. 제네시스는 매우 고밀도로 응축된 고급스러움을 가지면서도 ‘현대차’ 스러운 느낌이 있다.(물론 이것은 긍정적인 의미이다) 그랜저 TG는 제네시스만큼의 밀도나 긴장감은 아니지만, 여전히 단정한 ‘현대차’의 느낌이 있다. 그런데 뉴 에쿠스는 앞모습에서 제네시스와 TG가 만들어가던 ‘현대차’와는 약간 맛이 다르다. 물론 이것은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국산 승용차를 통틀어 최고급차라는 위치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아우디와 모든 BMW가 같은 ‘통일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저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이기도 하므로, 그들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물리적으로는, 그리고 그 원천기술이나 개발능력 등에서도 선진 메이커들과 대등한 수준에 이른 현대자동차 역시 전체의 자동차 모델들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는 있어야 할 것 같다.


국산 최고급 승용차의 새 세대

뉴 에쿠스의 등장으로 국산 고급 승용차는 적어도 품질 면에서는 외국의 고급 승용차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월드 클래스’가 되었다. 뉴 에쿠스는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지도층 인사들과 경영자들이 타는 차가 될 것이다. 후드 속에는 독일에서 들여온 엔진에, 후드 위에는 이상한 모양의 배지를 달고, 어설픈 차체 디자인에 값만 비싸게 붙인 어떤 차가 아니라, 모든 것에 심혈을 기울인 진정한 의미의 ‘명품’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 2세대 에쿠스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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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다시 세대가 바뀌면, 이를테면 3세대 에쿠스는 유럽의 프리미엄을 능가하는 차가 돼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2세대 에쿠스는 그런 미래를 암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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