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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차의 디자인리뷰 - 15. 현대 YF 쏘나타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9-23 06:57:01

본문

한국차의 디자인리뷰 - 15. 현대 YF 쏘나타

요즘은 디자인 리뷰 쓰기의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3주의 기간 동안 새로 나온 차들의 디자인 리뷰를 세 꼭지나 쓰고 있으니 말이다. 새 모델을 보고 돌아서면서, 그 모델의 기억이 아직 머리에 남아있는데 또 다른 새 모델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5위의 자동차산업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자고 나면 새 차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실 우리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쟁을 치른 지 50여년 만에 세계 5위 규모의 자동차산업을 일구어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1980년대의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오늘날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일본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동차 메이커의 수는 우리나라보다 많다. 하지만 1980년대에 학생시절의 필자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내놓는 무수한 신형 차들을 보며 놀라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고 나면 신형 차가 나오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1980년대와 90년대에 고속성장을 했던 일본의 자동차산업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이런 성장은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동반되어 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YF 쏘나타는 그러한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YF 쏘나타의 디자인에서 무엇이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개념적 접근의 변화
YF 쏘나타에서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놀랍게도 디자인의 이야기이다. 신차 발표회 역시 디자인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신차 발표회에는 실물 크기의 클레이 모델까지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아마도 신차 발표회에서 클레이 모델을 내놓은 것은 YF 쏘나타가 세계 최초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칼럼의 언젠가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자동차 디자인 모형을 ‘찰흙’으로 만든다는 것은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자동차 디자인의 조형적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찰흙의 일종인 인더스트리얼 클레이가 사용된다.(디자인 담론111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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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찰흙)의 장점은 어떤 형태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YF 쏘나타의 디자인 키워드이면서 앞으로 현대자동차의 차체 디자인에서 가장 중심이며 공통적인 특징이 될 조형 철학이라고 발표한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 물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가진 조각적인 형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재료 또한 클레이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차 발표회에서 클레이 모델이 등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YF 쏘나타의 디자인에서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 하나는 오키드 스트로크(Orchid Stroke), 즉 한국화에서 난초(蘭草) 등을 붓으로 그릴 때 나타나는 필치를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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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조형 철학은 마치 렉서스의 L-Finess 나, 닛산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SHIFT에 덧붙여서 제시된 여섯 개의 디자인 키워드와 같이 형태의 철학적 맥락을 구성하는 개념적인 접근 방법이다. 단지 화려하고 비싸 보이는 겉모양을 만드는 표면적인 장식의 디자인이 아니라, 의미와 철학을 가지고 고유의 형태를 찾는 방법의 하나이다. 바로 이와 같은 개념적 배경을 가지고, YF는 쏘나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이 아닌 독자적인 형태를 찾으려고 하는 것 이다.

전체적인 내외장의 디자인의 특징
그런데 YF 쏘나타의 전면 이미지는 앞서 등장한 투싼ix의 육각형 그릴과 유사한 방향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만의 고유한 특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투싼과 쏘나타 모두 공통적이다. YF 쏘나타의 차체 측면의 형태는 이전의 NF보다 카울 포인트(cowl point, 앞 유리의 아래쪽 끝부분)와 데크 포인트(deck point, 뒷 유리의 아래쪽 끝 부분)를 각각 앞/뒤로 옮기고, 측면 유리창과 도어패널의 경계선인 벨트라인은 높이고 전고는 낮추어서 전체적으로 쿠페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측면의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과 볼륨감을 가진 면 처리는 조각품(sculpture)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휠베이스(wheelbase, 축간거리)도 거의 대형 승용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렸다. 이것은 그만큼 실내공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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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터넷 매체에서 떠도는 YF 쏘나타의 위장막 사진이나 테스트 차량의 이미지를 보면서, 솔직히 얼마간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너무나 혁신적인 형태에서 오히려 과장된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즉, 너무나 급진적인 형태로 바뀌면서 다듬어지지 못한 형태로 마무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신차 발표회에서 YF 쏘나타를 실제로 보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필자는 그런 식의 급진적이면서 잘 다듬어지지 못한 디자인의 사례들을 그간 몇 종류의 국산차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그 차들이 무엇인지를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이유에서 걱정을 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실물로 접한 YF 쏘나타는 혁신적인 형태와 균형 잡힌 형태 사이에서 잘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그러한 균형에는 차체와 금형을 제작하는 현대자동차의 기술적 성숙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가령 차체의 면이 깔끔하게 프레스가공된 것이나, 도어 분할 선의 흐름이 깨끗하고 3mm 안팎으로 잘 맞추어진 것 등은 일본이나 독일 차량의 품질과 같거나, 어느 부분에서는 그들을 앞서기도 한다. 그리고 그동안 국산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세부의 마무리나 단차의 완성도에서의 아쉬움도 느껴지는 것이 없을 만큼 발전되어 있었다. 사실 세부의 마무리나 단차의 정확도는 디자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C 필러의 오페라글라스의 테두리 몰드 처리 등은 디자인 문제와 직결된다. 그런데 그 부분의 마무리는 정말로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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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 펜더와 후드의 분할선을 타고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는 크롬 몰드 처리는 독창성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클래식한 이미지도 주는 쏘나타만의 고유한 스타일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이러한 마무리 작업의 완성도는 실내의 각각의 부품들에서도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히터 컨트롤 패널에서 사람의 형태로 버튼을 만든 것은 조작에서의 직관성을 높이는 디자인 처리이다. 이것은 외국 차량에서도 아직 일부에서밖에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은 방식인데, 과감하게 적용한 것이다. 운전석에서 보는 스티어링 휠과 센터 페시아 패널의 형태 역시 속도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실내 디자인에서는 재질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질감 뿐 아니라, 우리가 직접 몸으로 접촉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내의 재질감에서도 부드럽고 광택이 없는 재질과, 단단하고 광택이 있는 재질의 결합을 디자인적인 조화라는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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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현대차의 디자인
지난 2005년에 등장했던 NF 쏘나타가 무난함과 보편성에 기반한 디자인이었다면, 오늘 등장한 YF 쏘나타의 차체 디자인은 새로운 조형 철학을 바탕으로 하면서 개성을 부각시킨 현대차 고유 디자인의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이것은 디자인 의사결정의 합리화와 아울러, 현대자동차 디자인조직을 이끄는 한국인 치프 디자이너의 역량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들의 디자인의 발전에 기대를 걸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차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지난 1998년에 등장했던 EF 쏘나타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당시 EF 쏘나타는 마치 티뷰론의 세단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한 근육질의 차체 디자인과 스포티한 이미지로써, 이전에 40대 연령 중심이었던 중형 승용차의 소비자를 20대 연령까지 확대시켰었다. 물론 나중에 페이스 리프트 된 뉴EF 쏘나타는 다시 보수적인 스타일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한국사회에서 2,000cc 중형승용차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중적인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경승용차 3대 값에 필적하는 가격으로 보나, 실내 공간의 크기나 자동차세나 유류비 같은 유지비로 보더라도, 2,000cc 중형승용차는 20대 연령층이 몰고 다닐 만 한 차로써 보다는, 중산층 가족중심의 패밀리카이면서 성숙한 사회인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차가 더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성숙한 이미지의 차가 역동적인 쿠페 스타일을 가지고 개성을 나타내는 차로 변신한 것이다.

YF가 등장하고 1~2년쯤의 시간이 지나면, 거리에서 홍수를 이루게 될 쿠페 스타일의 세단들 속에서, 정말로 개성적인 디자인은 무엇일까를 다시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가서는 개성을 나타내려면 결국 급진적이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적응하기 어려운’ 스타일로 가든가, 아니면 ‘박스’에 가까운 아주 단순한 형태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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