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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동차는 표정을 가지고 있을까?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5-06 08:14:09

본문

자동차는 표정을 가지고 있을까?

글/구상(한밭대학교 교수)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자동차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 중의 하나이고, 목적하는 용도에 부합하는 기능을 가진, 공장에서 생산되는 ‘규격품’이다. 이러한 자동차는 그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움직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와 같이 스스로 움직여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의 형태는 그렇지 않은 이를테면 오디오나 TV와 같이 고정된 위치에서 사용되는 제품들과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움직임에 다시 속도(速度)가 더해지면 그 효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형태적 측면의 조치들이 필요해진다. 즉 ‘움직인다는 것’과 ‘속도’는 형태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고속 이동수단으로써 자동차는 요구되는 실내공간의 확보와 동시에 고속주행에 의한 저항극복의 과제를 안게 되고, 이들 두 요소를 절충(折衷)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유선형(流線型)의 채용이다. 유선형에 의한 조형은 자동차에 있어서는 스타일적인 문제이기 이전에, 공기에 의한 물리적 저항을 완화시키는 기능적 형태임과 동시에, 속도를 가진 존재임을 말해주는 은유적(隱喩的) 형태언어(形態言語)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의 기능에서 물리적 기능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던 종래의 기능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조형적 요소, 스타일(style)에 의한 추상성에 의한 심리적 효과까지도 제품이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확대된 사고가 바로 자동차 디자인 조형성에서 가장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물리적 기능을 전제로 진리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기능이 같다면 형태도 동일한가?’라는 질문, 즉 제품형태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한다. 이것은 제품의 형태결정요인은 물리적 기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품이 주는 만족감은 물리적 기능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기능 이외의 조형요소에 의한 만족감까지 포함된다면, 제품의 형태는 사용자가 가지는 즐거움에 따라 변화된다.(Form follows fun) 기본적으로 같은 기능을 가진 자동차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제품의 기능이 단지 물리적 기능만을 가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조형물이 가지는 형상(形象)을 통해 그것의 관찰자가 의식과 감성의 작용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 ‘순수미술’ 분야의 작품들의 주된 기능이다. 그렇다면 이들 순수미술품들의 이러한 비물리적 기능(非物理的 機能)은 이들의 주된 기능으로써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순수조형물의 비물리적 기능은 조형의 원리가 내재된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에 의하여 다시 입증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능적으로 잘 달리거나 작동되더라도 조형적 특성에 의한 감성이 없다면 그것은 생명력을 가지지 못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회화나 조각품과 같은 ‘감상용(感想用) 제품(?)’에서부터 자동차와 같은 승차용(乘車用)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조형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형작업으로써의 디자인의 개념은 단지 차갑고 무거운 기계를 예쁘게 ‘장식’하는 개념의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튼튼하며 합리적인 제작방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을 창조하는 종합적 과정이 되는 것이다. 다만 디자인은 회화나 조각과는 달리 공업적인 방법을 통해서 대량생산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형태를 다루게 될 때는 구상(具象)과 비구상(非具象)의 개념이 가장 커다란 개념으로써 구분된다. 이들 구상과 비구상에 대한 개념과 구분의 방법은 필자가 이 글의 연재를 시작하는 초반에 자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다시 설명하지만, 좀 더 명확한 설명을 원한다면 앞쪽의 글을 살펴보기 바란다. 구상(具象)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형태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다시 이야기하면 어떤 모양인가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조형물을 이르는 것으로써, 특정한 문자나, 숫자의 형태, 또는 라디오, TV 와 같은 제품이나 자동차 등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모든 구체적 형태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비구상(非具象)은 구상(具象)의 상대적 개념으로써, 모양은 있으나 구체적 형상을 만들지 않는 조형 대상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종이가 구겨진 흔적이나 물감이 뿌려져 만든 색채의 비정형적인 흔적 등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를 구성하지 못하는 형상을 말한다. 이러한 구분 기준에 따르면 차량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조형체를 다루는 과정이다. 즉, 단지 자동차라는 기계의 표면을 장식하는 작업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존재를 추상적 이미지로써 가시화하고 구체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동차는 일종의 추상적 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자동차기술은 메이커 간의 인수와 합병 등으로 기술적인 평준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으며, 한편으로 엔진이나 플랫폼(flat form)의 공동개발이나 부품 공용화로 이전과 같은 특정 메이커만의 고유한 기술이나 특성은 점차로 희석되어 가고 있다. 더구나 국적이나 메이커의 장벽을 뛰어 넘는 공동개발과 부품 공용화 등으로 이러한 평준화의 경향은 더욱 더 최근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멋진 디자인의 자동차는 무엇일까? 단지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보고 감탄할 수 있는 자동차의 디자인은 무엇일까?

자동차가 단순한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마치 생명을 가진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생명을 가진 대상은 각각의 감성과 표정을 가진다. 그리고 자동차도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차의 종류에 따라서 뿐 아니라 같은 차라고 하더라도 그 차를 쓰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종류마다 각기 다른 인상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거나 볼 때마다 그것을 표현하거나 느끼려고 노력한다. 물론 자동차들이 가진 표정은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가끔 필자는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 표정은 항상 세련되거나 강력하고 날렵한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의 느낌과 표정, 그것은 조각품이나 회화작품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자동차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면 자동차는 분명 또 다른 형태의 예술품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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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필자가 제안하는 표정을 가진 자동차 - SUV의 역동성과 사용 환경을 암시하는 모티브로 고릴라의 이미지를 표정으로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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