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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차의 디자인리뷰 - 19. 스포티지R 의 첫 인상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0-02-10 05:32:56

본문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던 신형 스포티지가 ‘스포티지 R (Sportage R)’ 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물론 아직 사진만 공개한 것이고, 실내는 공개되지 않고, 차체 외부 사진만 공개됐다. 나중에 신차발표회나 영업소에 출시되면, 그때 내/외장의 디자인 리뷰를 다시 쓸 것을 약속드리고, 오늘은 그야말로 사진으로 본 첫 인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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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동차를 사진만을 보고 그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자동차의 차체는 3차원 입체 형태이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인상을 가지는 그야말로 조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가전제품, 이를테면 냉장고, TV, 세탁기, 전자렌지 등등의 제품 형태는 아무리 다른 디자인이 나와도 전체 윤곽은 네모난 박스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동차는 버스를 제외하고는 네모난 상자의 형태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고, 또 평면적인 사진으로는 실물의 느낌을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전체의 인상과 디자인 특징을 보면서 새로운 차가 어떤 정도의 혁신성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스포티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이다. 그 뒤로 2세대 모델은 2004년에 등장했고, 이제 2010년이 된 시점에서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현대/기아가 개발한 고성능 디젤엔진의 이름 R엔진을 의미하는 이니셜 R을 붙여서 스포티지 R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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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스포티지 R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무려 18인치의 대형 휠이다. 아마도 국산차 중에서는, 그리고 2,000cc 내외의 차량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가장 큰 기본규격의 휠을 가진 차량일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들의 꿈(?)은 커다란 바퀴를 가진 차를 디자인하고, 또 그것을 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형 스포티지 R은 디자이너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그렇지만, 휠이나 바퀴를 무작정 크게 만들 수는 없다. 승차감과 연비와 같은 실용성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대구경 휠에 장착되는 타이어 역시 고가이기 때문에, 유지비용도 하나의 변수가 된다. 아무튼 신형 스포티지 R은 디자이너들의 스케치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한 걸음 다가선 비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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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캐빈의 비중이 높고, 후드가 짧은 모노볼륨 형 차체 비례는 실질적인 공간의 활용도가 높은 형태이다. 이러한 공간 중심의 차체 비례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량들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차들의 실내공간에 대한 중요성은 다른 나라의 차들과 뚜렸하게 대비되는 독자성을 가진 측면이다.

스포티지 R의 차체 디자인은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조형요소와 기능요소들이 보인다. 이것은 과거에 신형 차가 나오면, 어느 부분이 무슨 차를 닮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스포티지 R의 이미지는 2007년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기아의 컨셉트 카 ‘큐(Kue)’의 디자인을 기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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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C 필러의 형태와 창문 형태 등은 컨셉트카 큐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실제로 컨셉트 카 큐는 2007 디트로이트 오토쇼의 ‘아이즈 온 디자인상(Eyes on Design Award)’에서 기능성 대상(Functionality Award)을 획득하며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포티지R은 웨이스트라인(waist line) 아래쪽과 휠 아치 안쪽을 블랙아웃 시킨 디자인으로써 경쾌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이러한 블랙아웃 처리는 앞 범퍼와 뒷 범퍼에서도 높은 실용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주차 공간 부족은 어쩔 수 없이 통로주차를 해야 하는 현실인데, 이 과정에서 서로 밀고 당기고 하다보면 범퍼에 작은 흠집이 불가피하다. 어찌 보면 유럽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사용 환경에 비추어 볼 때 블랙아웃 범퍼는 매우 실용적인 디자인임은 확실하다. 게다가 높이 붙은 테일 램프와는 별도로 설치된 뒷면의 방향지시등은 실용성과 아울러 새로운 디자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의 국산 자동차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품질과 디자인의 독자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것은 1990년대 초반의 일본차들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그 당시에는 일본의 혼다와 도요타, 닛산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차들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었다. 물론 그 당시 일본에도 비주류 메이커들은 있었다. 그들은 메이저 메이커들의 높아진 위상에 덤으로 묻어가기도 했었다. 국내에서도 그런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독일에서 들여온 엔진과 변속기로 단지 비싸고 덩치 큰 승용차를 만든다고 해서, 그 메이커의 모든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자인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은 독일제 엔진이나 변속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신형 스포티지 R은 그동안 기아 브랜드가 추진해 온 디자인 우선 정책의 결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단지 능력 있는 치프 디자이너가 영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공로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대/기아 디자인센터에는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정말로 많고, 그들의 창의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스포티지 R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 메이커의 디자인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디자이너들의 ‘스케치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 다음 단계부터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현대/기아 자동차는 이제 글로벌 메이커로써 그러한 수준에 다가서고 있고, 신형 스포티지 R은 그러한 글로벌 역량의 증거이다.

최근에 부침을 겪고 있는 도요타는 글로벌 메이커라고 할지라도, 크지 않은 실수가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디자인의 독자성을 가지기 시작하며 메이저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현대/기아는 도요타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큰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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