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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최고급 승용차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1)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5-13 16:40:29

본문

최고급 승용차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1)

글/구상(한밭대학교 교수)

‘디지털’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21세기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이제 그 물리적 기능에서는 사실상 거의 ‘평준화’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자존심이며 세계 최고급 승용차라고 자부해왔던 롤스로이스(Rolls Royce)가 독일 BMW에 합병되어 버렸고, 롤스로이스와 함께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의 귀족으로 받들어져 왔던 벤틀리(Bentley)마저도 독일 메이커, 어찌 보면 ‘귀족’의 스포츠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이는 브랜드 폭스바겐(VolksWagen;독일어로 ‘국민차’라는 의미이다)으로 합병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에게서 이들만의 ‘기품(?)’을 기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비록 이렇게 국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귀족스러움’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그리고 마이바흐는 결과적으로 모두 독일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계 최고급의 승용차들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고급승용차에 대한 접근방법과 해석에서는 ‘독일의 기술’ 이라는 성격은 찾아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원천이 어디냐 보다는 어떤 ‘소프트웨어’ 말하자면 브랜드와 역사를 통한 전통(heritage)을 가지고 만들었느냐 일 것이다.
고급승용차들에는 자신을 표시하는 상징물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후드의 앞쪽 끝 중앙에 달려 있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범선의 뱃머리에 붙은 조각품과 비슷한 성격이다. 실질적인 기능이 없지만, 전진을 의미하는 상징적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멋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롤스로이스」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나이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엠블렘(emblem)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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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신전 형상의 그릴과 승리의 여신//// 롤스로이스의 승리의 여신


파르테논 신전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꼭대기 한가운데에 약 10cm의 높이로 솟아있는 이 빛나는 여신상은 예술품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바람결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날개인 듯한 옷자락과 아름답고 자신감에 넘치는 우아한 자태의 모습…. ‘승리의 여신’, 또는 ‘환희의 여신’ 이라고 불리는,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품위를 지닌 최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여신상이 롤스로이스에 부착되기 시작한 것은 1911년부터였다. 미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롤스로이스의 중역 끌로드 존슨은 롤스로이스의 이미지를 한눈에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1901년에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던 찰스 사이크스에 의뢰해 롤스로이스의 마스코트가 탄생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나이키 여신상에서 힌트를 얻어 디자인 된 이 마스코트는 얼굴, 손, 발은 물론이고 옷감의 가느다란 주름 하나하나까지도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어, 보는 순간 사람들 모두가 감탄하게 했다. 그 뒤로 ‘승리의 여신’은 롤스로이스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롤스로이스를 맞아들인 BMW는 1998년부터 21세기를 대표할 새로운 롤스로이스를 준비해 왔다. 많은 사람들은 BMW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최신의 최고급 롤스로이스를 기대했던 것이다. 마침내 2003년 1월 4일 새벽에 등장한 롤스로이스 팬텀(Rolls Royce Phantom)은 5.8m가 넘는 길이를 가진 거대한 차체와 롤스로이스 고유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롤스로이스다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여타의 평범한 고급 세단들과 달리 마차의 문과 똑같은 구조로 양쪽으로 열려 승객이 승․하차 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해서 품위를 지켜주는 측면 도어는 롤스로이스의 귀족적인 클래식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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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후저(前高後低) 스타일의 롤스로이스 차체와 신대전후 양식의 1956년형 롤스로이스


신형 팬텀의 차체 디자인에서 롤스로이스만의 특징(heritage)인 우아한 선(線)과 육중한 중량감을 동시에 가지면서, 차체의 형태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데, 이것은 2차 대전 후에 나타났던 신대전후스타일(The New Post War Style)과 같은 맥락의 것으로, 이 시기 차들의 엔진의 대형화와 함께 나타났던 스타일 양식이다. 12기통의 대형 엔진을 가진 신형 팬텀 역시 그러한 양식을 다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차체의 폭(幅)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보트 테일(boat tail)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실질적인 공력특성(空力特性) 향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신형 팬텀은 BMW가 만든 승용차답게 동력성능에서는 어느 대형 승용차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달리기 위한 기능 뿐 아니라, 롤스로이스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치밀함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지름이 21인치에 이르는 거대한 휠의 중앙에 자리 잡은 롤스로이스의 배지(badge)는 바퀴가 아무리 회전해도 똑바른 위치에 멈추어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롤스로이스는 이름조차도 품위 있게 붙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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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똑바른 위치에 ‘멈추어’있는 휠 센터 배지


종합적으로 볼 때 롤스로이스의 전체 내․외장 디자인의 감성은 다분히 낭만적이다. 마치 파티를 주관하는 주인 내외가 이브닝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타고 나가는 컨셉트 라고 할 것이다. 이것이 롤스로이스가 견지 해 온 럭셔리카의 귀족적인 모습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단지 좋은 ‘기계’ 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그야말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급’ 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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