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ä ۷ιλƮ  ͼ  ī 󱳼 ڵδ ʱ ڵ 躴 ͽ ǽ ȣٱ Ÿ̾ Auto Journal  Productive Product
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차의 디자인리뷰 - 21. 기아 K5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0-05-06 04:04:42

본문

신형 K5가 공개됐다. 이제 국산 승용차들은 새 차가 나오면 디자인이 잘되었을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얼마나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당연한 것이 됐다. 그만큼 메이커들의 디자인 능력이 높아진 것이다.

34004_1.jpg

그런데 이런 생각은 비단 우리들 자신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국내 메이커가 새 차를 내 놓으면, 외국의 언론들 역시 한국의 메이커가 얼마나 혁신적인 차를 내놓을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메이커들의 디자인과 품질의 수준이 글로벌 레벨에 도달해 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물론 국내의 모든 메이커들이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여러 국내 메이커들 중 기아자동차는 디자인의 혁신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다. 그것은 기아자동차가 모든 신형 차량에서 디자인을 가장 중심의 가치에 두고 추진한 개혁의 결과일 것이다. 오늘은 며칠 전에 부산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신형 중형 승용차 K5의 디자인 특징을 살펴보자.

건장한 이미지의 차체 측면
K5의 차체 디자인은 기하학적(幾何學的) 조형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하학적이라는 것은 수학적으로 정의되거나 그려질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기하학적 형태’ 라는 말은 종종 직선이나 상자형 으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컴퍼스로 원을 그리거나, 2차 함수에 의해 그려지는 곡선 역시 분명히 기하학적 정의에 들어가므로, 기하학적인 형태는 직선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K5의 차체에는 팽팽한 직선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확하게 그려진 기하학적 곡선들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차체 측면은 심플하게 처리돼 있다. 그야말로 기능적인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스타일 인 것이다.

34004_2.jpg

차체 측면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벨트라인(belt line)이 높고, 차체의 캐릭터 라인(character line)이 앞 헤드램프와 펜더의 능선에서 시작되어 뒤 펜더까지 그야말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고, 그 위쪽으로 측면 유리창이 좁게 설정된 전형적인 쿠페의 형식이다. 게다가 트렁크도 짧게 설정돼 있어서 쿠페의 차체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헤드램프와 앞 범퍼 디자인에 의해 전륜구동방식 승용차의 긴 앞 오버행이 부각되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18인치의 대구경 휠을 장착해서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매우 건장해 보인다.

34004_3.jpg

최근에 나오는 신형 차량들에서 18인치의 휠을 끼우는 것이 이제는 ‘보통’ 이 돼 버렸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중형 승용차는 모두 14인치였고, 그 휠도 전혀 작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만나는 K5에는 14인치 휠은 아예 있지도 않을뿐더러, 가장 기본형도 15인치부터이다. 그런데 15인치 휠을 단 모델은 차체 측면의 이미지에서 솔직히 말해서 건장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눈은 참으로 간사하다.

차체 디자인의 특징
K5는 전장×전폭×전고가 4,845×1,835×1,455mm이고, 휠베이스는 2,795mm이다. 과거에는 중형 승용차의 휠베이스는 2,700mm도 매우 큰 편에 속했지만, 지금은 중형급은 2,800mm에 육박하고 있다. K5는 다른 중형 승용차들에 비해 약간 낮고 넓은 차체를 가진, 쿠페에 가까운 치수비례를 보여준다. 게다가 측면의 창문 형태와 A 필러에서 시작되어 C 필러까지 연결되는 크롬 몰드는 쿠페 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미 외국의 매체에서는 K5의 쿠페 등장까지도 점치면서 합성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34004_4.jpg

K5의 앞모습은 최근에 기아의 차들이 추구하는 일명 호랑이 그릴의 형태를 통일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앞 펜더 측면에는 마치 공기 배출구처럼 생긴 가니쉬를 적용하고 있다. 모델 등급에 따라 여기에 측면 방향지시등이 적용되기도 하는데, 기능 유무를 떠나서 차량의 이미지를 다이내믹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34004_5.jpg

34004_6.jpg

헤드램프 역시 사선으로 만들어져서 역동적인 인상을 주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투명한 렌즈는 입체감 있게 처리되어 있다. 헤드램프의 위치를 지키면서 기능은 살리면서도 차체 이미지에서는 오버행이 줄어들어보이도록 하는 디자인을 구사한 것이다. 이런 형태들은 디자이너들이 오래 동안 입체적인 형태를 다듬고 연구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34004_7.jpg

또한 범퍼와 테일 램프에서 나온 이미지 라인이 트렁크 리드의 모서리로 연결되어 복잡한 구성을 최소화 하려는 디자인 처리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라인처리는 번호판 주변에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한편 후드 끝에 붙어있는 범퍼의 차체색 부분과 크롬 몰드 라디에이터 그릴이 들어가 있는 것이 단순성을 가지면서도 곡선에 의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K5의 독창성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필자의 이런 평가가 칭찬일색이라는 비판을 하실 독자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잘 된 디자인을 잘 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실내 디자인의 특징
실내 공간에서는 유럽의 승용차들과 같이 질감을 중시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물론 차량 등급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아무튼 직접 가죽을 감싸서 재봉처리를 한 것은 단순히 금형에서 가죽 무늬와 재봉선을 성형한 것과는 확연한 질감의 차이를 보여준다. 아울러 변속 레버를 운전자 쪽으로 옮겨 배치하고 컵홀더 등을 앞쪽으로 배치한 것 역시 기술적인 배려를 볼 수 있고, 선의 방향성에서도 역동성과 통일성을 볼 수 있다.

34004_8.jpg

역동적인 선의 통일성은 도어 트림 패널에서도 나타난다. 기하학적인 선을 쓰면서 차체 외부의 디자인과 통일성을 가지도록 하면서 스위치 류의 배치와 도어 포켓의 위치 설정이 리듬감 있게 이루어져 있다. 다만 눈으로 보이는 질감은 나쁘지 않은데 모델의 등급에 따라 부드러운 재질의 적용 범위가 차이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34004_9.jpg

34004_10.jpg

K5는 벨트라인이 높고 특히 뒷문의 벨트라인이 역동적으로 설정돼 있어서 뒷문의 트림 패널이 매우 높은 울타리 같은 역할을 해준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보호받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실내에서 안타까운 점 하나는 문을 닫았을 때 안쪽에서 도어 섀시의 차체 색이 보인다는 점이다. 어두운 차체색의 차량들은 그것이 덜 부각되는데, 흰색 차량이나 채도가 높은 빨간색 계열의 바디컬러 차량들은 실내의 도어 유리창 주변으로 차체 색이 도드라져 보인다. 물론 이것은 디자인의 형태적인 문제도 아니고, 차량의 물리적인 성능이나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내에서 마무리가 덜 된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어두운 색으로 처리하면 되겠지만, 결국 코스트문제로 귀결되는 것이기는 하다.

디자인 경영의 성과와 이미지 향상
작금의 기아자동차는 변신 중이다. 아니 기아자동차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역시 변신 중이다. 이것이 단순한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로써 성장을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기아의 디자인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할 만큼 성장하고 있고, 그것은 디자인을 전문 영역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경영의 전략으로 삼은 결과이다. 디자인을 단지 겉모양의 장식쯤으로 생각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상품성을 높이는 특성의 하나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치프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치프 디자이너가 모든 디자인을 다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에, 실무를 맡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역량과 창의성을 잘 발휘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어쩌면 치프 디자이너의 진정한 역할일지 모른다. 진정한 디자인 경영은 바로 그것이다.
디자인 총괄 책임자가 자기 멋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또는 경영진이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여러 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들의 취향대로 ‘찍는’ 경영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경영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의 총괄 책임자는 물론 피터 슈라이어 이지만, 실무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K5는 그런 시스템에서 재능 있는 담당 디자이너가 기아의 거시적인 디자인 정체성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결과물인 것이다. 앞으로의 기아의 행보에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일 게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